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빠였어. 제대로 해주진 못했어도 그래도 6년 동안 아빠였어.”
료타는 6년간 키운 아들 케이타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야 자신이 돼먹지 못한 아버지였음을 고백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묻는다. 과연 가족은 주어지는 것인가.
가정의 달을 맞아 ‘여성동아’가 만난 여섯 모양의 가족은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됐다”고 말한다. 한일 커플은 국경을 뛰어넘어 결혼하기 위해, 입양 가족은 내가 낳지 않은 아이와 가족이 되기 위해 수십 장의 서류를 정부에 제출했다. 네 자매는 “언젠가 같이 살자”는 어릴 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남편을 비롯해 15명의 동의를 구했다. 수많은 난관을 뚫었지만 아직 법적으로는 가족이 되지 못한 레즈비언 커플과 그 딸도 있다.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사돈지간이 함께 사는 가족), ‘일상과 마음을 나눌 존재’(네 자매 가족), ‘함께하지 않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이민 가족),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레즈비언 커플) 등 각각 정의하는 가족은 다르지만 마음은 어딘가 닮아 있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배우 채종협이 일본으로 건너가 로맨스 연하남 열연을 펼치며 열도를 달구고,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세영과의 호흡을 예고했다. 한일 커플에 대한 대중매체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실제 한일 커플의 모습은 어떨까.
1993년 한국 서울에선 윤성탁(31)이, 일본 오사카에선 야마모토 마미(31)가 태어났다. 26년이 지난 2019년 겨울, 두 사람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 오코노미야키 가게 ‘하나(はな·꽃)’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한국인을 만나면 한국어 회화에 능숙해질까 데이트 연결 앱을 설치했던 마미 씨에게 성탁 씨가 먼저 말을 걸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올해 1월, 두 사람의 딸 ‘우주’가 태어났다. 아직 100일이 채 안 된 우주는 인터뷰 내내 부모의 품에서 생긋생긋 웃었다.
마미 씨는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됐나요.
마미 | 어릴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드라마 ‘대장금’과 ‘시크릿 가든’, 그룹 동방신기를 좋아했어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다녔죠.
결혼식보다 1년 앞서 혼인 신고를 했다고요.
성탁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일본 정부가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했어요. 그러면서 한국도 일본인 입국을 막았고요. 처음엔 곧 풀리겠지, 생각하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그 시간이 계속 길어졌죠. 화상 통화로만 연락하다가, 혼인 신고를 하면 배우자 비자가 발행된다는 걸 알고 혼인 신고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인 신고는 각자 했나요.
마미 | 혼인 신고를 하러 혼자 시청에 갔더니 담당 직원이 당황하더라고요. 일본에서는 결혼식을 생략하는 커플도 많아서 혼인 신고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시청에서는 혼인 신고를 하면 이벤트처럼 사진도 찍어주는데 남편은 화상 통화에 나온 얼굴로 대신했어요.
성탁 | 저희처럼 코로나19로 결혼을 서두른 국제 커플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군대에 가도 그렇게 오래 못 보진 않는데 저희는 결국 혼인 신고를 하고도 2년 만에 만날 수 있었어요. 이후에도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어요. 유효 기간만 생각해 단수 비자를 들고 일본 간사이공항까지 갔다가 공항에서 거절당하는 일도 있었죠.
양가 부모님은 어떻게 만났나요.
성탁 | 코로나19 전에 아내와 저는 양가 부모님을 뵌 적이 있긴 한데, 부모님끼리는 직접 뵙지 못했어요. 상견례도 줌으로 했고요. 2022년 신정 때 양 가족이 온라인상에서 만났죠.
만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함께 살면서 문화 차이를 느끼기도 하나요.
마미 | 결혼과 출산을 하며 다른 점을 많이 느꼈어요. 일본에서는 청첩장 줄 때 함께 밥을 먹는 문화는 없어요. 대신 주소로 청첩장을 보내죠. 결혼 답례도 축의금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선물을 보내는 편이에요. 출산 후에 한국에서 산후조리원을 가는 게 일반적인 것도 신기했어요. 일본은 보통 어머니와 집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거든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도 우주가 태어날 때 한국에 잠시 오셨었어요.
성탁 | 한국에서는 결혼식 날짜가 결혼기념일이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결혼식 날짜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요. 일본에서는 혼인 신고 날짜를 결혼기념일로 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이 두 번 있는 셈인데, 아내의 뜻을 따라 입적 날짜만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국제 커플의 좋은 점이 있나요.
성탁 | 저는 사실 국제 커플이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국제 커플이라서 관계가 자유롭다고 여긴 적은 있어요. 아내도 일본 부모님 집에 가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 저흰 항상 붙어 있기보다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물론 우주가 태어나면서 불가능해졌죠(웃음).
마미 | 굳이 양국의 관습을 따를 필요가 없어서 편하기도 해요. 일본인과 일본인, 한국인과 한국인이 결혼하면 각자 나라에서 해야 하는 것들이 정해져 있잖아요. 새로운 문화를 양쪽 가족과 상의해서 만들어갈 수 있는 거죠.
