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새 생명이 찾아온 후, 우리 집 화음이 달라졌어요”

이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6. 04. 24

데뷔 20주년을 맞은 디바 임정희와 발레리노 김희현 부부, 행복을 향해 가는 두 사람의 앙상블.



2005년 ‘Music Is My Life’로 혜성처럼 등장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솔(soul) 디바로 자리매김한 임정희.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그의 곁에는 국립발레단 출신 발레리노 남편 김희현과 기적처럼 찾아온 아들 하임이 있다.

부부의 첫 만남은 2022년 공연 ‘탱고발레’에서 시작됐다. 소리로 감정을 전하는 디바와 몸짓으로 서사를 쓰는 발레리노. 서로 다른 언어를 표현하던 두 예술가는 연습실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 사랑을 찾았다. 김희현은 이미 정점에 선 디바가 신인처럼 성실하게 호흡을 조율하는 모습에 반했고, 임정희는 발레리노의 역동적인 도약 뒤에 숨겨진 섬세한 열정을 읽어냈다. 서로의 연습복이 땀으로 흠뻑 젖는 과정을 지켜보며 쌓인 예술적 존경은 결혼이라는 결실을 일궈냈다.

이들에게 찾아온 가장 큰 기적은 지난해 부모가 된 일이다. 4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의학적으로도 ‘기적’이라 불리는 자연임신 소식은 부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요즘은 아이 기상 시간에 맞춰 새벽 5시에도 눈이 떠져요. 예전엔 한창 작업하거나 잠들 시간이었는데 말이죠.” 



무대 위 조명보다 안방의 수면 등이 더 익숙해진 요즘, 디바와 발레리노는 기꺼이 ‘아들 바보’가 됐다. 

엄마가 된 후 노래의 깊이가 달라졌다는 임정희.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화려한 테크닉을 넘어 삶의 무게와 사랑의 농도가 짙게 배어 있다. 4월 23일 싱글 앨범 발표를 앞둔 지금, 두 사람은 음악과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동시에 만들어가고 있다. 소리와 몸짓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서로를 이해해온 이들은, 이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완전한 합을 맞춰가고 있다. 일상의 매 순간을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요즘 두 분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김희현(이하 김) | 피로감은 쌓이는데 아기 보는 게 지금은 제 일보다 더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스케줄을 좀 줄이면서 육아를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됐어요. 목욕시키고 안아서 놀아주고, 아들이다 보니 힘쓸 일이 많은데요. 놀아주고 힘쓰는 부분은 제가, 디테일한 케어는 와이프가 맡아서 육아를 하고 있어요. 

임정희(이하 임) | 가장 큰 변화는 밤 11시 전에 집 안 불이 꺼지고 아침에 일찍 켜진다는 거예요. 출산하고 나서 와인 한잔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아침에 후회하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시간도 다 줄이고 ‘일찍 자자’로 바꾸었죠(웃음). 주변에서 아들은 딸 키우는 것과 다르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고들 하시더라고요. 힘쓰는 일은 물론 기저귀 갈고 엉덩이 닦아주는 일 모두 남편이 전담으로 해주고 있어요.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임정희&김희현 부부와 아들 하임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임정희&김희현 부부와 아들 하임이.

두 분의 첫 만남은 2022년 ‘탱고발레’ 공연이었다고 들었어요.

임 | 예술감독 김주원 님이 주축이 된 공연으로, 탱고 음악 위에 클래식 발레의 선과 감정이 더해진 무대였어요. 뮤지컬 연출님의 권유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게 됐는데, 공연 안에서 대사와 노래를 담당하는 배우가 저 혼자였고 발레와의 협업도 처음이었어요. 그 공연에서 발레라는 장르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어요. 눈앞에서 턴을 돌고 점프하는 테크닉도 놀라웠지만, 그 위에 감정 표현을 얹어가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김 | 저는 연습실에서 아내를 처음 봤어요. 이미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위치에 있는 분인데 정말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 태도에서 호감이 생겼어요. 

