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길었던 베이비몬스터 데뷔 과정.
요즘은 사정이 또 달라졌다. K-팝 아이돌들의 음반 판매량, 해외 차트 진입 성적 등 각종 기록이 전반적으로 상향되면서 아예 프리 데뷔 기간을 길게 잡고 활동도 더 다양하게 하는 편이다. 그래야 공식 데뷔했을 때 주목시킬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3.0시대의 첫 주자인 라이즈는 지난해 9월 4일 데뷔 싱글앨범 ‘Get A Guitar’ 발표 전 프롤로그 싱글곡 ‘Memories’로 먼저 SBS ‘인기가요’와 엠넷 ‘KCON LA 2023’에 출연했다. 화제 몰이 끝에 첫 싱글앨범은 초동 101만6849장 판매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데뷔한 싸이커스도 데뷔에 앞서 연습생 그룹 ‘케이큐 펠라즈 2’로 활동했다. 엠넷 ‘KCON 2022 JAPAN’,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 에이티즈의 미주 투어 오프닝 무대 등에 서며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결과 데뷔 12일 만에 ‘빌보드 20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NCT 멤버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9월 결성된 일본 현지화 그룹인 NCT 위시는 더 스케일이 크다. NCT 위시의 정식 데뷔 무대는 지난 2월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SMTOWN LIVE 2024 SMCU PALACE @TOKYO’였고, 데뷔 전인 지난해 이미 일본 9개 도시에서 24회에 걸친 프리 데뷔 투어를 돌았다. 올 4월 10일에는 데뷔 50일 만에 ‘아시아 스타 엔터테이너 어워즈’에서 첫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데뷔 전 음악방송 출연부터 팬 미팅, 콘서트까지 데뷔인 듯 데뷔 아닌 프리 데뷔의 영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완전체 활동 기준으로 데뷔일 재정의한 YG 베이비몬스터
NCT 위시는 프리 투어 첫 공연지인 도쿄에서부터 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3월 18일 베이비몬스터의 첫 번째 미니앨범 ‘BABYMONS7ER’ 트랙 리스트 소개 영상에 출연해 “베이비몬스터의 정식 데뷔는 미니앨범으로 본다”며 “팬을 직접 찾아가는 여러 이벤트, 공연을 생각하고 있다. 7인조 완전체 첫 활동이다. 여러분들도 더 큰 소리로 베이비몬스터를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을 취했던 한국인 멤버 아현의 합류를 기준으로 베이비몬스터 데뷔일을 재정의한 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여섯 멤버의 팬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데뷔를 몇 번 하느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 3월 데뷔 1주년을 맞은 싸이커스는 데뷔 전부터 SBS ‘더 플레이어: K-POP 퀘스트’와 케이콘, 자체 예능 콘텐츠 등에서 끼를 내보였다.
물론 베이비몬스터는 신인상을 반납하는 K-팝 초유의 사태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왜 굳이 ‘공식 데뷔’란 표현을 사용했을까. 베이비몬스터는 YG가 2016년 블랙핑크 데뷔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걸 그룹이다. YG로선 오랫동안 공들인 베이비몬스터를 ‘리틀 제니’로 불리는 핵심 멤버 아현 없이 꾸리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베이비몬스터를 공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 수도 없었을 터다. 베이비몬스터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YG의 주가가 요동쳤다.
무엇보다 각각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YG 연습생으로 발탁되어 치키타를 제외하곤 약 6년 가까이 연습생 생활을 해온 멤버들의 결정이 있었다. 멤버들은 공식 데뷔일로 정한 4월 1일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데뷔일 변경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로라는 “이전부터 우리 데뷔일은 아현이가 참여한 앨범을 낼 때로 하자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 있었다”면서 “우리의 의견을 수용해준 회사에 감사하다. 아현의 합류로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아현을 지지했다. 라미 역시 “아현이를 기다려주는 게 맞고, 변경하는 게 부담감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현은 “심리적으로 조금 힘들었고, 자세하게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부담감이 컸다”면서 “함께하게 되어 행복하다”고 화답했다. 아직 ‘베이비’이긴 해도 YG 특유의 패밀리십이 빛났다.
그간의 신비주의 YG 스타일과 달리 베이비몬스터는 공식 데뷔일 첫 스케줄로 신인으로선 이례적인 라운드 인터뷰를 택했다. 그만큼 자신 있고 보여줄 게 많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식 데뷔곡 ‘SHEESH’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10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해 K-팝 걸 그룹 데뷔곡 최단 1억 뷰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공개한 ‘Stuck In The Middle’과 ‘BATTER UP’까지 1억 뷰 뮤직비디오가 벌써 3편째. 원조 유튜브 퀸 블랙핑크를 잇는 새 유튜브 퀸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세를 몰아 베이비몬스터는 아시아 5개 지역 팬 미팅 투어와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서머소닉 2024’ 등 글로벌 팬들을 만나러 갈 계획이다.
‘진짜최종리얼’ 데뷔한 베이비몬스터는 지난해 신인상을 받았지만 올해 7인조 완전체로 다시 신인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7인조 베이비몬스터에게 신인상이 또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장면을 보고 싶긴 하다. 데뷔한 지 십수 년이 흘렀어도 그해 눈에 띄는 활약을 한 배우에게 늦깎이 신인상을 안겨주는 연기 시상식처럼 발견의 기쁨이 있는 진짜 값진 신인상 수상 장면 말이다. 그렇다면 각종 기록 경쟁이 조금은 줄고 어린 아이돌들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K-팝 신에 발을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올봄 데뷔한 걸 그룹들의 평균 나이를 살펴보면 베이비몬스터 17.7세, 아일릿 18.6세, 캔디샵 16.7세, 리센느 16.6세, 유니스는 무려 15.7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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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베이비몬스터·싸이커스·NCT위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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