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결핍 많은 캐릭터 위해 체지방률 5%대로 낮췄어요”

‘탄금’ 이재욱

전혜빈 기자

2025. 06. 25

극한의 고통을 삼켜내는 ‘탄금’처럼, 이재욱은
결핍을 연료 삼아 가장 깊은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신예가 떠오르고 사라지는 가운데, 배우 이재욱(27)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2018년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데뷔한 그는 극 중에서 천재 해커 ‘마르코 한’ 역할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 차례로 출연하며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이재욱의 매력은 사극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환혼’에 이어 이번에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에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탄금’은 조선 최대 상단인 민상단 집안의 실종됐던 막내아들 ‘홍랑’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재욱은 미스터리한 막내아들 홍랑으로 분해 그가 진짜 아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누이 재이(조보아)와 묘한 러브 라인을 그린다. 5월 16일 공개된 ‘탄금’은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며 산뜻한 시작을 알렸다.

작가가 직접 보낸 편지에 감동해 출연 결심  

처음에는 ‘탄금’ 출연을 고사했다고 들었어요. 

앞서서 같은 사극인 ‘환혼’을 오랫동안 촬영했거든요. 당분간 한복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출연을 망설였죠. 그런데 작가님이 5~6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써주셨어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를 꼼꼼히 보셨다면서, 제가 맡았던 역할인 ‘환혼’의 ‘장욱’과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백경’ 모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굉장히 디테일해서 놀랐어요. 작가님이 저를 이렇게 원하신다는 점에 감동을 받았고, 더 이상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탄금’에서 홍랑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나요.



홍랑의 인생 스토리를 알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극 중 잔인하게 고문을 받고 강제로 문신이 새겨지거든요. 매우 고통스러웠을 홍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려 했어요. ‘나는 언제 이런 비슷한 아픔이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려 했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홍랑의 깊은 슬픔을 10%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후회스러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이 5월 16일 공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이 5월 16일 공개됐다.

나머지 90%는 어떻게 채웠나요.

현장이 주는 무게감으로 채웠어요. 감정 신이 많아서 현장 공기도 굉장히 무거웠거든요. 공간이 제 몸을 ‘짓누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그리고 한복을 입으면 사람의 풍채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카리스마가 느껴지잖아요. 상대 배우들에게서도 그 무게감을 느꼈죠. 원초적으로 느껴지는 무게감과 공기의 흐름을 감정 연기에 잘 활용하려고 했어요. 

원작 소설과 시리즈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원작에는 좀 더 잔인한 묘사가 많이 나와요. 시리즈에서는 다소 정제돼 표현한 부분들이 많고요. 그리고 책에는 더 많은 서사가 있어요. 예를 든다면, 책에서는 재이와 홍랑이 만나기 10년 전 재이가 홍랑을 구해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재이에게 많은 연민과 애정을 갖게 되죠. 그 부분을 시리즈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원작을 되뇌면서 연기에 몰입하려고 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는 무엇인가요.

‘탄금’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서 벌어지는 서사를 담고 있어요. 운명에 반하면서 의지대로 살고자 노력하죠. 그걸 가능케 했던 건 사랑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운명을 거스를 수밖에 없는 사랑이 주된 메시지이자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상대 배우인 조보아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보아 누나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에요. 밤새 액션 신을 찍은 날이면 보아 누나한테 “몸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라고 문자가 와요. 그런 연락을 받으면서 이 배우와 호흡을 잘 맞춰나가고 싶고 인간적으로도 잘 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로 봤을 때도 훌륭한 배우죠. 보아 누나는 1~10까지 슬픈 감정이 있다면 그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예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보아 누나의 눈만 봐도 눈물이 떨어질 때가 있었습니다.

애절한 사랑 연기도 강렬한데, 실제 이재욱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요.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편이에요. 재고, 밀고 당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극 중 아들 홍랑을 향한 민연의(엄지원)의 사랑처럼 무한한 사랑을 주려고 합니다.

탄금의 다음 시즌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다음 시즌을 결정하는 것이 제 소관은 아니라서요(웃음). 아직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홍랑’의 서사를 다룬 프리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랑이 다 성장한 다음에 극에 등장하니까요. 홍랑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스핀오프로 다뤄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액션 신은 만족하나요.

