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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의 독특한 드레스 코드

김명희 기자

2024. 07. 22

엔비디아 주가가 치솟으며 재계의 글로벌 스타가 된 젠슨 황 CEO. 140조 자산가인 그는 왜 눈이 와도, 비가 와도, 한여름에도 가죽 재킷만 입을까. 

톰포드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 2021년 10월 타임지 표지 사진도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다.

톰포드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 2021년 10월 타임지 표지 사진도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다.

지난 6월 18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135.58달러(약 187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엔비디아는 설립 31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을 제치고 시가 총액 1위 기업에 등극했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이후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최근 1년 동안에만 주가가 3배 넘게 올랐으며, 1999년 나스닥 상장 이후 수익률은 59만1078%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담은 미국 주식(약 2조4000억 원)이기도 하다.

엔비디아 주가 고공 행진에 힘입어 젠슨 황(61) CEO는 재계 글로벌 스타로 부상했다. 지난 6월 초 대만에서 열린 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선 구름 떼 같은 인파를 몰고 다니며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했고,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그를 “테크 업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젠슨 황은 대만에서 태어나 9세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 1992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LSI로지스틱스와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하다가 1993년 동업자들과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사업 초창기에 사무실 구할 돈이 없어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사업 구상을 하고,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을 땐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줄여 그 돈으로 인재를 영입했던 그는 이제 세계 10대 부호에 진입했다. 젠슨 황은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인 뱅가드(8.11%), 피델리티(5.18%), 스테이트스트리트(3.78%), 블랙록(3.69%)에 이은 5대 주주로, 약 3.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액수로는 110조 원 상당이다. 최근 1조 원어치 주식을 매도하긴 했지만 지분율에는 큰 변동이 없다.

최태원·이해진 등 국내 기업가들도 젠슨 황 만날 땐 블랙 드레스 코드

지난 6월 젠슨 황을 만난 이해진 네이버 GIO와 최수연 대표는 모두 검정색 상의를 입었다.

지난 6월 젠슨 황을 만난 이해진 네이버 GIO와 최수연 대표는 모두 검정색 상의를 입었다.

젠슨 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검정색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다. 실제로 그는 공식 석상에서 검정색 가죽 재킷 외에 다른 옷을 입은 적이 거의 없다. 여기에 검정색 티셔츠와 바지, 스니커즈를 매치해 항상 비슷한 이미지를 유지한다. 올 6월 2일 컴퓨텍스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할 때도, 지난해 같은 행사로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지난해 9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났을 때도 시그니처인 검정색 가죽 재킷 차림이었다. 젠슨 황의 패션 취향은 이미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우리나라 기업인들도 그를 만날 때 블랙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 방문 당시 블랙 컬러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젠슨 황을 만났고,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6월 5일 젠슨 황과의 미팅 당시 각각 검정색 재킷과 블라우스로 컬러를 통일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이너로 검정색 셔츠를 매치한 모습.

최태원 SK 회장도 이너로 검정색 셔츠를 매치한 모습.

젠슨 황의 가죽 재킷에서 많은 사람이 스티브 잡스의 검정색 터틀넥 셔츠를 떠올린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검정색 터틀넥에 청바지를 매치했고 이는 패션을 넘어 젊은 사고와 감각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됐다. 스티브 잡스의 옷장에는 일본 하이엔드 브랜드 이세이미야케의 터틀넥 셔츠가 수십 벌 걸려 있었다고 한다.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회색 티셔츠가 트레이드마크다. 저커버그의 옷장에도 수십 벌의 회색 티셔츠가 걸려 있다. 그냥 평범한 면 티셔츠 같지만 저커버그가 즐겨 입는 옷은 최고급 캐시미어 브랜드 브루넬로쿠치넬리 제품으로, 가격은 50만 원 정도다. 그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이유에 대해 “옷에 신경 쓰지 않고 중요한 결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젠슨 황 역시 단순하고 편하면서도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았고, 그게 바로 가죽 재킷이었다. 그가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 포착된 건 2013년부터다. 2016년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Q&A 행사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 Me Anything)’에서 자신을 엔비디아 CEO라 소개하며 “당신은 나를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로 상의를 바꿔입은 마크 저커버그와 젠슨 황.

서로 상의를 바꿔입은 마크 저커버그와 젠슨 황.

지난 3월엔 저커버그와 젠슨 황이 직접 만나는 이벤트가 성사됐다. 글로벌 테크계 두 거물의 만남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여기에 두 사람은 서로 외투를 바꿔 입고 인증 사진까지 찍었다. 저커버그가 젠슨 황의 가죽 재킷을, 젠슨 황이 저커버그의 양가죽 무스탕 재킷을 입은 것. 저커버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유니폼 교환(Jersey Swap)’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댓글 창엔 엔비디아가 연내 출시할 차세대 AI 칩인 B100을 구매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유니폼 교환이 단순한 옷 바꿔 입기가 아니라 세기의 협업에 대한 약속이었던 것이다.

젠슨 황은 한 인터뷰에서 “가죽 재킷을 입는 이유는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것이 왜 하필 가죽 재킷이었는지에 대해선, “아내와 딸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다. 젠슨 황과 아내 로리 황은 대학 시절 처음 만났다. 오리건대 전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두 사람은 엔지니어링 랩에서 파트너로 일하며 사랑에 빠져 대학 재학 시절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 황은 대학 졸업 후 휴렛 팩커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젠슨 황이 시계를 차지 않는 이유

젠슨 황은 도대체 몇 벌의 가죽 재킷을 가지고 있을까. 엔비디아 측은 이 질문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로 몸에 꼭 맞는 심플한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데, 소재와 디테일이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최소 6벌 이상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입었던 재킷은 하이엔드 브랜드 톰포드가 2023년 선보인 제품으로, 송아지 가죽을 엠보싱 처리해 고급스러운 무드가 난다. 가격은 8990달러(약 1250만 원)이며, 현재 거의 모든 유통 채널에서 품절된 상태다.

젠슨 황의 스타일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성공한 남자들이 부를 과시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손목시계를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의 계획은 단순히 현재에 살고, 잘 일하고, 가치 있는 기여를 하고, 매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계를 차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젠슨 황은 테크 산업뿐 아니라 패션 분야에서도 아주 전략적으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젠슨황 #엔비디아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사진출처 네이버 마크저커버그 최태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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