발레 무대에서 마주한, 인생의 파트너

두 분이 가까워지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임 | 남편이 호감 표현을 조금 독특하게 하더라고요(웃음). 춘천 공연에 초대하면서 차를 두고 오라고 하기에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스승님과 교수님들이 다 계신 자리에 저를 데려간 거였어요. 그게 나름의 ‘데이트 신청’이었던 거죠.

각자 다른 예술을 하는 만큼, 서로에게 받는 영향도 클 것 같아요.

임 | 태교를 발레 공연으로 했을 만큼 남편의 예술 세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함께 공연을 보러 다니고 집에서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자주 불러줬는데, 지금도 아이가 제 노래를 들으면 울다가도 멈추더라고요. 무엇보다 무대 뒤에서 흘린 땀까지 가까이서 보게 되니까, 발레라는 예술에 대한 존경심이 훨씬 깊어졌어요.

김 | 아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감정 표현 방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요. 발레는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인데, 음악이 더해지면 움직임의 결이 훨씬 섬세해지거든요. 리듬에 따라 동작을 나누고, 그 안에 감정을 실어 표현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더 깊어졌어요.

 ‘뱃속 아이와 교감했던, 부부만의 특별한 ‘발레 태교’.

 ‘뱃속 아이와 교감했던, 부부만의 특별한 ‘발레 태교’.

결혼 후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요.

임 | 저는 계획도 많고 생각도 많아서 오히려 추진하기가 좀 버거운 성격이에요. 남편은 계획하고 바로 실천하는 행동파거든요. 함께 살면서 그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무대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걸 더 깊이 느끼게 됐죠.

김 | 신혼여행 때도 숙소를 미리 정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다녔을 만큼 자유롭게 살았는데요. 아이가 생긴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커지고 삶의 방식도 많이 달라졌어요(웃음).

결혼 후 힘든 시간을 겪으셨다고 들었어요.

임 | 결혼하자마자 임신하게 됐고, 공연 이틀 전 정기검진에서 유산 사실을 알게 됐어요. 바로 수술을 못 하고 그 상태로 무대에 서야 했죠. 다행히 남편과 함께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출퇴근길에도, 쉬는 타이밍에도 옆에서 많이 챙겨줬어요. 공연 끝나고 둘이 많이 울었어요. 공연을 취소할 수가 없으니까 힘든 마음을 그대로 노래로 풀어냈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니 그 공연이 저희 부부에게 가장 많은 일이 담긴 작품이 됐더라고요. 만남의 계기도, 결혼 과정도, 그 아픔도 모두 그 무대 안에 있었으니까요.

이후 44세 자연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임 |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는데, 사실 저희 둘 다 엄청 기뻐하거나 환호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한 번 안 좋은 기억이 있으니까 너무 기뻐할 일은 아니다 싶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섰거든요. 친구들이 “임신 소식을 들은 남편이 왜 춤추고 환호하지 않았냐, 서운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단호하게) 전혀요. 저희가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너무 잘 알았으니까요. 11주 차에 초음파로 아기가 좀 커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양가에 알렸어요. 그게 저희한테는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어요.

김 | 주변에서 “이건 기네스북에 올려야 한다”고 할 만큼, 44세 자연임신은 정말 희박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말을 들으니까 아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하임이를 처음 만난 순간은 어땠나요.

김 | 전치태반 진단을 받고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30분이면 된다던 수술이 1시간 반이 넘게 걸렸어요. 수술실 밖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를 닮아 목소리가 정말 컸던 것 같아요(웃음). 간호사 선생님이 손가락 10개와 발가락 10개가 다 있다고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데, 그게 그렇게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임 |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던 터라 전 출산 후 영상을 통해 하임이가 태어나던 순간을 보았어요. 진짜 목청이 좋았던 것 같네요(웃음). ‘하임’이라는 이름은 남편이 지었는데, 기독교적인 의미도 담기고 제 이름의 ‘임’ 자도 들어 있어요. 하임은 히브리어로 ‘생명’이라는 뜻을 가진 동시에 기독교적으로 ‘하나님의 임재’라는 의미도 있어요. 

‘엄마’가 된 이후 노래를 대하는 마음이나 무대 위 감정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임 | 같은 곡을 같은 무대에서 불러도 이제는 감정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고, 가정에서 충전하고 일하러 나오니까 에너지가 더욱 커져요. 노래도 더 풍부하게 나오는 느낌이에요.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에서 아빠가 된 지금의 소감을 들려주세요.

