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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ory

아들 바보 진구의 온기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1.06.02 10:30:02

군인, 조폭 등 남성미 물씬 풍기는 역할을 주로 해온 배우 진구가 진한 부성애를 담은 영화로 돌아왔다. 두 아들 아빠 진구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어느 배우의 이름을 들었을 때 대표작이 여럿 떠오른다면, 그만큼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는 뜻이리라. 그런 면에서 배우 진구(41)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연기를 선보이며 자기만의 필모그래피를 확고히 해왔다.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조직폭력배(‘비열한 거리’)부터 1960년대 통기타를 사랑하는 가수(‘쎄시봉’),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해군 장병(‘연평해전’)까지 그가 그려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역할이었다.

사실 진구는 데뷔 초부터 단박에 눈에 띄었다.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톱 배우 이병헌의 아역을 맡아 그의 명성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였던 것.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중 첫사랑에 빠져 한 여인을 가슴에 품는 외로운 소년 김인하 역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내며 독특한 이름 두 자와 더불어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과 2006년 ‘사랑따윈 필요없어’ ‘비열한 거리’에서 연거푸 조직폭력배 역할을 맡으며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안착했고, 2009년 영화 ‘마더’에서 소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지체장애인 도준의 친구 진태 역할로 제46회 대종상영화제와 제30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로 데뷔했지만 주로 영화계에서 활약하던 진구는 2016년 단 한 편의 드라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태양의 후예’에서 국가와 사랑하는 여자에게만큼은 목숨을 거는 특전사 서대영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 당시 진구는 본투비 특전사의 면모를 실감 나게 그리며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해 주연 유시진(송중기) 대위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의 남성다운 매력은 간간이 출연하는 예능에서도 빛을 발했다. 2013년 MBC ‘무한도전-쓸친소’에 출연한 진구는 어렵사리 “짝사랑 중”이라고 고백했다. 작품에서 주로 선 굵은 역할을 맡아 직진남 이미지를 구축한 것과는 상반된 면모를 보여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 당시 방송에서 고백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해 2014년 9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이듬해 첫째, 1년 뒤 둘째 아들을 낳았는데 진구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아이들 이야기를 해 아들 바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진구는 생애 처음으로 가족영화의 주연을 맡아 관객 앞에 섰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서 한순간에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 시청각 장애를 가진 소녀를 우여곡절 끝에 맡아 여러 사건을 거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남성 재식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5월 초 개봉을 앞두고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진구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궁금한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첫 가족영화의 원톱 주연을 맡았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6~7년 지나다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코미디 영화나 따뜻한 가족영화를 많이 보게 됐죠. 그러던 차에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흔쾌히 참여하게 됐어요. 저희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게 돼 기분 좋습니다.

가족영화가 많은데 특별히 이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요.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게 된 소녀와 그저 하루하루 한심하게 살아가던 아저씨, 둘의 이야기라는 점이 끌렸어요. 힘겨운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보고 싶었거든요. 영화 ‘레옹’ ‘맨 온 파이어’ 등 성인 남성과 어린 소녀가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을 좋아했는데 비슷한 구도라는 점에서 끌리기도 했고요.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라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그렇죠. 여러모로 부담이 큰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잠깐씩 등장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해 호흡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하기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혼자 맥락을 이어가면서 연기하다 보니 몰입하기도 좋고요. 부담이라면 시청각 장애인에 관한 작품이고, 아역 배우와 함께 작품을 완성해야 하니까 그런 데서 오는 책임감이 컸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연기를 하는 아역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시청각 장애인 ‘은혜’ 역할을 맡은 일곱 살 정서연 양이 연기를 철저히 준비해 와서 놀랐어요. 또 촬영 중에 감독님께서 서연 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신 덕에 어려움 없이 연기하더라고요. 저 역시 또래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서연 양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고, 계속 호흡을 맞춰나갔죠. 현장 상황이 춥기도, 덥기도 하고 열악하기도 해서 사실 신경이 쓰였어요. 그런데 서연 양은 어린데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을 밝게 받아들이고 연기해 오히려 성인 연기자들에게 귀감이 됐죠.

아들만 둘이라 여자 아역 배우를 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죠. 확실히 사내아이에 비해 얌전하고, 연기도 열심히 준비하는 등 예쁜 점이 많아서 ‘이 친구가 현장에서 나를 포함한 모든 어른들에게 상처 받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연 양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힘들어서 울거나, 힘들다고 표현한 적은 없어서 성공적으로 케어한 것 같아요.

빚쟁이에 쫓기듯 도망가면서도 엄마를 잃은 아이를 이용해 살 궁리를 모색하는 재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요.

일상과 맞닿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재식은 극 중에서 계속 안쓰러운 상황에 처하는데 그걸 해결하는 방식이 한심하고 답답해요. 어떤 면은 저와 비슷하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인물이라고 해석했어요. 연기하는 데 있어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죠. 흔한 대사라도 조금 더 관객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갔으면 해서 대본을 보고 많이 연구했어요.