#한일커플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윤성탁
료타는 6년간 키운 아들 케이타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야 자신이 돼먹지 못한 아버지였음을 고백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묻는다. 과연 가족은 주어지는 것인가.
가정의 달을 맞아 ‘여성동아’가 만난 여섯 모양의 가족은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됐다”고 말한다. 한일 커플은 국경을 뛰어넘어 결혼하기 위해, 입양 가족은 내가 낳지 않은 아이와 가족이 되기 위해 수십 장의 서류를 정부에 제출했다. 네 자매는 “언젠가 같이 살자”는 어릴 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남편을 비롯해 15명의 동의를 구했다. 수많은 난관을 뚫었지만 아직 법적으로는 가족이 되지 못한 레즈비언 커플과 그 딸도 있다.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사돈지간이 함께 사는 가족), ‘일상과 마음을 나눌 존재’(네 자매 가족), ‘함께하지 않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이민 가족),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레즈비언 커플) 등 각각 정의하는 가족은 다르지만 마음은 어딘가 닮아 있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배우 채종협이 일본으로 건너가 로맨스 연하남 열연을 펼치며 열도를 달구고,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세영과의 호흡을 예고했다. 한일 커플에 대한 대중매체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실제 한일 커플의 모습은 어떨까.
1993년 한국 서울에선 윤성탁(31)이, 일본 오사카에선 야마모토 마미(31)가 태어났다. 26년이 지난 2019년 겨울, 두 사람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 오코노미야키 가게 ‘하나(はな·꽃)’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한국인을 만나면 한국어 회화에 능숙해질까 데이트 연결 앱을 설치했던 마미 씨에게 성탁 씨가 먼저 말을 걸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올해 1월, 두 사람의 딸 ‘우주’가 태어났다. 아직 100일이 채 안 된 우주는 인터뷰 내내 부모의 품에서 생긋생긋 웃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며 데이트한 윤성탁·야마모토 마미 커플.
마미 | 어릴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드라마 ‘대장금’과 ‘시크릿 가든’, 그룹 동방신기를 좋아했어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다녔죠.
결혼식보다 1년 앞서 혼인 신고를 했다고요.
성탁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일본 정부가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했어요. 그러면서 한국도 일본인 입국을 막았고요. 처음엔 곧 풀리겠지, 생각하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그 시간이 계속 길어졌죠. 화상 통화로만 연락하다가, 혼인 신고를 하면 배우자 비자가 발행된다는 걸 알고 혼인 신고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인 신고는 각자 했나요.
마미 | 혼인 신고를 하러 혼자 시청에 갔더니 담당 직원이 당황하더라고요. 일본에서는 결혼식을 생략하는 커플도 많아서 혼인 신고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시청에서는 혼인 신고를 하면 이벤트처럼 사진도 찍어주는데 남편은 화상 통화에 나온 얼굴로 대신했어요.
성탁 | 저희처럼 코로나19로 결혼을 서두른 국제 커플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군대에 가도 그렇게 오래 못 보진 않는데 저희는 결국 혼인 신고를 하고도 2년 만에 만날 수 있었어요. 이후에도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어요. 유효 기간만 생각해 단수 비자를 들고 일본 간사이공항까지 갔다가 공항에서 거절당하는 일도 있었죠.
양가 부모님은 어떻게 만났나요.
성탁 | 코로나19 전에 아내와 저는 양가 부모님을 뵌 적이 있긴 한데, 부모님끼리는 직접 뵙지 못했어요. 상견례도 줌으로 했고요. 2022년 신정 때 양 가족이 온라인상에서 만났죠.
만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함께 살면서 문화 차이를 느끼기도 하나요.
마미 | 결혼과 출산을 하며 다른 점을 많이 느꼈어요. 일본에서는 청첩장 줄 때 함께 밥을 먹는 문화는 없어요. 대신 주소로 청첩장을 보내죠. 결혼 답례도 축의금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선물을 보내는 편이에요. 출산 후에 한국에서 산후조리원을 가는 게 일반적인 것도 신기했어요. 일본은 보통 어머니와 집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거든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도 우주가 태어날 때 한국에 잠시 오셨었어요.
성탁 | 한국에서는 결혼식 날짜가 결혼기념일이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결혼식 날짜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요. 일본에서는 혼인 신고 날짜를 결혼기념일로 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이 두 번 있는 셈인데, 아내의 뜻을 따라 입적 날짜만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국제 커플의 좋은 점이 있나요.
성탁 | 저는 사실 국제 커플이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국제 커플이라서 관계가 자유롭다고 여긴 적은 있어요. 아내도 일본 부모님 집에 가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 저흰 항상 붙어 있기보다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물론 우주가 태어나면서 불가능해졌죠(웃음).
마미 | 굳이 양국의 관습을 따를 필요가 없어서 편하기도 해요. 일본인과 일본인, 한국인과 한국인이 결혼하면 각자 나라에서 해야 하는 것들이 정해져 있잖아요. 새로운 문화를 양쪽 가족과 상의해서 만들어갈 수 있는 거죠.
#한일커플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윤성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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