김 | 아기가 웃는 것만 봐도 너무 행복해요. 하임이가 놀면서 이렇게 웃어주면 저도 그냥 같이 행복해지거든요. 그 웃음이 집안 분위기를 되게 밝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40대면 발레리노가 현역으로 활동하기에는 쉽지 않은 나이인데, 제가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아이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하임이가 적어도 5세 정도는 돼야 기억할 것 같아서, 그때까지는 계속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열심히 하려고요.

44세에 자연임신을 하셨잖아요. 44라는 숫자가 많은 이에게 희망이 됐는데, 정작 본인은 어떠셨나요.

임 | 사실 그동안은 제 나이가 많은 게 별로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나이 많은 게 좋네, 싶었어요(웃음). 44세 자연임신이라고 하니까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돌이켜보면 조금 늦게, 철이 든 후에 아이를 만난 덕분인지 육아가 마냥 힘들지만은 않더라고요. 물론 백일 전까지 2시간마다 깨서 아이를 돌보는 게 체력적으로는 정말 고됐지만, 그 고단함마저 아까울 정도로 모든 순간이 그저 소중하고 귀해요.

발표를 앞둔 신곡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임 | 타이틀곡 제목이 ‘멈춰버린 시간의 끝에’예요. 4월 23일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 두 트랙으로 나와요. 처음에는 제가 요즘 느끼는 행복을 담아 희망적인 가사를 담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외부에서 들어온 수많은 데모 버전 중에 이 곡을 딱 듣는 순간,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아,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 싶어 엄선하게 됐죠. 듣자마자 귀에 꽂히는 부분이 있어서 기억하기 쉽겠더라고요. 곡의 무드를 살피다 보니 희망적인 내용보다는 세련된 이별 이야기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뜨거웠던 사랑의 온도가 서서히 식으면서 이별을 예감하는 내용으로, 봄과 초여름에 시원하게 들으실 수 있는 팝 스타일로 방향을 잡았어요. 작사는 회사 대표님이 맡아주셨고요. 데모 버전을 처음 들을 때는 가창력을 과시하는 곡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작업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지금까지 제가 부른 곡 중에 가장 고음이 많이 들어갔어요.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의 임정희.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의 임정희.

신곡 ‘멈춰버린 시간의 끝에’를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신곡 ‘멈춰버린 시간의 끝에’를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음악이나 모습이 있다면요.

임 | 가수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이제 엄마와 아내의 모습도 생겼으니까, 비슷한 나이대나 육아 중인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과 활동으로 폭을 좀 더 넓혀가고 싶어요. 5월에는 대학 축제나 행사장 등 더 많은 곳에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빠르면 가을에는 컴백할 계획이고요. 요즘 여성 솔로 가수들이 마음껏 노래할 자리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는데요. 그래도 SNS나 유튜브 채널 등 오히려 저를 더 솔직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 같아 그런 부분들도 잘 활용해보고 싶어요.

김 | 저는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을 때 좋은 공연들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발레리노 아빠의 춤추는 모습을 하임이가 직접 볼 수 있는 날까지, 몸 관리 열심히 하면서 무대에 오를 생각이에요.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임 | 아기가 있다 보니 이제는 즉흥보다는 조금 더 계획적으로 움직이게 됐어요. 가정도, 음악도 그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게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예요. 팬분들께는, 데뷔 후 20년 동안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엄마가 된 임정희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드릴지 많이 기대해주세요. 더 깊어진 감정으로 더 좋은 노래 가져올게요.

김 | 집에서는 아기 앞에서 음악을 크게 틀기가 어려워 이어폰으로 살짝살짝 들었는데, 곡이 한번 들으면 입에 딱 붙어요. 당연히 임정희가 부르는데, 다 좋겠죠! 4월 23일, 아내의 신곡 ‘멈춰버린 시간의 끝에’ 많이 들어주세요(웃음). 저도 더 멋진 무대 보여드릴게요.

#가수임정희 #임정희김희현부부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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