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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고위험군 모니터링 폐지, 취약계층 ‘비상’

유명무실 ‘원스톱 진료기관’ … 전문가 “방역 아닌 방치”

이경은 기자

2022. 08. 24

6월 28일 경기 수원시 재택치료 추진단 관계자가 현수막을 떼고 있다.

6월 28일 경기 수원시 재택치료 추진단 관계자가 현수막을 떼고 있다.

“혼자 사는데 코로나 상태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60세 이상·면역저하자 등)에 속한 신 모(92)씨는 매일 보건소에서 걸려오던 확인 전화가 끊어지자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고령층 등 코로나 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재택치료 모니터링 제도’(이하 모니터링)를 8월 1일부터 폐지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이 폐지된 후 고령층 등 고위험군 어르신들과 그 가족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 중에서도 돌봐 줄 이 없이 혼자 사는 고위험군 어르신들은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홀로 사는 최 모(86)씨도 “이제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알아서 조심해야할 것 같아서 최근 4차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69명 늘어난 573명으로 4개월 만에 최고치(8월 24일 0시 기준)를 기록했다. 이중 60세 이상은 493명으로 전체 위중증 환자의 86%를 차지한다. 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보다 11명 늘어난 63명으로, 이중 60세 이상은 95.2%(60명)에 달한다. 이런 악화일로의 상황에서 모니터링이 폐지되자 전문가들 사이에 “고령층의 생명을 담보하는 버팀목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모니터링 없어 불안하다”

그간 정부의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에 확진된 재택치료자 중 60세 이상·면역저하자 등을 집중관리군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실시해왔다. 각 지역 보건소가 지정한 담당자가 매일 집중관리군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해 증상과 상태를 확인한 다음 그에 맞게 대응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8월 1일부터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가 코로나19 증상을 느낄 경우 직접 ‘원스톱 진료기관’을 찾아가 진단·처방을 받아야한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 원스톱 진료기관 의료기관명, 위치 등이 담긴 종이 안내문을 제공한다. 또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에는 지역 내 원스톱 진료기관을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홈페이지 링크가 휴대전화로 발송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고위험군 대다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정보 활용능력이 낮은데다 코로나19 증상이 심해지면 혼자 이동하기조차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한 보건소 재택치료 담당자는 “‘원스톱 진료기관’을 홍보하고 있으나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어르신이 많다”며 “이전만큼 취약계층에 지자체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어촌 지역 고령층은 집에 와이파이가 없거나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원스톱 진료기관’을 직접 찾아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모니터링은 고위험군 확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해왔다. 서 모(26)씨의 조부모는 지난 3월 부부가 동시에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받았다. 서 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재택치료 중 문제가 생기면 전화 대기 없이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어 덜 불안해 하셨다”며 “모니터링 폐지는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보건소 역학조사 관계자는 “8월 1일부터 고위험군 재택치료자에게 모니터링이 폐지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자신을 전담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한다”며 “집에 혼자 있다가 위·중증 증상이 나타나면 직접 병원으로 이동하거나 119에 신고해야하는데, 심적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의료공백을 우려해 ‘자급자족’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보건소는 8월 1일부터 지역 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양천구 보건소 재택치료팀 관계자는 “혼자 사는 고위험군 확진자의 경우 중증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8월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이 발표한 확진자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은 약 18%지만 사망자 비율은 94%에 달한다.

찾고, 확인하고, 예약하고… ‘원스톱’ 맞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의료진들이 음압병상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의료진들이 음압병상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모니터링 정책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원스톱 진료기관’ 대면진료를 제시했다. ‘자율방역 기조’에 맞춰 코로나19 대응을 일반 의료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원스톱 진료기관에선 검사·진료·처방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기관별로 검사·진료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 17일 기준 전국 원스톱 진료기관 9945곳 중 PCR 검사가 가능한 곳은 2672곳뿐이다.

비대면 진료 가능 여부도 병원마다 다르다. 8월 16일 기준 전남 고흥군에 있는 원스톱 진료기관 14곳 중 12곳은 재택치료자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하다. 고흥군 고령인구 비율은 40%(2020년 9월 기준)에 달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화로 확인·예약 후 방문하길 권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의대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료제나 입원 필요 여부를 환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말이 되냐”며 “윤석열 정부의 방역 상황은 이전 정부보다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원스톱 진료기관 개수만 채울 것이 아니라 진료기관 운영 체계를 정상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7월 1일 원스톱 진료기관 1만 개소 목표 달성을 위해 참여 대상을 내과 계열에서 의과 전체로 확대했다. 8월 17일 기준 원스톱 진료기관 9945개 중 122곳은 정형외과, 40곳은 신경외과, 36곳은 마취통증의학과, 42곳은 산부인과, 12곳은 비뇨기과다.

“대안 없는 자율방역은 방치”

8월 15일 광복절 연휴에도 시민들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에서 길게 줄 서 있다.

8월 15일 광복절 연휴에도 시민들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에서 길게 줄 서 있다.

김 교수는 “대안 없는 자율방역은 방치”라며 “윤 정부 방역 기조인 표적방역, 과학방역에 맞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축소한 대신 고위험군 확진자 관리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이 확진되면 원스톱 진료기관에 바로 연계해 상태를 진단받고 빠른 시일 내 치료제 처방을 받게 하는 식이다.

이재갑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고위험군에 대한 대안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인력이 부족해 고위험군 전체 모니터링이 힘들면 중증화에 더 취약한 독거노인·80대 이상으로 범위를 줄여서라도 재택치료 관리는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자율방역 #코로나19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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