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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2026년을 물들일 단 하나의 컬러 트랜스포머티브 틸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6. 01. 05

다가오는 S/S 시즌 주목해야 할 색은 단연 짙푸른 청록색인 ‘트랜스포머티브 틸’이다. 단순한 포인트 컬러가 아닌, 한 해를 대표할 주역으로 떠오른 틸 컬러를 변화무쌍하게 즐겨볼 차례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자극적이었던 디자인에 피로가 쌓였던 탓일까. 소란스러웠던 2025년이 지나고 2026년 패션계는 더없이 차분한 무드로 흘러가고 있다. 올 시즌 패션 하우스들은 지속성, 재생, 회복력 같은 자연적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층 정제된 분위기를 컬렉션에 녹여내고 있다. 그리고 이 조용한 흐름 한가운데 떠오른 색이 있다. 블루와 그린이 섬세하게 어우러진 ‘트랜스포머티브 틸(Transformative Teal)’이다. 본디 ‘틸(teal)’은 청둥오리의 머리 깃털에서 유래한 색으로, 1917년 처음 색명으로 기록된 뒤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우아하며 신비로운 자연의 색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고백하자면 이 색의 귀환은 유난히 반가웠다. 밤을 새워 미국프로농구(NBA)를 보던 유년 시절, 이제는 전설이 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청록색 유니폼은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신뢰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2001년을 끝으로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코트를 압도하던 선수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농구뿐만 아니라 풋볼, 아이스하키까지 1990년대 많은 인기 구단이 틸 계열의 유니폼을 선택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일지 모른다. 변화의 순간에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믿음의 색, 바로 그 청록빛이 이번엔 런웨이로 돌아온 것이다. 이 귀환을 단지 향수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글로벌 트렌드 예측 기관 ‘WGSN’과 컬러 전문 기업 ‘Coloro’가 2026년 올해의 키 컬러로 트랜스포머티브 틸을 선정한 데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여러 심리학자와 색채 연구가들에 따르면, 청록색의 자연적인 색조는 교감신경계를 완화하고 심장 박동 수를 낮춰 심리적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데믹을 지나 경제 불황과 정서적 불안이 이어지는 지금, 패션계가 균형을 되찾고 다시 나아가려는 의지를 이 색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청록빛이 선사하는 안정감과 편안함 

이번 S/S 시즌 컬렉션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트랜스포머티브 틸 컬러가 더는 작은 포인트 아이템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방이나 슈즈처럼 제한적으로 쓰이던 조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룩의 전반을 차지하는 메인 컬러로 격상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소재와 질감, 실루엣에 따라 다채로운 분위기로 변주되며 가능성을 넓혀나가고 있다. 일례로 알라이아는 바람결을 머금은 듯 가벼운 시폰 그린 셋업으로 여유로운 시티 룩을 제안했고, 끌로에는 꽃과 식물 패턴 톱에 활동적인 면 팬츠를 매치해 데일리웨어로도 손색없는 편안한 캐주얼 스타일을 완성했다. 로에베는 탄탄한 청록빛 모직 재킷을 앞세운 오피스 룩으로 틸 컬러가 지닌 절제된 세련미를 강조했으며, 펜디는 윤기가 흐르는 새틴 톱과 팬츠에 핑크와 청록의 대비를 더해 과도한 디테일 없이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루엣에 무게를 실은 하우스들도 있다. 발렌시아가는 풍성한 헴라인의 청록빛 스커트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고, 생로랑은 입체적인 셔링 드레스에 차분한 그린 컬러를 입혀 시각적 긴장을 덜어냄과 동시에 실루엣을 보다 단정하게 정돈했다. 패턴과 텍스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한 패션 하우스들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샤넬은 청록색 풀 스커트 위에 깃털 트리밍과 레오퍼드 패턴을 가미해 이질적인 요소들을 세련되게 조합했고, 토리버치는 식물 패턴이 새겨진 오묘한 그린 톤의 자카드 드레스로 오리엔탈 무드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스포티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오니츠카타이거는 청록색 트레이닝팬츠에 슬리브리스 톱과 벨트, 클러치백, 힐을 조합해 스포츠 룩의 경계를 확장했고, 바퀘라는 짙은 그린 컬러의 스트라이프 복서 팬츠에 스포츠 브라 톱과 셔링 블라우스를 믹스 매치해 개성 강한 애슬레저 룩을 완성했다. 

패션은 늘 시대의 기류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불안과 침체의 시기마다 자연의 색채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반복돼왔다. 올 시즌 짙푸른 청록빛이 런웨이 곳곳에 스며든 것 또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성장과 회복에 대한 갈망이 이어지는 한, 이 변화무쌍한 틸 컬러의 유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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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바퀘라 샤넬 알라이아 토리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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