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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의 격차가 결국 성적 차이로 이어집니다”

EBS 대표 강사, 중학 국어 강용철

이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6. 09. 09

국어 잘하는 아이가 모든 과목에서 강한 이유에 대해 27년 차 교사가 답했다. 문제는 하나, 문해력이다.



학원을 여러 곳 보내도, 문제집을 아무리 풀려도 국어 성적만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중학교 교단과 EBS 강의실을 오가며 아이들을 지켜봐온 강용철 교사는 “책을 읽고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읽었다는 착각’에 빠진 아이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숏폼 콘텐츠 이용이 일상이 되면서 아이들의 읽기 습관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어내는 대신 짧은 영상과 요약된 텍스트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정작 밀도 있는 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곤 한다. 문제는 이 격차가 국어 성적에서 그치지 않고 수학, 탐구 등 전 과목 학업 성취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27년째 중학교 교단에 서며 EBS 국어 대표 강사로 125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과 국어 공부를 나눠온 강용철 교사는 벼락치기식 문제 풀이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쌓아온 읽기의 힘이 결국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만든다고 단언한다. 문해력을 키우려면 “지금 당장 이것부터 읽히세요”라는 명쾌한 조언으로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그를 만나 사교육에 기대지 않고도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국어 공부법을 들어봤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예전과 비교해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계가 없는 상황이라 체감으로 말씀드리면, 확실히 예전 아이들보다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뿐 아니라 교원 단체나 교육 현장 전반에서도 과거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고요.

문해력은 정확히 어떤 능력을 의미하나요.

문해력은 사전적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여기서 읽는다는 건 단순히 문자를 해독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판단하며,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개념이죠. 그래서 흔히 문해력이라고 하면 어휘력, 독해력, 사고력을 총체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스마트폰과 숏폼에 익숙한 아이들이 특히 ‘읽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미디어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아이들에게는 2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요.

첫째는 정서적인 부분인데, 저는 SNS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이 ‘3불’에 빠질 수 있다고 표현합니다. 3불은 불만, 불안, 불행을 나타냅니다. SNS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고, 좋은 것을 먹고, 잘사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다 보면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는 불만이 생기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두 감정이 계속 겹치면서 불행을 느끼게 되고, 이런 정서적인 상태는 결국 학습에도 영향을 줍니다.

둘째는 학업 역량이에요. 쇼츠를 많이 보는 아이들은 빠른 집중력은 강하지만, 공부는 천천히 깊이 있게 가야 하는 영역이에요. 공부의 진정한 가치는 불편함을 견뎌내는 건데, 빠른 콘텐츠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긴 호흡의 글을 읽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실제 수업에서는 문해력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나요.

독서를 시켜보면 문해력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집중력이 있고 학업 역량이 좋은 아이들은 어느 정도 긴 글을 읽어냅니다. 반면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됐거나 기본적인 어휘력과 독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책을 읽기는 하지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조병영 교수님의 입을 빌리면, ‘읽었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죠. 이런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됩니다. 처음에는 한두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긴 글을 읽어야 하고 교과서의 개념도 복잡해집니다. 결국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는 공부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결국 문해력이 다른 과목의 성적에도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할까요.

제가 국어 교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국어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다른 과목도 잘하는 이유는 ‘말’과 ‘글’이 모든 과목을 배우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EBS에서 과학 용어, 사회 용어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과학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휘의 개념을 잡아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광합성’이라는 용어를 ‘빛 광(光)이 합(合)쳐지는 현상’ 식으로 뜻을 짚어주면 그 개념이 머릿속에 확실히 자리 잡게 됩니다. ‘월식’도 ‘갉아먹을 식(蝕)’ 자를 알면 ‘달을 갉아먹는 현상’이라는 게 이해되죠. 국어는 기본적으로 도구 교과입니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능력이 갖춰진다면 다른 과목의 개념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험을 앞둔 아이들에게는 빠르게 읽는 속독 능력도 중요하지 않나요.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니 속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입장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는 오히려 천천히 제대로 읽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장에 가면 제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읽는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문제는 평소부터 빠르게만 읽은 아이는 글의 깊은 맥락이나 관계, 논리를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글쓴이는 한 문단을 쓰기 위해 몇 시간, 며칠, 어쩌면 몇 주를 고민했을 수도 있어요. 그 글쓴이의 보이지 않는 시간을 따라가려면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문해력을 키우고 싶다면 읽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잘 읽는 아이들은 중요한 부분을 요약하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구성합니다. 읽은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너지지 않는 상위권’에는 공통점이 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무너지지 않는 상위권’ 학생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상위권 학생들은 3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학(學)과 습(習)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요. 학습은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간에서 완성됩니다. 반대로 혼자 문제를 많이 풀더라도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성적이 잘 나오기 어렵습니다. 시험 문제를 내는 사람이 학교 선생님이기 때문에 수업을 잘 듣는 것이 기본입니다.

