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프 정치 초대받은 한국 재계 총수들

한국 재계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 프로골퍼 브라이슨 디섐보(오른쪽) 등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을 가졌다. 

한국 재계 총수들이 10월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골프 라운드에 초대받았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3km 거리에 있는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라운드 일정은 공개했으나, 누구와 플레이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일정을 공개해온 관행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전설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90)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제안한 자리로, 한국계 일본 기업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 기업인을 초청하며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게리 플레이어는 2021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은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모임에 자주 등장하는 VIP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국내 주요 재벌 총수들이 단체로 미국 대통령 및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골프 라운드를 가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손 회장은 행사 내내 총무 역할을 맡았으며, 일본과 대만의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일부 참석했다. 

이날 라운드에는 총 12명이 참석해 4인 1조로 경기를 진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에 누가 포함될지 관심이 쏠렸는데, 손정의 회장, 게리 플레이어, 미국 프로골퍼 브라이슨 디섐보와 한 조로 경기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후원하는 신생 투어인 LIV에서 활동 중인 디섐보는 트럼프의 개인 행사나 자선 라운드에 단골로 등장하는 ‘친트럼프 인사’다. 

골프광 트럼프, 실력 검증된 인사들과만 라운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다. 20대 초반에 골프를 시작해 50년이 넘는 구력을 지녔으며, 실력은 싱글 골퍼 수준이다. 미국, 스코틀랜드 등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골프를 외교와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며, 올해도 50일 이상을 골프장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실력이 검증된 사람들과만 라운드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백악관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5분 리무진 차량으로 골프장에 도착해 오후 4시 50분까지 약 7시간 35분간 머물렀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웨스트팜비치 골프장까지 약 10분 거리 도로는 경찰에 의해 전면 통제됐으며, 검은색 차량 행렬이 텅 빈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한국 총수들은 수행원 없이 단체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일행이 골프장을 떠난 직후, 총수들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가 인근 5성급 호텔로 향했고, 호텔 로비에서는 손정의 회장과 한국 측 직원들이 포착됐다. 손정의 회장은 최근 오픈AI, 오라클과 손잡고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이번 마러라고 회동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투자 유치 행사에서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한미 기업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당시에도 마러라고를 찾아 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이후 트럼프는 손 회장을 “해결사(go-to guy)”로 부를 만큼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과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이날 한국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로 라운드를 하진 않았지만, 경기 전후로 대미 투자, 반도체 공급망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와 앞으로의 지속적인 투자 의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으며,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하루 전 무역 협상 관련 질문에 “미국으로 수천억 달러, 조 단위의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공정의 의미”라고 말한 바 있어 이번 만남에서도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확대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10월 17일에는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주최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만찬이 열렸는데, 1인당 참가비가 100만 달러(약 14억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을 마친 뒤 이재용 회장은 10월 20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곧바로 귀국했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 김동관 부회장도 서둘러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의선 회장은 현지 사업장 점검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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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뉴스1 게티이미지

사잔출처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