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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스레드 시들하다고?” 마크 저커버그 야심작 한 달 평가서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2023. 08. 23

스레드는 트위터의 일론 머스크를 견제하기 위한 마크 저커버그의 무리수일까. 텍스트 기반의 가장 본질적인 SNS 스레드의 등장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7월 6일 메타는 단문 메시지 중심의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를 공개했다. 여러 개의 글이 하나로 묶이는 글타래를 일컫는 스레드라는 이름은 수없이 많은 짧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단문 소셜미디어를 잘 설명한다. 사실 메타는 지난 2019년 똑같은 스레드라는 이름의 메시징 서비스를 내놓았던 적이 있다. 이미지나 짧은 영상을 찍은 뒤 곧바로 이를 원하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서비스였는데, 공유 방법이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방식 등은 지금의 스레드보다 스냅챗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스냅챗의 즉흥성은 1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오래전부터 스냅챗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한때 30억 달러(약 4조200억 원)에 달하는 인수가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스냅챗은 인수합병을 거절했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 CEO는 스냅챗이 또 다른 형태의 소셜미디어 포맷이라고 판단했고, 스레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인스타그램 속 서비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2019년형 스레드는 물론이고, 스냅챗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메타는 일반적인 소셜미디어보다는 가상현실 중심의 메타버스에 집중하면서 2021년 스레드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첫 스레드가 스냅챗을 노렸다면 다시 돌아온 스레드는 트위터의 형태를 띤다. 사실상 트위터와 경쟁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라고 보는 편이 옳을 정도다. 마크 저커버그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즉시 트위터를 닮은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마치 인수 이후 서비스의 혼란을 노려 이용자들의 이전을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다.

불과 7개월 만에 트위터의 기본 구조를 쏙 빼닮은 서비스가 공개됐고, 그사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는 급박한 변화를 겪는다. 애초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비즈니스보다 트위터 운영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운영 정책의 변화 그리고 이를 통한 분위기 변화는 예고돼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슈퍼 앱’ X

트위터가 겪는 변화의 중심에는 수익화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인수 직후부터 수익성과 관련된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공격적으로 인력을 줄였고, 서비스의 편리함보다 헤비 유저들의 불편을 바탕으로 유료 서비스를 매만졌다.

처음은 트위터 블루였다. 애초 트위터 블루는 메시지를 더 읽기 쉽게 하고 메시지 전송을 취소하거나 즐겨찾기 등 더 나은 경험을 하도록 만든 유료 서비스다. 한 달에 4.99달러를 내던 서비스였는데, 일론 머스크는 이를 8달러로 올리면서 기능을 대폭 수정했다. 트위터 블루 이용자는 280자를 넘어 4000자까지 글을 쓰고, 트윗을 수정하고, 긴 영상을 올릴 수 있다. 광고를 절반으로 줄이고, 별도의 배지를 달아 본인 인증 효과를 누릴 만한 요소도 있다.

새로운 트위터 블루는 오른 요금으로 불만을 샀고, 본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인증을 받아 계정을 사칭하는 일도 벌어졌다. 무엇보다 글을 올리고 수정하는 방법에 손을 대면서 이제까지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트위터의 규칙들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수익화를 강조했고, 트위터는 이전에 없던 변화를 시작한다.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유료화도 트위터 생태계의 불만을 샀다. API는 앱과 앱이 서로 통신할 때 사용하는 규약으로, 타사 앱이나 서비스가 일부 기능이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트위터는 API를 통해 콘텐츠를 더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는 앱들이 자생적으로 등장할 환경을 만들어줬다. API를 유료화하면서 이들 앱의 운영이 불투명해졌다. 이 역시 수익화의 한 방향이다.

