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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양나래 변호사 “야무지게 이혼시켜 드립니다”

오홍석 기자

2023. 02. 28

이혼에 관한 ‘썰’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나래 변호사.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이혼의 세계에서 그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발랄함을 선보인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혼 관련 법률 용어를 ‘세 치 혀’로 가볍게 풀어내 주는 그를 만났다.



제목과 달리 실상 ‘이혼 이야기’에 가까운 영화 ‘결혼 이야기’. 영화에 등장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 로라 던은 이혼을 망설이는 스칼렛 요한슨을 부추겨 소송에 착수한다. 작은 증거도 크게 부풀려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고 현란한 말솜씨로 법정에서 상대방을 구석에 몰아넣는다. 무릇 이혼 전문 변호사라면 영화 속 모습과 비슷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실제로 만난 양나래 변호사는 이런 편견을 한 번에 깨줬다. 자기소개를 요청하자 “야무지게 이혼시켜드립니다”라고 말하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직업에 걸맞게 가사 사건과 불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똑 부러지게 답했다.

앙나래 변호사가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MBC 예능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세치혀’)에 출연하면서다. ‘세치혀’는 상대방보다 방청객을 혹하게 하는 ‘썰’을 풀어 방청객의 선택을 받아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그는 지난해 12월 파일럿 방송에서는 아쉽게 상위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되면서 다시금 출연을 확정 지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공개적으로 ‘말싸움’하는 프로그램인데, 걱정되진 않았나요.



제가 푼 ‘썰’의 소재가 불륜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신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매일 보고 듣는 일이라,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못했거든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곤 있지만 방송은 또 다른 재미를 주더라고요.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배우 주지훈 씨가 저의 존재를 안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웃음).

처음부터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었나요.

변호사 중에는 자기의 업무 분야를 직접 선택하는 분도 있지만 아닌 분도 많아요. 일반적인 경우,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처음 취직하는 회사에서 주로 맡는 분야가 무엇인지에 따라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자연스럽게 정해지죠. 저도 처음에는 이혼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었는데, 제 선임 변호사님이 가사 사건을 주로 맡아서 저도 이혼 사건을 주로 다루게 됐어요. 어느 순간 제일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가사 사건이 됐죠.

지금까지 이혼소송을 몇 건이나 맡았나요.

다 세어보지는 않아 정확한 숫자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1년에 대략 200건 정도 맡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네요. 이혼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주로 어느 연령대인가요.

변호사 1~2년 차 때만 해도 50대, 60대 어머님과 아버님이 많았어요. 이제 자식들도 다 컸고, 더는 참고 살기 싫다는 분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결혼한 지 3년도 안 된 젊은 부부가 많아요. 자식이 있어도 억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죠. 오히려 부부끼리 매일 싸우는 게 아이들한테 더 안 좋으니, 빨리 헤어지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법정에서 주로 어떤 사안을 가지고 다투나요.

크게 3가지로 나뉘어요. 위자료, 재산분할, 그리고 양육과 친권이죠. 신혼인 경우 재산 형성이 많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툴 게 거의 없어요. 주로 위자료나 아이는 누가 키울 것인지, 양육비는 누가 얼마를 줄 건지를 가지고 다투죠.

양나래 변호사는 “아이 때문에 산다고 말하는 부부는 이혼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양나래 변호사는 “아이 때문에 산다고 말하는 부부는 이혼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양한 사례를 접하셨을 텐데 이혼의 주된 사유는 뭔가요.

불륜이에요.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유흥업소에 가는 것 같은 경우를 포함하면 체감상 이혼 사유의 약 80%가 불륜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부차적으로 성격 차이라고 말하는데, 누구나 성격 차는 있잖아요. 부부간에 경제적 관념이 다르다든가, 일방적인 이해를 바란다든가 하면 두 사람이 서로 안 볼 것같이 싸워도 다시 화해하고 조율해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반면 불륜은 한 번 신뢰를 저버리면 상대방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안기기 때문에 이혼을 택하는 이가 많죠.

불륜 사건을 다루다 보면 황당한 일도 많을 것 같은데요.

최근에 경험했던 일인데, 배우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때 배우자의 짐이나 휴대전화를 정리하다가 배우자가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때 배우자를 잃었다는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긴 했나’ 하는 좌절감이 몰려오죠. 그래서 소송을 제기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망자를 상대로는 소송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사망한 배우자와 바람피운 사람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거죠.

