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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k-power

세계 문화판 뒤집은 한국 웹툰, 다음 주자는 누구?

글 김윤정 프리랜서 기자

2022. 03. 20

‘D.P.’ ‘지옥’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 최근 글로벌 OTT를 타고 세계를 열광시킨 한국 드라마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계 시청자가 주목하는 K콘텐츠의 원천, 신(新)한류 역사를 쓰고 있는 웹툰의 당찬 행보를 보자.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포스터(왼쪽)와 이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해 세계적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한 장면.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포스터(왼쪽)와 이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해 세계적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한 장면.

종이책으로 만화를 즐기던 시절에는 마블과 DC 코믹스로 대표되는 미국 만화, 그리고 ‘망가’라는 단어로 널리 알려진 일본 만화가 세계 시장을 양분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고 만화를 모바일로 즐기는 시대가 열리며 상황이 달라졌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국 웹툰이 인터넷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환호의 대상이 된 것.

과거 만화가가 되려면 기성 작가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웹툰은 이러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이제는 누구나 자기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평가받을 수 있다. 문제는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의 홍수 속에서 독자 눈에 띄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 점점 더 신선한 소재, 더 기발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현재 한국 웹툰계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은 모두 이렇게 치열한 ‘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것들. 우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글로벌 OTT가 보기에 매력 있는 투자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OTT, 웹툰 플랫폼의 동반 비상

웹툰 ‘지옥’의 한 장면.

웹툰 ‘지옥’의 한 장면.

기존 방송사들은 제작비와 심의 등의 문제로 웹툰에 섣불리 손을 내밀지 못했다. 글로벌 OTT는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 덕에 좀비, 괴수 같은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 글로벌 OTT를 통해 영상화되며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웹툰 영상화는 해당 작품을 연재한 플랫폼 기업에도 큰 이익이 된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금 우리 학교는’을 공개한 뒤 일주일 만에 동명 원작 웹툰 주간 조회수가 80배 늘었다. ‘지옥’ 공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웹툰 ‘지옥’의 주간 평균 조회수가 22배 뛰었다. 더 많은 사람이 웹툰을 본다는 건 유료 결제 수입이 늘어나는 걸 의미한다. 해당 플랫폼에 신규 이용자가 대거 유입되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웹툰의 지적재산권(IP)을 가진 플랫폼은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최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속속 확인되는 만큼, 막강한 웹툰·웹소설 라인업을 가진 플랫폼 기업들은 영상물 제작을 위한 원작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작품이 제2의 ‘지금 우리 학교는’이 될 수 있을까.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은 ‘술꾼도시여자들’의 원작은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이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은 ‘술꾼도시여자들’의 원작은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이다.

우선 올 상반기 넷플릭스가 내놓을 ‘안나라수마나라’가 눈에 띈다. 지창욱·최성은 주연으로, 너무 일찍 어른이 돼버린 소녀와 어른이 돼서도 아이로 남고 싶어 하는 미스터리한 마술사의 만남을 다룬 이야기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넷플릭스는 고현정·안재홍·염혜란을 캐스팅한 ‘마스크걸’ 제작에도 한창이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이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원작 웹툰은 허를 찌르는 전개와 외모 지상주의를 날카롭게 꼬집는 메시지로 화제를 모았다. 스릴러와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매력으로도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영화 ‘더 킹’과 ‘관상’을 만든 한재림 감독 연출, 류준열·아이유(이지은)·박정민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머니게임’ 역시 배진수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다. ‘머니게임’과 ‘파이게임’ 두 편을 토대로 하되, 기존 내용을 그대로 영상화하지는 않고 설정만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8부 제작 예정. 어느 OTT에서 방영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사냥개들’ 역시 기대작이다. 돈을 좇아 사채업계에 발을 들인 세 남녀가 거대한 세력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우도환·김새론·이상이가 주연을 맡았다. 박성웅, 허준호가 극의 긴장을 높일 김명길, 최 사장 역에 각각 캐스팅됐다.

누적 조회수 34억을 넘긴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동명의 티빙 드라마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누적 조회수 34억을 넘긴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동명의 티빙 드라마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누적 조회수 34억을 넘긴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흥행에 성공한 티빙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 상반기 시즌 2를 방송한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 가산점을 얻고자 군대에 가서 미확인 물체와 싸우는 내용의 하일권 작가 SF 스릴러 ‘방과 후 전쟁활동’, 곽백수 작가의 네이버 장수 웹툰 ‘가우스전자’ 등도 드라마 제작에 한창이다.

카카오도 현재 웹툰·웹소설 50여 편의 영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MBC와 웨이브를 통해 방송되는 ‘트레이서’는 검은돈 세탁 전문 회계사가 국세청의 비리를 파헤치고자 세무 공무원이 돼 펼치는 활극을 그린다. 카카오 일본 플랫폼인 픽코마에서 1위를 차지한 웹소설 ‘사내맞선’도 동명 드라마로 제작돼 SBS 전파를 탄다. 카카오는 검증된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노블코믹스’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MBC ‘옷 소매 붉은 끝동’, tvN에서 방영된 ‘그녀의 사생활’(2019),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은 노블코믹스를 다시 영상화한 작품이다.

대규모 제작비에 초특급 캐스팅 눈길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와 ‘지옥’은 참신한 소재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주목받았다(왼쪽부터).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와 ‘지옥’은 참신한 소재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주목받았다(왼쪽부터).

1세대 스타 웹툰 작가 강풀의 ‘무빙’도 드라마로 제작된다. ‘무빙’은 초능력을 가진 가족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우는 액션 히어로물. 배우 조인성·한효주·류승룡·차태현 등이 출연을 확정했고, 제작비 500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 예정이다.

지난해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돼 많은 사랑을 받은 ‘술꾼도시여자들’ 시즌 2도 조만간 시청자를 만날 예정.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교생의 미움을 잔뜩 받는 ‘아싸’ 남학생과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인기 만점 ‘인싸’ 여학생의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웹툰 ‘빌린 몸’도 올해 콘텐츠 공개를 목표로 제작에 한창이다.

이 밖에 항일운동 상황을 배경으로 안데르센 동화 ‘인어 공주’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네이버 웹툰 ‘고래별’, 버려진 입양아와 입양 브로커 조직의 이야기를 담은 카카오 웹툰 ‘아이쇼핑’이 영상 콘텐츠 제작을 확정하고 캐스팅, 편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

웹툰·웹소설 콘텐츠 기업들 또한 OTT와 손잡고 영상화 작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리디북스는 왓챠와 함께 ‘시맨틱 에러’를 내놨다. 투믹스에서 연재한 이윤균 작가의 ‘택배기사’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 택배기사 역은 김우빈, 상대 ‘사월’ 역은 이솜이 각각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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