궁극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자체의 고도화보다 비즈니스 플랫폼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여 있는 이용자들의 규모를 바탕으로 트위터를 ‘슈퍼 앱‘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일부 유료 서비스와 광고만으로는 운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대신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비롯해 쇼핑과 금융 등 트위터 환경에 여러 서비스를 더하는 것으로 비즈니스 플랫폼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부터 이어온 대부분의 정책뿐 아니라 ‘트위터’라는 이름까지 버렸다. 현재 트위터는 ‘X’라는 이름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후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알파벳 X를 좋아하는 일론 머스크 CEO의 성향이 반영되면서 이 묘한 이름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서비스의 이름을 바꾼 것은 그 자체로 ‘트윗’이라는 이름의 단문 메시지 자체를 부정당한 셈이고, 지속되는 논란과 혼란에 이용자들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대안을 원했다. 오픈소스와 탈중앙화, 분산형 등 한두 명의 결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갖춘 SNS ‘마스토돈(Mastodon)’이 서서히 자리를 키워나갔지만 17년을 이어온 트위터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스레드는 트위터 유저들의 적절한 대안으로 꼽혔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주체가 있고, 서비스의 안정성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트위터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잘 적용돼 있고, 새로운 기능에 대한 피드백도 뛰어났다. 또한 새로 시작한 서비스인 만큼 이용자 사이의 갈등과 다툼도 적었다. 시스템적으로는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그대로 이용하는 강점도 있었다.

스레드는 가장 쉬운 이전 방법이었고,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순식간에 가입자를 늘렸다.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1억2000만 명의 이용자가 몰렸고, 메타는 웹용 스레드, 다이렉트 메시지 등 요구 사항들을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초기 이용자들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서비스 장애 없이 매끄럽게 이뤄지는 운영도 좋은 평을 얻었다.

뜨거운 관심만큼 스레드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가입자 증가가 정체되고 활성 이용자 수가 4400만 명을 찍고 800만 명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는 데이터도 나온다. 사실 일반적인 소셜미디어 서비스였다면 일반적인 반응일 텐데, 초기에 관심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정체가 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메타, ‘소셜미디어 강자’를 증명하다

메타는 스레드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언뜻 보면 등장 배경부터 최근의 다양한 논란까지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라는 두 거물의 신경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메타는 지금 그런 여유를 즐길 상황은 아니다. 주춤하는 메타버스의 열풍과 이어지는 구조조정 그리고 불투명한 페이스북의 상황 등 사실상 비즈니스의 위기를 떠올릴 만큼 혼란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문 소셜미디어는 적절한 선택이다. 트위터는 오랫동안 검증이 이뤄진 서비스이고, 메타는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충분한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1세대 소셜미디어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메타로서는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살펴보았고, 크게 기대했던 스냅챗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트위터가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오래 유지하는 것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트위터의 혼란은 적절한 기회고, SNS는 메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메타는 스레드를 지속적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고 앞으로 트위터, X와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메타의 스레드는 단기적인 성과, 트위터와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기업의 긴 호흡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메타 내부적인 혼란을 잠재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에 오랫동안 큰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관심과 취미를 넘어 가상현실 브랜드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오큘러스(Oculus)’라는 브랜드를 키워내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비대면이 중심이 되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회로 아예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꿨고, 기업 중심을 전통적인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메타버스 속의 연결로 옮겼다.

하지만 그 성과는 단기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경영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도 혼란을 겪는 중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긴 시간이 걸리는 비즈니스이고, 그 동력이 되는 서비스가 흔들리는 것은 좋은 징후는 아니다.

스레드는 ’메타가 가장 잘하는 것‘을 증명했고, 이 회사가 다시금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메타가 이끌어가려는 메타버스 역시 단순한 가상현실 속 환경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최근 메타의 비즈니스 지표들과 주가 등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스레드는 그 연결의 노하우를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서비스다. 점점 새로운 기능으로 복잡해지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들 속에서도 결국 이용자들이 꾸준히 원하는 것은 가장 본질적인 형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도 스레드를 통해 읽어볼 수 있다.

#스레드 #마크저커버그 #트위터 #일론머스크 #여성동아

사진 AP뉴시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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