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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병기’ 아내, 부통령 해리스…바이든의 파워 우먼들

글 정혜연 기자

2020. 11. 06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78)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 측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내년 1월 20일 열릴 취임식에 앞서 정권 인수 준비에 나섰다. 

대통령 선거는 당내 주요 인사부터 선거 캠페인 봉사자까지 합심해야 승리를 이룰 수 있다. 특히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면 여성 참모진과 배우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선전한 데에도 이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교사직을 잠시 내려놓고 물심양면으로 남편의 선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아내 질 바이든(69),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비백인 후보로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56) 등이 그들이다.
 

멜라니아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는 워킹맘, 질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아내, 질 바이든. [GettyImage]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아내, 질 바이든. [GettyImage]

질 바이든 여사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남편과 2인 3각 경기를 뛰듯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남편과 동행 유세에 적극 나서는 한편 온라인 연설, 모금 행사, 소규모 유세 등에도 적극 나섰다. 유권자들에게 조 바이든의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활기찬 이미지로 다소 고령인 남편의 단점을 커버하는 역할도 했다. 지난 3월 ‘슈퍼 화요일’ 경선 이후 로스앤젤레스 집회에서 여성 시위자들이 연단 위에 선 바이든에게 뛰어들자 시위자의 손목을 낚아채 밀쳐낸 일화는 선거 기간 내내 회자됐다. 이런 적극적인 질 여사의 행보를 두고 미국의 일부 언론은 ‘남편과는 별도로 질 바이든이 퍼스트레이디에 도전하는 것 같은 인상’이라고 논평하기까지 했다. 조 바이든 당선자는 이런 아내를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칭했고, 미국 언론들 역시 ‘바이든의 비밀병기(Secret Weapon)’라고 표현했다. 

질 바이든 여사의 본업은 교사다. 뉴저지 주에서 은행원의 딸로 태어난 질 여사는 델라웨어 대학교에서 영어학을 배우고 고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교사 일을 병행하며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땄고,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강사로 일했다. 남편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하던 2009년부터 8년 동안 계속 출강했을 정도로 직업에 대한 열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당시 세컨드 레이디는 부업이었던 셈. 1981년 딸 애슐리를 출산할 당시 휴직한 것 이외에 이번에 남편의 선거 캠페인 참여를 위해 두 번째 휴직계를 낸 것도 사람들의 놀라움을 샀다. 질 여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입성해도 계속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직업을 가진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부는 서로에게 두 번째 배우자다. 질 여사는 1970년 대학교 미식축구 선수인 빌 스티븐슨과 19세에 결혼했다. 5년 뒤 이혼 소송 중이던 질 여사는 스물넷의 나이에 아홉 살 연상의 상원의원 조 바이든을 만났다. 당시 그는 교통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고 3년 째 홀로 두 아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정치인 아내의 삶을 부담스러워했던 질 여사는 그의 청혼을 네 번이나 거절했고, 다섯 번째 청혼에서야 받아들여 1977년 결혼에 이르렀다. 4년 뒤 딸 애슐리를 낳았는데 이후 질 여사는 자녀 셋을 돌보며 정치인 남편을 내조하던 와중에 교육학 석·박사와 영문학 석사 등 학위를 3개나 따냈다. 심지어 박사 학위는 2007년 쉰여섯의 나이에 취득할만큼 배움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이런 그의 행보는 모델 출신이자 그림자 내조를 해온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선거 기간 내내 비교됐다. 질 바이든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캠프 내 교육 관련 태스크포스에 참여했을 정도로 실질적인 참모 역할을 자임했다. 특히 부통령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자가 부통령 후보군을 20명에서 11명으로 압축할 때 일부는 질 여사와 화상 면접을 했다고. 또 바이든 당선자가 카멀라 해리스 전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결정하자 당내 부통령 선정위원회에 통보한 것도 질 여사였다고 한다.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질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후 전공을 살려 실질적 역할을 할 것으로도 점쳐진다. 질 여사는 2010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미국 내 커뮤니티 칼리지 백악관 서밋을 처음으로 주최했고, 미국 전역의 60여 대학을 방문해 학업 성취도를 살피는 등 교육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 2015년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질 여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미셸 오바마 여사가 출범한 ‘여성에게 교육을(Let Girls Learn)’이라는 평화봉사단을 언급하며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도록 돕는 것이 내 교육의 궁극적 목표다.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경쟁자에서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

