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 (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전시를 하고 있는 대림미술관 전경
“그래서 구찌는 어디 있어?”
마틴 심스의 '몸짓에 대한 메모' 앞에 서있는 엑소 카이. 카이는 이번 전시에 모바일 가이드로 참여했다.
예약은 필수, 6단계 입회 절차
지난해 초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가 진행되고 있는 대림미술관 전시관 풍경. 관객들로 붐벼 사진촬영이 쉽지 않았다.
6월 25일 방문한 대림미술관. 입장 전 손소독제를 하고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전시장에 들어가기까지는 총 6단계를 거쳐야한다. 우선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 및 코로나19 진단 문항지에 답을 기재하고,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한다.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고, 예약내역을 확인한 뒤 티켓을 받고, 라텍스 장갑을 끼는 순서다. 장갑까지 필요할까 싶었지만 그 이유는 관람 중에 밝혀졌다. 마지막 6단계인 분사형 소독 게이트를 거치면 드디어 작품과 만날 수 있다.
관람 인원 적어 상쾌한 감상
6월 25일 11시 진행되고 있는 해설 프로그램.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0명 이내로 이뤄진다.
다시 찾은 대림미술관 전시실은 답답한 마스크만 빼면 쾌적한 모습이다. 목요일 오전이라는 애매한 시간 탓도 있을 터였다. 매진 가능성이 높은 주말 전시나 퇴근 시간 이후 전시에도 사회적 거리는 유지된다. 3층에서 일하고 있는 키퍼(전시관 지킴이)에 따르면 층당 15~18명으로 관람객 숫자를 관리하고 있다고. 관람객 수가 넘어서면 다음 층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에는 손을 사용해야 하는 체험형 작품들이 많았다. 라텍스 장갑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작가가 음악이나 소리를 통해 작품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헤드셋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키퍼들은 일회용 귀 덮개를 가방에 잔뜩 가지고 있었다.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해설 문화도 달라졌다. 평일 5회(오전 11시, 오후 2‧3‧4‧5시), 주말 2회(오전 11시, 낮 12시)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 역시 10명 이내로 제한된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도슨트들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관람객들도 이어폰을 통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비말이 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일상 속 유토피아, 헤테로토피아
탈영역 우정국의 작품 ‘달나라 부동산’ 중 하나.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작품은 탈영역 우정국의 ‘달나라 부동산’. 2018년 탈영역 우정국은 가상으로 달의 부동산을 매입해 그 땅을 10조각으로 나누어 경매에 부쳤다. 이번 전시를 위해 10조각으로 쪼개진 부동산 매입증서를 주인으로부터 대여해왔다. 매입증서 뿐 아니라 달에 만들어질 아파트 모형, 달에서 생활하게 되면 펼쳐질 풍경 등도 걸려 있다. 그야말로 작품 자체가 가상의 모델하우스인 셈이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에 걸려있는 문구. “I have a dream that all man will one day have a real estate(나는 꿈이 있어요.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부동산을 소유하는 꿈).” 마틴 루터킹의 연설을 패러디한 이 문구에는 수많은 아파트와 건물이 존재하는 서울에서 멀기만 한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서울 라이프의 애환이 담겨 있다.
큐레이터의 설명이 끝난 뒤 기자는 홀로 작품을 감상했다. 작품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관람인원이 적어 부담스럽지 않았다. 미술관에 와서까지 줄서서 관람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 미술관을 찾지 않았던 이들에게 도심 속 헤테로토피아가 돼 줄 듯하다.
사진제공 대림미술관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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