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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지도자? 은퇴 후 프로게이머의 삶

오홍석 기자

2023. 03. 17

수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프로게이머. 하지만 이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셀 수 없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하는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선수 생활 이후 프로게이머는 어떻게 살아갈까.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 운집한 팬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 운집한 팬들.

“은퇴하면 프로게임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하거나 스트리머로 많이 전향하죠. 소수는 해설자가 되기도 해요. 저는 현재 명확한 계획을 세워둔 상태는 아니고, 가끔 방송을 하기도 하지만 코치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아이디 ‘마타’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조세형(29) 선수.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마타는 2013년 데뷔해 2014년 소속 팀을 이른바 ‘롤드컵’이라 불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었다. 동시에 대회 최고의 선수인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커리어를 통틀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트로피를 네 번 들어 올렸고 2019년에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인 프로게이머다.

조세형 선수는 2019년 은퇴를 선언한 뒤 프로게임단 감독으로 활동하다 2021년 군에 입대했다. 현재 그는 전역 3개월 차다. 자기 계발을 하며 지도자로서 e스포츠와의 연을 이어갈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스트리머, 코칭스태프로 제2의 시작

프로리그가 사라진 뒤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들은 스트리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프로리그가 사라진 뒤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들은 스트리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인 프로게이머.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짧은 선수 생명과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이 있다. 물론 조세형 선수처럼 이른바 ‘역대급’으로 불리는 선수는 비교적 다양한 선택지를 손에 쥘 수 있다.

현역 시절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김택용, 이영호, 이제동(왼쪽부터).

현역 시절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김택용, 이영호, 이제동(왼쪽부터).

대다수의 프로게이머는 개인 역량을 바탕으로 은퇴 후 커리어를 이어간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분야는 게임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스트리머다. 대표적으로 2012년을 끝으로 프로리그가 사라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을 들 수 있다. 리그가 종료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게임이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는 덕에 이들 역시 스트리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스트리머는 시청자 후원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 스트리밍 업계 시장 규모는 약 251억 원이다. e스포츠 종주국답게 탁월한 프로게이머를 여럿 보유한 한국의 스트리밍 방송을 찾는 해외 팬도 적지 않다. 또한 게임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뒤 전문 인터넷 방송으로 전향해 인플루언서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더러 있다.

국내 최고 인기 e스포츠팀 SKT1의 배성웅 감독.

국내 최고 인기 e스포츠팀 SKT1의 배성웅 감독.

후배 양성을 위해 지도자로 활동하는 선수들도 있다. 현 SKT1 배성웅(뱅기) 감독을 포함해 국내 대다수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 감독은 현역 선수 출신이다. 물론 코칭스태프로 활동하려면 선수 시절 뛰어난 역량을 보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뒤따른다.

여기에 말솜씨까지 갖췄다면 게임 중계 해설자가 되기도 한다. 현 LCK 해설진 중 고수진, 이현우(클템), 정노철, 허승훈은 모두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이 외에 극소수지만 전문 방송인 또는 프로 포커 선수가 된다거나 e스포츠와 전혀 관련 없는 업계에 진출하는 이들도 있다. 그 밖의 대다수는 프로게이머로 크게 인지도를 쌓지 못해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은퇴 후 재사회화 교육과정 필요”

프로게이머는 불확실성이 큰 직업이다. 활동 무대는 적은 반면 지망생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막상 프로게이머가 돼도 프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선수들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물론 기존 선수들 역시 조금이라도 기량이 떨어지면 바로 신예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e스포츠 특성상 선수들의 전성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친다. 선수 커리어는, 이른 나이에 시작해 20대 중반이 되면 대체로 기량이 하락해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2022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는 366명, 이 중 24세 이하가 88.8%로 여타 스포츠에 비해 평균 연령이 현저히 낮고 선수 수명은 짧다. 조사에 응한 프로게이머 중 48.8%가 3~5년 이내 경력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한국e스포츠협회 조사에 따르면 프로게이머 은퇴 평균 연령은 26.1세다.

여타 스포츠와 달리 종목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2012년 사라진 ‘스타크래프트’를 들 수 있다. 공식 프로리그가 사라져 대다수의 프로게이머가 반강제적으로 ‘스타크래프트 2’로 전향해야 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또한 2018년 제작사 블리자드 엔터테이먼트가 돌연 대회 중단을 선언해 여러 프로게이머가 직업을 잃은 사례가 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겨난 지 20년. 업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2020년 국회에서 열린 ‘한국 e스포츠 재도약을 말하다’ 포럼에 참여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인 팀 다이나믹스의 오지환 대표는 “프로게이머의 60~70%가량은 입대와 동시에 커리어가 중단된다”며 “최근 e스포츠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대학들이 선수 은퇴 후 재사회화를 돕는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과정을 개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석주원 한국게임화연구원 대표는 e스포츠만의 특징인 게임 제작사와의 협업을 적극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e스포츠에는 종목의 주인인 개발사가 있다. 개발사가 프로게이머들에게 은퇴 후 일정 기간 연금을 제공하고, 선수들이 운영하는 협회는 게임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은퇴 이후 게임 제작사의 직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열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프로게이머 #은퇴 #이스포츠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SKT1 동아DB 아프리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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