두 번째는 자기 객관화 능력입니다. 시험을 못 봤을 때 ‘컨디션이 안 좋았다’ ‘문제가 이상했다’고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부분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았구나’라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에게 불편한 진실을 만나는 힘이 있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합니다.

셋째는 회복 탄력성이에요. 상위권 학생들은 몸과 마음이 힘들 때 그냥 주저앉는 게 아니라 극복해내는 힘이 있습니다. 반면 성적이 낮은 친구들의 공통점은 ‘자기 합리화’예요. 안 되는 이유를 늘 찾습니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기르는 첫 단계는 무엇인가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입과 손을 주목하는 것, 그리고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모든 공부의 시작은 학교 교실에서 이뤄집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판서를 잘 적는 아이들이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특히 중학교 시험은 교육과정상 교과서 안에서 출제되고 선생님의 수업 내용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켜보면 이 기본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당장 논술 학원을 보내거나 문제집부터 풀리는데요.

학생들이 독서보다 문제집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어요.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외우면 바로바로 성적으로 보답받지만, 독서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거든요. 저는 제자들에게 독서는 ‘저축’이라고 표현합니다. 쌓을수록 나중에 크게 돌려주는 게 저축이죠. 문제는 시험을 위해 빠르게 읽는 기술만 익히면 정작 깊이 있게 읽어내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겁니다. 실제 수능에서도 변별력 있는 문제는 이면에 숨은 맥락과 관계성, 논리력을 보는 문제지, 빨리 읽어야 풀리는 문제가 아니에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여백에 자기 생각을 적어보세요. 중간중간 내용을 요약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국 핵심은 책에 대한 나의 반응을 만드는 것이에요. 단순히 책의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남겨야 합니다. 읽은 내용을 나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읽기 능력이 키워집니다.

쓰기 역시 마찬가지예요. 잘 쓰려면 먼저 좋은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와야 합니다. 읽기로 충분한 인풋이 되어야 좋은 아웃풋, 쓰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서술형 문제를 어려워하는 학생이라면 선생님이 알려준 답을 그대로 외우는 공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답을 손으로 가리고 빈 종이를 꺼내 문제만 보고 자신의 문장으로 답을 써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고 짜증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쓰기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부모님들께 책을 추천해준다면요.

베스트셀러라고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닙니다. 저는 고전을 권하고 싶어요. 고전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기본적인 고민과 생각이 녹아 있습니다. 역사책이 시대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고전문학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만날 수 있게 해줍니다. 

중학생이라면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청소년 소설도 좋습니다. 사춘기나 친구 관계, 가족과의 갈등처럼 지금 아이가 겪고 있는 고민과 연결되는 책을 고르면 독서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책을 고르기 어렵다면 교과서에 수록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교과서에 작품을 싣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의 검토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공립 도서관의 추천 목록이나 현직 교사들이 책을 읽고 추천하는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홈페이지 자료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의 공부를 돕고 싶은 부모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겁니다. 부모님의 역할은 학생을 지지하고 칭찬하는 것입니다.

다만 독서만큼은 부모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집 안에서 아이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도록 책을 가까이 두세요. 가족이 함께 한 달에 한두 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는 것도 좋습니다. 초등학생이라면, 아이의 키만큼 책을 읽어보는 식으로 가족만의 독서 습관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더해 아이가 부모에게 단어의 뜻을 물어보는 순간을 귀하게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바쁘다고 “검색해봐” 하지 말고 먼저 “너는 이 말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보세요.

어휘는 뜻을 외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글 속 단서를 통해 의미를 추측해보고, 사전에서 뜻을 확인하고, 예문을 살펴보고, 유의어와 반의어까지 연결해보면 하나의 단어가 어휘군으로 확장됩니다. 아이가 질문을 해왔다는 것은 배우고 싶다는 신호입니다. 그 순간 부모가 함께 생각해주는 것 자체가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문해력 #강용철 #EBS국어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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