배우자의 바람이 의심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차분해져야 해요. 저 같아도 배우자가 바람피운다면 눈이 뒤집히겠지만 차분하게 마음먹고, 결정적인 증거들을 확보해야 해요. 바람피운 배우자가 눈치채고 증거를 없애버리거나 적반하장으로 의처증, 의부증으로 모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바람 낌새가 느껴지면 블랙박스 영상이나 내비게이션 검색 내역 같은 발뺌 못 할 증거를 수집하려고 노력하셔야 해요.

과거 간통죄는 현장에서 잡아야 했는데, 민사로 다툴 때는 불륜을 어떻게 입증하나요.

과거에는 직접적인 성관계 증거가 필요했어요. 드라마에서도 경찰을 대동하고 모텔을 덮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잖아요. 그런데 이런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려다 법을 어겨 역으로 된통 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문을 따고 들어간다든지, 휴대전화를 해킹한다든지,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든지. 요즘은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손잡고 있는 사진도 증거로 채택돼요.

흔히 간통죄가 폐지되고 불륜이 많이 늘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는 어떤가요.

원래 많았죠(웃음). 드러나는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혼이혼도 증가하는 추세인데 노부부 상담도 자주 하시나요.

황혼이혼이 어느 시점까지 증가한 건 사실인데, 최근에는 체감상 준 것 같아요. ‘졸혼(卒婚)’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벌어진 변화인 것 같아요. 이혼은 너무 팍팍하니까 법률적으로 혼인 관계는 유지하되 부부관계를 졸업하는 거죠. 졸혼을 통해 각자 떨어져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살기로 결정한 부부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을 끝내기도, 붙이기도 하는 말

양나래 변호사는 부부관계에서도, 이혼 과정에서도 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나래 변호사는 부부관계에서도, 이혼 과정에서도 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나래 변호사는 긴 이야기를 해도 끝까지 길을 잃지 않고 본론으로 돌아와 끝맺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부부 사이에도 ‘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이 가지는 힘은 매우 커요. 처음에는 무조건 이혼소송을 하겠다는 분도 말 한마디에 감정이 풀어지기도 하고, 20년 넘게 금슬 좋게 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말 한마디에 갈라서는 분도 있죠. 부부가 같이 살다 보면 당연히 다툴 일이 생기겠지만, 그럴 때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잘 돌려 말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이혼을 말리는 경우도 있나요.

저를 찾아오시는 분 중 당일에 바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는 없어요. 무조건 좀 더 생각해보고 오시라고 말씀드리죠. 의뢰인분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저를 위해서이기도 해요. 명절 기간이 끝나면 이혼하겠다고 찾아오시는 분이 많은데, 일시적인 감정이나 충동에 이끌린 결정이다 보니 소송 도중에 “변호사님, 과연 이혼하는 게 맞을까요” 하면서 마음이 약해지는 분이 많거든요. 자칫 의뢰인 인생에 제가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라고 얘기해요. 설령 제가 누군가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면 저 자신도 너무 괴롭잖아요. 저를 찾아오는 분 10명 중 2~3명 정도가 소송을 진행해요. 또 이혼한다고 해도 협의를 시도해볼 만하면 협의 이혼하시라고 하지 무조건 소송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말을 잘하는 능력이 변호사 생활에 도움이 되나요.

재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사실 변호사에게 더 자주 요구되는 능력은 말하기보다 글쓰기예요. 그렇지만 말을 잘하는 게 의뢰인분들을 설득할 때 도움이 되긴 하죠. 또 이혼소송은 재판에 들어가기 전 조정절차를 거치는데 여기서도 도움이 많이 돼요. 판사가 아닌 민간 조정위원들이 들어오시는데 아무래도 법리적인 다툼보다는 인정이 개입될 여지가 있죠. 조정하는 자리에서 완곡하고 부드럽게 말하면 심하게 얼굴 붉히지 않고 결혼 생활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사람들이 이혼해야 할까요.

이혼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되겠지만, 혼인 생활을 지속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울 땐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애 때문에 산다”예요. 이런 분 중 대부분이 배우자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아요. 아이들 정서에 매우 안 좋죠. 아이를 위해 이혼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 정도로 못 살겠으면 이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야무진 이혼’은 어떤 건가요.

이혼은 ‘할까 말까’ 고민할 때 하는 게 아니에요. 힘들지만 결혼 생활을 끝마치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게 낫다는 확신이 들 때 하는 거죠.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면, 재산분할은 물론이고 위자료도 야무지게 받아야죠. 자녀 양육을 맡게 된다면 상대방에게 양육비도 제대로 받아야 하고요. 이런 부분을 제가 도와드리는 거예요. 많은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이혼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나중에 후회는 하지 말아야죠. 그게 제가 생각하는 ‘야무진 이혼’입니다.

#양나래변호사 #이혼전문변호사 #불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조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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