조 바이든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10월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 밖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마주 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뉴시스AP]

조 바이든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10월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 밖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마주 잡은 손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다. [뉴시스AP]

조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자연스레 미국 역사상 첫 비백인 여성 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카멀라 해리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1964년 오클랜드에서 경제학과 교수인 자메이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유방암 전문 과학자인 인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81년 워싱턴 DC 하워드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89년 UC헤이스팅스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로 일했고, 2011년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에 올랐다. 미국에선 투표로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을 선정하는데 해리스는 4년 뒤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명망이 높았다. 2016년 말 정계 진출을 선언하며 민주당 바버라 박서 의원의 뒤를 이어 캘리포니아 역대 세 번째 여성 상원의원 자리에 올랐다. 2014년 유대계 법조인 남편과 결혼했고 자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입성 후 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번번이 반기를 들었던 것. 특히 해리스는 상원 법사위에서 활동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및 반(反)이민 정책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고,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추진에 앞장섰다. 이러한 행보로 전국적 인지도를 쌓게 된 해리스는 지난해 1월 일찌감치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경선 초반  ‘첫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듯했으나 경선이 진행될수록 지지율이 떨어졌고, 결국 지난해 12월 선거자금 고갈을 이유로 중도 포기를 선언하며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선 경선에서 후퇴한 상원의원으로 머무를 뻔했던 해리스는 지난 8월 기사회생했다. 바이든이 그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했기 때문. 바이든은 트위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두려움 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 중 하나인 카멀라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발표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자는 일찌감치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시위(#black lives matter)가 확산되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유색인종인 해리스를 지목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선거 기간 동안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바이든 당선자의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다소 고령인 그의 곁에서 젊고 스마트하며 날카로운 검사 출신 상원위원으로서 바이든 캠프의 이미지 쇄신에 기여하기도 했다. 또한 바이든이 의도한대로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데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양성 중시하는 바이든이 주목하는 여성들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GettyImage]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GettyImage]

바이든은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다양한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캠페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여성을 위한 바이든의 아젠다’를 보면 바이든 측은 ‘의료, 경제, 교육, 안보 등 모든 이슈가 여성의 이슈’라고 강조하며 ‘여성도 시민의 권리를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바이든 당선자는 여성 근로자에 대한 동등한 임금지급, 여성 소상공인 투자, 여성 교육 접근성 확대, 직장 내 여성 권익 및 급여 강화, 모든 여성을 위한 고품질의 저렴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을 위해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측은 내각을 구성하는 데에도 다양성을 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성 참모 기용에 긍정적인 바이든 당선자의 특성상 요직에 여성을 앉힐 것으로 점쳐진다. 가장 유력한 이는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60)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다. 그녀는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국방장관직을 제안했으나 막내딸이 열세 살이라는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GettyImage]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GettyImage]

국무장관 후보에는 수전 라이스(56)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된다.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에 기용돼 화제를 모았으며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유엔주재 대사에 임명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보훈부 장관에 거론되는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그는 2018년 상원의원 임기 중 출산해 화제가 됐다. [GettyImage]

보훈부 장관에 거론되는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그는 2018년 상원의원 임기 중 출산해 화제가 됐다. [GettyImage]

보훈부 장관 후보에는 이라크전 참전 군인 출신인 태미 더크워스(52)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중국계 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더크워스 상원의원은 원래 미국 육군 헬기 편대장 출신이다. 1992년 미국 육군에 입대, 2004년 이라크 전에 참전했다가 그가 조종하던 블랙호크 헬기가 격추되면서 두 다리를 잃었다. 퇴역 후 일리노이주 보훈처장 등을 거쳐 2012년 연방 하원의원, 2016년 상원의원에 당선됐으며 2018년 현역 상원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임기 중 출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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