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왕의 후비 중 한 명인 순비의 의상이 고증을 통해 재현됐다. [
고려는 중세의 군사문화 강국으로, 섬세하고 화려한 불교문화를 발전시켰다. 또 여러 차례의 외침을 겪으며 다채롭고 복합적인 문화가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사’에 기록된 1311년 12월 연회의 한 장면을 담아냈다. 충선왕의 후비 중 한 명인 순비가 중국 원나라 황후에게서 원의 부인용 모자 ‘고고’를 선물 받은 후 개최된 기념 연회다.
여기에 또 한 명의 후비인 숙비가 참가해, 왕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의상을 갈아입으며 순비와 세력을 다투었다고 한다. 당시 충선왕의 여러 비 중 미모와 총애로 세력을 얻은 숙비와 순비의 사이는 매우 좋지 않았다. 두 후비 모두 고고를 원으로부터 선물 받아 생존을 건 세력 다툼을 이어나갔다. 이번 전시는 당시 실제 열린 연회를 소재로 스토리를 담아,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고려의 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콘텐츠로 만들었다.
1311년에 고고를 먼저 받은 것은 충선왕의 총애를 받던 숙비였다. 라이벌인 순비는 자신도 충선왕에게 부탁하여 당시 전성기를 맞은 원 황실로부터 여성 권력의 상징인 고고를 선물 받아 입지를 다지고자 했다. 순비는 기념 연회에서 백관들의 축하를 받으며 선물을 과시했는데, 이를 반길 리 없는 숙비는 왕의 화해 명령을 무시하고 여러 차례 순비와 의상을 갈아입으며 신경전을 벌인다.
‘부활하는 고려 二, 그 연회는 전쟁’ 전시에서는 일러스트로 재현된 고려 복식을 만날 수 있다.
최 교수는 다양한 참고 문헌을 통해 고려 복식을 재현했다. 고려불화에 그려진 왕비 복식을 참고해 긴 반비와 넓은 소매의 포와 두르개 등을 만들었고, 고려 문인 이제현의 시구와 ‘악학궤범’을 참고해 처용 복식 등을 제작했다. 수작업과 포토샵을 이용한 일러스트도 찾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후비들의 실물 재현 연회복이 전시돼 일러스트와 실제 복식의 특징을 비교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번 전시 작품은 복식 고증 전공자가 연구 결과를 발전시켜 문헌에 근거한 스토리텔링을 모두 종합해 제작한 고려 복식 콘텐츠”라며 “각 인물의 신분과 사연을 살펴보며 즐겁게 감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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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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