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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부터 파묘까지, 상업영화가 밈 홍보에 진심인 이유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2024. 05. 17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최근까지 회자되고 있는 영화 ‘타짜’의 밈.

최근까지 회자되고 있는 영화 ‘타짜’의 밈.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영화 ‘타짜’), “살아 있네”(영화 ‘범죄와의 전쟁’),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영화 ‘신세계’). 흥행한 한국영화에서 파생된 밈의 대사다. 이 중 ‘타짜’ 밈은 개봉 20주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밈은 유행어에서 시작된다. KBS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나 드라마에서 탄생한 유행어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높은 시청률은 기본이고,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끼며, 따라 하기 쉽다는 것. 유행어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처럼 여러 조건을 통과해야만 ‘유행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그건 니 생각이고” 등의 유행어를 히트시킨 개그맨 박영진.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그건 니 생각이고” 등의 유행어를 히트시킨 개그맨 박영진.

유행어는 또 다른 유행어를 낳기도 한다. 따라 하는 이가 유행어에 담긴 뉘앙스와 맥락을 모방해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웃찾사’와 같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방영되던 시절, 코미디언은 유행어를 만드는 데 열중했다. 유행어 하나만 있으면 온갖 광고에 출연해 톱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기 때문. 코미디언은 과장된 뉘앙스와 반복되는 어구로 유행어가 될 만한 단어와 문장을 사람들 귀에 맴돌게 하려고 노력했다.

상업영화나 드라마는 코미디와 달리 그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야 한다. 따라서 유행어 탄생을 위해 억지로 대사를 만든다든지, 과장된 뉘앙스를 반복할 수 없다. 결국은 누군가가 명장면이나 명대사를 발굴하고 공유해야 한다. 또 예능에서 그 명대사를 성대모사 하는 등 시청자에게 꾸준히 리마인드시켜야 한다. 연예인 성대모사의 단골 소재였던 영화 ‘친구’의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와 ‘타짜’가 유행어로 자리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파묘’ ‘서울의 봄’ 등은 충성 팬들을 통해 인터넷 밈을 발굴하고 확산시켰다.

영화 ‘파묘’ ‘서울의 봄’ 등은 충성 팬들을 통해 인터넷 밈을 발굴하고 확산시켰다.

인터넷 밈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환경에서 탄생한다. 다시 말해 옛날 콘텐츠도 충분히 인터넷 밈으로 발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까지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타짜’의 곽철용, ‘야인시대’의 4딸라, ‘해바라기’의 김래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콘텐츠들은 유행이 한참 지났지만 누군가 업로드한 글로 우연히 인터넷 밈이 됐다. 이는 캐릭터의 재발견으로 이어져 팬덤을 확보하며 인터넷 밈으로 부활했다.



인터넷 밈은 어느 정도의 팬덤에 기반한다. 팬덤은 영화를 반복적으로 소비하고, 밈이 될 만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현재 영화계는 개봉과 동시에 팬덤 확보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팬덤은 인터넷 밈을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 영화 ‘아수라’로 코어 팬층을 확보한 김성수 감독은 후작 ‘서울의 봄’ 홍보를 위해 100번 이상 무대 인사를 다니며 팬층을 확장해갔다. 그로 인해 “실패하면~~ 성공하면~~ 아닙니까!”라는 인터넷 밈이 탄생했다.

얼마 전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파묘’도 마찬가지다. ‘파묘’는 오컬트라는 장르 특성상 흥행하기 어려운 영화다. 하지만 개봉 직후 여러 획기적인 이벤트로 팬층을 모았으며, 팬 아트를 공식 포스터로 활용하는 등 팬과 활발히 소통하며 충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영화를 여러 번 보는 N차 관람과 인터넷 밈, 팬픽 등 여러 2차 창작 콘텐츠가 생기며 일반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밈 #유행어 #파묘 #서울의봄 #타짜

사진출처 서울의봄·타짜·파묘 포스터 KBS개그콘서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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