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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column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윤여정의 공통점

#Some Kind of a Fresh

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21. 09. 21

2021 F/W 루이비통 모델로 나선 방탄소년단.

2021 F/W 루이비통 모델로 나선 방탄소년단.

요즘 시대를 두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만큼 세상에는 이미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기가 더 힘든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오늘도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새로운 것을 찾는다.

새로움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에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그 실체를 쫓고, 적응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세상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대대적으로 새롭게 세상에 등장하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또한 소소하게 개개인이 지닌 천차만별의 의견들과 각양각색의 취향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그렇게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세대의 의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것은 예전만큼 대대적인 환대를 받지 못하고, 너무도 짧아진 등장 주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다.

이제 더 이상 새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트렌드의 핵심 요소가 아니게 된 것일까? 트렌드의 키워드에서 새로움을 과감하게 제외시켜야 하는 상황에 온 것일까? 새로운 것은 더 이상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게 된 것일까?

새로움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21년 현재 미국에서는 2가지의 상반된 현상이 존재한다. 하나는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된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바다 건너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콘텐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다. 한국에 대해선 한국전쟁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김씨가 많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던 이들도 영화 ‘기생충’을 보고 봉준호 감독을 알게 되자 다른 한국 감독들의 작품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K팝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방탄소년단이 전부였던 사람들은 그 외 또 어떤 뮤지션들이 있는지 궁금해하며 K팝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지만 이 모든 변화는 불과 지난 10년 안에 일어난 것이다. 억지로 이루려 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작은 흐름들이 모이고 모여 자연스레 큰 흐름이 만들어졌고, 그 큰 흐름은 점차 체계화되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렇게 세상의 변화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지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진행 중이고 진화하는 것일 뿐.


안티 디지털, 뉴트로, 크로스오버…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시도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분명한 것은 아직도 트렌드의 중심에는 ‘새로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새로움은 이전 시대가 말하던 새로움과 조금 느낌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방탄소년단이나 봉준호 감독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타임’이 선정한 ‘2021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배우 윤여정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한 새로움이라기보다는, 새롭게 발견되거나 새롭게 해석되거나 혹은 새롭게 정의된 새로움이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존재한다. 바로 ‘뉴’보다는 ‘프레시’라는 의미를 더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새롭다’가 아닌 ‘신선하게 새롭다’는 의미, ‘프레시니스(Freshness)’가 트렌드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시대의 트렌드에서도 새로움은 변함없이 중요한 키워드임은 분명하지만, 그 새로움의 의미가 신선한 새로움, 바로 프레시니스로 진화한 것이다.

9월 멧 갈라에 참석, 패션계 K팝 스타의 영향력을 입증한 블랙핑크 로제.

9월 멧 갈라에 참석, 패션계 K팝 스타의 영향력을 입증한 블랙핑크 로제.

이 시대의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가 이끄는 트렌드 역시 완전무결하고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하늘 아래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라 해도 신선한 시선으로 보고, 신선한 기준으로 판단하며, 신선한 방법으로 해석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발전된 기술과 퀄리티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한 번도 접한 적 없었던 이전 시대의 산물인 LP와 턴테이블로 음악을 즐기는 것에 심취하거나, 높은 해상도의 스마트폰 카메라도 좋지만 즉석 카메라나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안티 디지털, 혹은 지난 세대의 유행에 현재의 유행을 접목시키는 뉴트로적인 접근법, 그도 아니면 지금 세대의 나이를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노포의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크로스오버 또한 이 시대에 재발견되고 재해석되고 재정의된 ‘프레시니스’인 것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브랜드나 기업들에게도 프레시니스는 이미 당면 과제가 되었다.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과 개인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은 새로운 세대. 이 세대가 쉽게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사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찾을 수 있는 해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무결한 새로움보다는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새롭게 발견해서, 새롭게 해석해내어, 새롭게 구성하거나 정의할 수 있는 ‘프레시니스 코드’를 찾아내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도 ‘오, 이거 신선한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프레시니스를 찾아보면 어떨까.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 최전선의 마케팅 인사이트를 담은 저서 ‘프레시니스 코드’(리더스북)을 펴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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