극 중 엄마를 잃고 마음의 문을 닫은 은혜와 짜장면을 계기로 친해지는 장면이 나와요. 촬영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촬영 소품으로 짜장면이 나오면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빨리 찍지 않으면 면이 다 불어버리거든요. 이번 작품에서 짜장면이 나오는 장면은 잠깐인데 이틀에 걸쳐서 촬영했어요. 서연 양이 냄새를 맡고 손으로 만져보고, 제가 억지로 먹이려다가 던져버리고, 결국 손으로 집어서 먹는 여러 장면들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어요.

시청각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국내에선 처음인데, 촬영 후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던가요.

저도 연기하면서 시청각 장애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됐어요. 확실히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보다 고립돼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에 그분들을 위한 지원법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들었어요. 현재 몇 명이나 시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지 현황이나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그분들은 불편함을 안고 살아간다고도 하고요. 이 영화를 통해 인식이 개선돼 하루속히 지원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영화 마지막에 재식은 결국 좋은 어른이 되기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실제 모습과 닮은 점이 있나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좋은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좋은 배우, 좋은 아빠에서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죠. 그런 부분에서 극 중 재식과 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영화 출연을 결심했고요. 제가 만약 현실에서 재식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올해로 데뷔 18년을 맞았어요. 누아르, 액션, 전쟁,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까요.

장르를 불문하고,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다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하나만 꼽으라면 ‘올인’이에요. 이병헌 선배님의 아역을 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그때 연기를 시작한 것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죠. 그 작품 덕분에 제가 연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됐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큰 변화를 맞았어요.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OTT 기반의 시리즈물이나 편당 10분짜리 웹드라마도 각광받고 있어요. 이런 작품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저도 시대 변화를 체감하고 있어요. 요즘은 역할의 크고 작음이나 분량을 따지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워낙 좋은 시나리오와 시놉시스가 다양한 형태로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넷플릭스나 OTT 시리즈물 등에 출연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이 완성도가 높고 좋다면 얼마든지 출연할 의사가 있거든요.

최근 즐겨 보는 OTT 시리즈물이 있나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애석하게도 없네요. 흔쾌히 출연할 거라고 말했는데 정작 주의 깊게 본 작품이 없어서 민망하네요(웃음). 제가 예능을 너무 좋아해서 쉴 때는 공중파나 종편 예능을 몰아 보는 데 시간을 쓰고 있어서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주로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시사 예능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몰아서 봤고, 그 전에는 tvN ‘알쓸신잡’을 좋아해서 챙겨 봤어요. 물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놀면 뭐하니?’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도 좋아해요. 예능만의 매력이 있어서 저 역시 기회가 되면 출연해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선 굵은 역할을 주로 해온 탓에 딱딱할 것 같았는데 자상한 아빠, 예능을 좋아하는 편안한 아저씨 이미지도 있고요.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선이 굵고 남성다운 영화를 보는 것도, 출연하는 것도 선호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생기고부터 달라졌죠. 그런 장르물보다는 따뜻하고 웃음 요소가 많은, 편안한 영화를 저도 모르게 보게 되더라고요. 코로나 시국이라 아이들과 야외 활동을 자주 못 하지만 시간이 되면 자연 속에서 캠핑도 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요. 어린이날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을 하고 하루 종일 맛있는 걸 먹으며 시간을 보냈고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아빠를 따라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말해줄 건가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그럴 때마다 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추천할 거라고 이야기해요. 제가 배우에 대한 직업적 만족도가 높거든요.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초반에 자리 잡기까지는 저 역시 힘들었어요. 저희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그렇게 성장한다면 혹여 배우를 하다가 그만두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 따라서” 하겠다는 게 너무 귀여워서 찬성할 거예요(웃음).

직업적 만족도가 높다고 하셨는데, 언제 행복을 느끼나요.

여러 성향의 사람이 있겠지만 전 매번 새로운 걸 시도하길 즐겨요. 그런 면에서 이 직업이 잘 맞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 새로운 대사를 외우고, 새로운 감독과 동료, 스태프와 새로운 현장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해요. 만약에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회사원이 됐다면 적응을 못 했을 것 같아요. 실적도 못 냈을 것 같고요(웃음). 조직에 속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경험은 이미 학창 시절에 했기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18년 동안 연기했으니 기업으로 치면 과장이나 차장급인데요. 스스로 ‘배우 진구’를 평가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제 연기를 보러 와준 관객에게 그 시간과 돈의 값어치를 하는 게 저의 목표예요. 늘 그런 마음을 갖고 연기해왔고요. 스스로를 평가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기준에서 바라본다면 전 지금 제 값어치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올해도 벌써 절반이 흘렀는데, 이루고 싶은 바가 있나요.

작년 여름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촬영을 시작해 연말까지 달렸고, 올해는 시작과 동시에 영화 ‘마녀2’ 촬영에 들어가서 최근 마무리했어요. 하반기에는 또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예정인데 올여름은 푹 쉬고 싶어요. 그간 쉴 틈 없이 달려왔더니 개인 정비를 좀 해야 하겠더라고요. 운동도 많이 하고, 다음 작품 준비도 열심히 해서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사진제공 ㈜파인스토리



여성동아 2021년 6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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