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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서 노는 회장님들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1.03.29 10:30:02

기업 회장님들의 육성을 스마트폰으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면? 핫하다는 SNS ‘클럽하우스’에 국내 유수 기업 CEO들이 출몰하고 있어 화제다.
이름만 들으면 새로 생긴 물 좋은 클럽인 듯하지만 아이폰만 있으면 입장할 수 있는 앱이 연초부터 MZ세대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인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의 개발자 로언 세스가 의기투합해 만든 실시간 음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클럽하우스’가 바로 그것. 지난 한 해 동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 및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미국 내 기업인과 정치인, 연예인 등으로 이용자들이 확대됐다. 이용 지역도 미국에서 유럽, 아시아, 남미, 중동 등으로 점점 확산돼 지난 2월 기준 8백만 명이 다운로드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SNS

보통의 SNS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검색해 설치하면 되지만 클럽하우스에는 이용에 제약이 따른다.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에만 설치할 수 있고, 이미 가입한 사람들로부터 초대장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 초대장을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 앱을 깔아두면 대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데 먼저 가입한 지인이 초대해주면 승인 절차를 거쳐 활동할 수 있다. 초대장은 가입과 동시에 3장이 지급되는데 초대를 많이 할수록 추가 초대장이 3장씩 계속 지급된다. 초대장을 누구에게 받아 언제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는지 개인 프로필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인맥 관계를 파악하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용자 수가 지난 2월 20만 명을 돌파했다. 

가입은 까다롭지만 사용법은 일반적인 SNS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용자가 가입할 때 정치, 예술, 건강, 이슈, 스타트업 등 관심 주제를 선택하면 메인 화면에 관심 있을 만한 주제의 방이 리스트업되고 그중에 원하는 방을 선택해 들어가면 된다. 방을 개설한 사람(모더레이터)은 발언할 사람(스피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 대화에 참여하고 싶다면 손 모양의 버튼을 눌러 발언권을 얻으면 된다. 

방을 나갈 때는 ‘Leave Quietly(조용히 떠나기)’를 눌러 종료할 수 있다. ‘말로 하는 트위터’란 별명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오픈형 라디오’에 가깝다는 게 중론. 이용자들은 마치 라디오 생방송 스튜디오를 골라 들어가 진행자들과 직접 대화하는 듯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클럽하우스가 더욱 화제가 된 건 거물급 인사들의 출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클럽하우스에서 미국의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의 CEO 블라디미르 테베브와 게임스톱 공매도 사건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던 중 “비트코인을 지지한다”며 “최소한 8년 전에 샀어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그가 15억 달러(약 1조7천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비슷한 시기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개발 중인 가상현실(VR) 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2’에 대한 설명과 VR 시장에 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먼저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을 비롯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등이 일찌감치 가입했다. 2월 초 이들은 ‘스타트업 씬’이란 주제를 놓고 스타트업 설립을 꿈꾸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1천 명 이상이 모여 당초 예정했던 2시간을 훌쩍 넘겨 자정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비슷한 시기 모바일 금융 스타트업인 토스의 이승건 대표와 직원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앞두고 ‘토스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인 곳’이란 방을 열었고, 많은 이들이 채용에 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방불케 했다.

정용진 등장에 야구팬 환호, 정태영은 연예인급 인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클럽하우스 프로필 페이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클럽하우스 프로필 페이지.

재계 거물급 인사들도 줄줄이 가입해 셀렙으로 등극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월 15일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T&C)재단 이사장의 초대로 가입했고, 같은 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가입했다. 이에 앞서 2월 6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의 초대로, 비슷한 시기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가입했다. 이들은 단기간 팔로어를 1천 명 이상 모으며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최성환 SK네트웍스 상무,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 등 재계 3세들도 대거 가입했다.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그는 토요일이던 2월 27일 저녁,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스스럼없이 1만 이용자들과 소통했다. 무엇보다 신세계 야구단(SSG 랜더스)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언론을 통해 SK와이번스 인수 소식만 알려진 터라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새로운 구단명 후보군과 공개 시기, 팀 컬러 선정 등 야구단과 관련된 질문에 상세히 대답했다. 

또 홈구장의 스타벅스 및 노브랜드 버거 입점 계획 등과 같은 다소 엉뚱한 질문도 쏟아진 가운데 “2023년 준공 예정인 인천 청라 스타필드에 돔구장을 건설할 수도 있다”는 신사업 계획까지 알리기도 했다. 더불어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10연승을 할 경우 시구자로 나서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우승컵을 거머쥔 NC다이노스의 구단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야구팬 사이에서 ‘택진이 형’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것에 부러움을 표하며 자신도 ‘용진이 형’이라 불러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이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다. 그는 가입하고 일주일 뒤인 2월 15일 ‘현대카드가 공간을 만드는 이유’라는 이름으로 방을 열어 2시간 넘게 이용자들과 현대카드의 경영철학 및 경영가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1일에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비하인드썰’이란 제목 아래 그룹 잔나비의 최정훈, DJ 소울스케이프, 류수진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브랜드2실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3월 4일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해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 오승필 현대카드 디지털부문 대표 등과 함께 토론을 벌였다. 

정 대표이사는 3만7천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클럽하우스 방 개설 시간을 미리 올려 청취자들을 모으는 등 적극적으로 클럽하우스를 즐기는 모양새다. 심지어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아싸’ 음악인 유희열을 클럽하우스로 입성시는 데 성공했다며 클럽하우스 운영진을 향해 “내 영업실적 보고 있나?”라는 멘트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기기도 했다. 

재계의 ‘트렌드세터’로 꼽히며 SNS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두 그룹의 오너가 클럽하우스에 나타난 뒤 다음 주자는 누구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입한 지 한 달이 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클럽하우스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 이런 가운데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너들의 클럽하우스 등장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마케팅 부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대기업 오너가 언론이나 SNS에 잘 나서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재벌에 대한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은 오너들이 사석에서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앞으로 클럽하우스에서 오너들의 허심탄회한 발언을 기대하기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 뉴시스AP 클럽하우스 및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여성동아 2021년 4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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