산에서 찍는 액션은 정말 고됐어요. 일단 스태프분들도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그 가파른 산길에 크레인이 올라와서 찍는 과정을 보면 부담감이 들더라고요.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빠르게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액션은 대역 없이 90% 정도 소화했는데, 몸이 부딪치는 위험한 장면이 있어서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어요. 촬영 전 일주일에 한 번은 액션 스쿨에서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액션 촬영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저희 촬영장에 재욱이가 많았어요. 김재욱 선배님도 계시고, 또 무술 감독님 성함도 장재욱이시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이 “재욱아!”라고 부르면 3명이 다 뛰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이재욱의 ‘퍼스널 컬러’는 한복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에서 완벽한 한복 옷태를 소화했다.

이재욱의 ‘퍼스널 컬러’는 한복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에서 완벽한 한복 옷태를 소화했다.

홍랑과는 다른 이재욱

홍랑의 등에 있는 문신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표정 연기가 인상 깊었어요.

처음에 심열국(박병은)이 저에게 “넌 무엇이냐”라고 물어요. 홍랑은 ‘어딜 가도 인정받지 못했는데 여기서도 물건 취급이네’라는 생각에 실소를 짓죠. 그 후 등에 새긴 문신이 공개되고 재이가 달려오는데, 실제로 뒤가 너무 서늘했어요. 문신은 아이를 많이 낳고 만사가 행복해지라는 의미의 부적인데, 남녀의 정사 장면이 등에 새겨졌다는 게 수치스럽잖아요. 그래서 그런 수치스럽고 속상한 마음 그리고 재이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마음을 빠르게 순차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체지방률이 5~6%까지 낮아졌다고요.

등에 새긴 문신을 보여줘야 해서 미리 몸을 만들었죠. 덜 먹고 헬스도 열심히 했어요. 밤샘 촬영하느라 식사를 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기도 했고요. 제가 사실 몸이 썩 좋지 않아서 그 노력이 잘 담기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살이 많이 빠져서 캐릭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캐릭터 자체가 몸과 마음이 많이 피폐한 인물인데요. 

우울한 감정, 인간적인 결핍 등 부정적인 마음을 계속 표현하다 보니까 실제로 몸이 무척 고되더라고요.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쉽지 않았죠.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좋은 도전으로 남았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실제 홍랑과 인간 이재욱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실 홍랑은 제 정서와는 굉장히 상반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군가 ‘이재욱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제게 묻는다면 포괄적으로 ‘굉장히 밝은 사람’이라고 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픔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웃음기가 많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도 역할과 인간적인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는 편이라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20대 배우 중 독보적인 존재감

요즘 20대 배우 중 대본이 가장 많이 가는 배우라는 평이 있어요. 무명 생활도 전혀 없었고요. 스스로 연기 생활을 자평해본다면요. 

데뷔는 어느 정도 운이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전공하다 보니 주변에 연기를 잘하고 잘생긴 친구들이 너무 많거든요. 데뷔작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안길호 감독님이 저를 보셨을 때 그날따라 기분이 좋으셔서 저를 뽑았을 수도 있죠. 그런 우연한 순간들이 기회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시작할 때는 한 작품이라도 주연으로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미 그 꿈을 이뤄서 감사할 따름이죠. 

이재욱이 가진 배우로서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날것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다만 작품이 하나의 ‘숲’이라면 그 속에서 너무 튀지 않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 또 전반적인 현장의 분위기 속에서 느낀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려고 합니다. 즉흥적으로 대사를 내뱉을 때도 있고요. 현장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을 잘 즐기려고 해요. 그러면 감독님들이 제 연기를 ‘입체적’이라고 평하면서 좋게 봐주실 때가 있어서요. 그런 부분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쉴 때도 연기 생각을 많이 하나요.

다른 히트 친 작품들에는 묘하게 질투심이 생겨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 영웅’인데, ‘저 캐릭터를 내가 연기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죠. 또 ‘저 대본이 왜 나한테는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칼 말고 주먹을 써서 하는 액션 연기에도 욕심이 있어요. 저는 새롭게 나온 작품들은 거의 챙겨 보려고 하는데, 그러면서 연기에 자극을 많이 받아요. 잘된 작품들을 볼 때마다 질투심이 생기니까 빨리 다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무엇보다 군대에 가서도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탄금’은 ‘금을 죽을 때까지 삼키는 형벌’을 뜻하는데요. 이재욱의 ‘금’은 무엇인가요.

‘결핍’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 만나는 것과 일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왜 이럴까?’ 고민해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잘 즐기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 그런 결핍을 계속 채우려고 일하다 보면 자칫 작품명처럼 금이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은 일하는 게 가장 행복하고, 오랫동안 즐기고 싶어요.  

#이재욱 #탄금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로그스튜디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