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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우울증, 거식증 유발하는 SNS 중독

오홍석 기자

2023. 05. 19

끊이지 않고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SNS 중독. 성인도 내려놓기 힘든 스마트폰의 유혹으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청소년 SNS 중독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청소년 SNS 중독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복잡한 이슈입니다. 틱톡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SNS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월 24일 미국 하원은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CEO)를 소환해 청문회를 열었다. 데이터 보안 이슈가 질의의 중심이었던 가운데 몇몇 하원의원은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10대 사용자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날 선 질문을 던졌다. 한 하원의원이 “틱톡은 청소년에게 미치는 해악을 의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도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하자, 저우서우쯔 CEO는 위와 같이 대답했다.

SNS 중독 문제는 비단 해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SNS 및 영상 플랫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직접 SNS 사용량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를 SNS 중독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플랫폼에 따라 중독 증상 달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제공하는 한국미디어패널조사 보고서 ‘세대별 SNS 이용 현황’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만 25~38세)의 83.5%가, Z세대(만 9~24세)의 72.4%가 SNS를 사용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을 포괄하는 Z세대의 경우 하루에 1시간 이상 SNS를 사용한다고 말한 응답자가 39%였고, 이 중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사람은 6.8%에 달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32.9시간 유튜브를 시청한다. 이 중 전 연령대에서 10대 남성은 한 달에 45.2시간을 유튜브 시청으로 쓰며, 가장 높은 시청 시간을 보였다. 10대 여성은 한 달에 39.1시간을 유튜브를 보는 데 사용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SNS 플랫폼, 미디어별로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좋아요’ 수에 집착하게 하고, 인스타그램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트위터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영상 플랫폼은 중독성이 강하다”며 “플랫폼마다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15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성인에 비해 SNS의 악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SNS가 청소년에게 우울증, 거식증 발병 비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럿 나와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근거 삼아 일리노이,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8개 주의 청소년 이용자와 부모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숏폼 동영상의 경우,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본능을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발하는 등 높은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2세 이하 유아에는 SNS 사용 금지해야”

만 2세 이하 유아의 스크린 시청이 지능, 언어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 2세 이하 유아의 스크린 시청이 지능, 언어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SNS의 순기능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어느덧 SNS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손쉽게 이용 가능한 정보의 보고이자 커뮤니티로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해야 할까. 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까.

김현수 교수는 “2세 이하 유아에게 스크린 타임이 지능, 언어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해당 유아들에게는 SNS 사용을 일절 금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 15세 이전의 청소년에게도 스마트폰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더라도 부모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학생 이전의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중학생이 된 이후 구매하더라도 스크린 타임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 적절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NS 중독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자 일부 국가에선 정부가 나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령 미국 유타주에서는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더해 SNS 기업이 자사 프로그램에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은 틱톡은 중국 내 18세 미만 청소년의 사용 시간을 6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아동보호에 소홀한 기업 경영진에게 최대 2년 징역형 등 형사처벌이 가능한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현수 교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가짜 뉴스를 걸러 듣는 능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SNS의 장점과 단점, 지식습득과 오락의 수단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교수는 “청소년 시기에는 대체로 자녀의 의지를 가정에서만 통제하기 어려워 제도적 개입 없이는 논의가 공허하다”며 “한국에서도 SNS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에 일부 책임을 부과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NS중독 #틱톡중독 #청소년우울증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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