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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lf

티샷 두려움 떨쳐내면 골프가 즐겁다

-10타 골프 레슨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2022. 11. 15

첫 홀 티샷 두려움만 없애도 스코어는 좋아진다.

첫 홀 티샷 두려움만 없애도 스코어는 좋아진다.

칼럼을 연재하고부터 골프 연습장에 가면 여성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 늘 다니는 연습장에 가니 프로와 흡사하게 멋진 샷을 구사하는 여성이 보였습니다. 40대 초반 정도 돼 보였는데, 양해를 구하고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세가 좋아 레슨 프로에게서 열심히 트레이닝받는 줄 알았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수에 대한 공포, 골퍼의 영원한 숙제

“골프 시작한 지 3개월 됐는데. 레슨은 받지 않고 유튜브만 몰두하고 있어요. 유명 골프 채널은 거의 다 보고 있죠. 스윙을 분석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스마트폰에 많이 깔아놨고요.”

“아무리 그래도 유튜브나 앱에서 본 걸 자신의 샷으로 만들려면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유튜브를 보면서 즉석에서 샷을 익히면 좋긴 한데 그건 어렵더라고요. 대신 유튜버가 가르치는 걸 머릿속에 단단히 외워뒀다가 연습장에 가서 하나씩 익혀나가고 있어요.”

영상에서 본 걸 몇 시간 후 혹은 하루 뒤 연습장에서 복기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 여성분은 이를 실행하며 프로 뺨치는 샷을 구사하고 있으니, 운동 신경이 남다르다는 건 사실일 겁니다. ‘최고의 독학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전 라운드 때도 지금처럼 공이 똑바로 멀리 가나요?”

“아니요. 공이 왔다 갔다 해요.”

비기너니까 당연한 결과인데, 이유를 알면서도 물었다.

“왜 그렇죠?”

“공이 어떻게 맞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요. 초보자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래서 골프가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라고 한답니다.”

두려움! 초보자든 고수든 이것만 없으면 시원하게 샷을 날릴 수 있는데, 이 족쇄를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요? 골프하는 동안 영원한 숙제입니다.

과감한 드라이버샷이 미스 줄여

필자 역시 1993년 3월 입문 이후 티잉 그라운드에 서기만 하면 미스 샷에 대한 걱정과 긴장으로 제 스윙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전 거짓말처럼 첫 샷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28년을 따라 다니던 ‘실수에 대한 공포증’이 한순간에 없어져 버린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동안 저는 초보자용 골프 칼럼을 쓰면서 “제아무리 못 쳐도 OB밖에 더 나느냐? OB 나봤자 겨우(?) 2벌타인데, 그게 두려워서 샷이 움츠러 든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실수해봤자 워터 해저드 혹은 OB 말뚝으로밖에 더 가느냐? 배짱 있게 휘두르라”고 과감한 플레이를 부추겼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독자들에게는 ‘과감함’을 강조해놓고 정작 저 자신은 ‘소심’을 유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티잉 그라운드, 특히 1번 홀에 올라섰을 때 마음껏 휘두르는 타법을 구사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70%대(14번 중 10~11번 성공)로 프로 정상급과 엇비슷한 정확성을 자랑하게 됐습니다. 스코어는 80대 초반으로 덩달아 좋아졌죠.

골프 입문 때 흔히 듣는 소리가 있습니다. ‘어깨 힘 빼는 데 3년, 고개 들지 않는 데 3년’ 등이죠. 하지만 평생 가도 어깨 힘 빼고 헤드업을 고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두려움도 마찬가지죠. 20년, 30년을 친 분들도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기만 하면 팔이 떨리기 마련입니다.

물론 프로라고 크게 다를 바 없죠. 150년 역사의 PGA 투어 디오픈 1번 홀에서 첫 티오프에 나서는 선수들을 갤러리들에게 40년 넘게 소개한 장내 아나운서 아이버 롭슨은 말합니다. “제아무리 백전노장이라도 첫 홀에서는 떨게 마련입니다. 드라이버를 지나치게 꽉 쥐어 힘줄이 굵게 드러나기도 하고요. 젊은 선수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인데, 팔뚝 근육이 하얗게 변하더라고요.”

프로들도 첫 홀 티샷 땐 긴장하기 마련

날고뛴다는 세계적인 프로들도 이런데, 아마추어야 말할 필요도 없겠죠? 더구나 여성분들은 남성보다 더 세심하고 예민하지 않습니까. 이제부터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무리 잘못 쳐도 OB밖에 더 나냐?”며 배짱 있게 드라이버를 휘두르십시오.

여성분들은 남성보다 거리가 덜 나가니 OB나 워터 해저드로 공이 날아갈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더욱 과감한 샷을 날려야 할 이유입니다. 또 남성 동반자들은 여성들에게 멀리건(벌타 없이 한 번 더 치게 하는 것)을 후하게 주는 편이니 더욱 마음 편하게 클럽을 휘두르시기 바랍니다.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수상자들이 시상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다양한 ‘명언’들이 쏟아졌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 수상자는 ‘버드맨’이 받은 4개의 상 중 작품상 등 3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 감독이었습니다. 그는 수상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버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며 “인생에 있어 두려움이란 콘돔과도 같다. 벗어던졌을 때 진짜 즐길 수 있다. 나도 그렇게 해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해 기자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우리에게는 두려움일랑 없습니다. 두려움을 훌훌 벗어던지고 골프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골프레슨 #여성동아

김수인 
23년간 스포츠 기자로 활동하며 2013년 파이낸셜뉴스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김수인의 파워골프’ 두 권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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