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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사랑스러운 ‘가족’을 펫 숍에서 사지 말아요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3. 03. 18

바야흐로 반려동물 1500만 시대가 왔다. 물론 허수가 있다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반려 문화가 성장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동물권,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고 유치원, 놀이터 등 각종 시설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러한 밝은 면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펫 숍과 강아지 공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펫 숍과 강아지 공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투명한 상자 속 작고 어린 강아지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려견과 처음 만나는 펫 숍은 반려 문화의 대표적인 그림자다. 펫 숍의 어린 강아지는 대부분 ‘강아지 공장’에서 온다. 강아지 공장은 법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적인 사업장을 말한다. 더러운 뜬장 안에서 발정을 유도하는 주사와 강제 교배 등을 통해 대량 생산된 강아지들은 경매에 넘겨진다.

이미 여러 차례 미디어에 등장했지만 실제로 방문하면 정말 무법천지다. 강아지 공장은 대체로 무허가 사업장이라 세금 징수나 단속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어린 강아지는 생후 60일 동안 모견과 함께 지낸 뒤 판매해야 하지만, 강아지가 크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경매장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펫 숍에 도착한다.

불법 번식 업체 기승, 규제는 허술

비인간적인 불법 공장과 불법 경매가 성행하는 배경에는 이런 허술한 제도가 있다. 그리고 이 연결고리는 유기견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매년 8만~10만 마리의 개가 버려진다. 쉽게 데려와 쉽게 버리는 형국이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파양 이유로 동물의 행동 문제가 27.8%, 예상보다 높은 지출이 22.2%, 동물의 질병이 18.9%, 양육 여건의 변화(이사, 취업 등)가 17.8%, 예상보다 많은 시간 소요가 6.2%, 성장 후 기대와 다른 외모가 1.2%로 조사됐다. 대개 반려동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동물의 행동 문제와 높은 지출, 질병을 합치면 무려 69%다. 이 중 동물의 행동 문제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강아지들에게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육 환경이 위생적이지 못해 모견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마찬가지로 예민하고 건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홍역, 전염성 간염, 기생충은 물론 유전병인 슬개골 탈구, 고관절 이형성증, 안면 구조 이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보호자의 치료비 증가, 그리고 파양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파양하는 사람의 죄책감을 돈벌이로 활용하는 ‘보호소’나 ‘쉼터’라는 이름의 업체도 생겨났다. 놀랍게도 이런 업체 중에는 파양된 반려동물을 다시 돈을 받고 판매하거나, 중성화하지 않은 암컷을 강아지 공장처럼 번식 수단으로 악용하다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동물권 단체 ‘카라’에서 이를 파악하고 신종 펫 숍에 대한 규제안을 제시했지만 딱히 진전은 없다.



이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유기견 보호 단체 및 동물권 단체에서 유기견 입양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취지도 훌륭하고 유기 동물의 복지를 위해 힘쓰는 분들의 노력은 숭고하지만 유기견 입양만으로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전국에서 365일 돌아가는 강아지 공장과 펫 숍, 그리고 허술한 분양 시스템은 끊어지지 않는 악순환을 낳는다. 근본적으로 전 국민이 이런 사태를 알고 펫 숍 이용을 근절한다면 해결될 일이지만, 어리고 귀여운 강아지를 원하는 마음을 억누르긴 어렵다. 국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독일, 펫 숍 없애고 브리더 통해서만 분양 가능

허술한 반려견 입양 절차는 유기견 문제의 핵심 원인이다.

허술한 반려견 입양 절차는 유기견 문제의 핵심 원인이다.

우선 불법 업체에게는 철퇴가 필요하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에 있는 한 불법 번식장은 1차 벌금 조치를 받고도 경기도 남쪽으로 이동해 다시 불법 번식장을 운영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차후 조치가 없어 벌어지는 일이다.

반려동물을 분양 및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아주 숭고하고 어려운 일이다. 오프라인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옳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영국은 동물보호법에 의거 승인받은 브리더(소수 품종을 인도적인 방법으로 기르는 사람)와 펫 숍에서만 동물 매매가 가능하다.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단속을 강화해 새롭게 태어나는 동물의 수 자체가 적다. 국가가 공급을 조절해 분양 장벽을 높이자 많은 이가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는 구조이다. 프랑스에서는 2024년부터 펫 숍에서의 동물 매매가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일부 주는 이미 펫 숍 운영이 금지돼 있다.

독일의 사례가 가장 주목할 만하다. 독일에는 펫 숍이 없고 모두 국가 공인 브리더에게서만 반려견을 분양받을 수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는 모든 강아지는 정부에 등록되며, 교육기관에서 배변·사회성 훈련을 받은 후 테스트를 거쳐 일반 가정에 분양된다.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있는 개는 교정될 때까지 교육받는다. 이러한 교육기관은 보호자들이 납부하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통해 운영된다. 분양비가 비싸 유기견 입양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유기견을 데려가는 경우 정부에서는 첫해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독일은 반려견 입양 전 예비 보호자가 사전 교육을 반드시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가족이 있다면 구성원 모두가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절차가 따른다.

옆 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 또한 브리더와 펫 숍에 대한 세금이 높아 동물 애호가가 아니면 운영 자체가 어렵다. 일본은 과거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강력한 단속을 통해 상황을 변화시켰다. 동물 가격 자체가 높다 보니 분양되는 반려동물의 수도, 유기되는 수도 적다.

이미 생활 속 깊이 자리 잡은 펫 숍 문화를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부디 많은 사람이 이러한 실태를 알고 개선하기 위해 나서주길 바란다. 필자 역시 브리더에게서 품종견을 입양했기에 다른 사람에게 유기견을 입양하라고 권하긴 힘들다. 유기견 입양은 어렵고 힘든 결정이다. 그들이 버려진 이유는 대체로 행동 문제와 건강 문제로 인한 병원비다. 불쌍하다는 생각만으로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재파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했다면 유기견에게 내미는 당신의 손은 버려진 개의 삶을 밝게 만들어줄 것이다.

#펫숍 #강아지공장 #반려견입양제도 #여성동아

서상원
현) 더 나은 반려견교육상담소 운영
미국 전문 반려견트레이너 협회(APDT) Professional Member
미국켄넬클럽(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사) 한국애견협회 반려견지도사 자격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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