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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Arts

코로나19 전과 후, 같은 공간 달라진 전시 풍경

대림미술관 ‘코코 카피탄’(2019) vs. ‘헤테로토피아전’(2020) 비교 체험

글 & 사진 문영훈 기자

입력 2020.06.26 18:00:02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전시회에 들어가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자가 직접 대림미술관을 찾아 2019년과 2020년의 달라진 전시 풍경을 비교했다.
‘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 (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전시를 하고 있는 대림미술관 전경

‘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 (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전시를 하고 있는 대림미술관 전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BC(기원전, Before Christ)와 AD(기원후, Anno domini)가 아닌 BC(Before Corona)와 AD(After Disease)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뒤바꿨다는 의미다. 전시회 풍경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뒤바뀐 전시회 풍경을 쫓았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 시점은 2019년 1월과 2020년 6월이다.

“그래서 구찌는 어디 있어?”

마틴 심스의

마틴 심스의 '몸짓에 대한 메모' 앞에 서있는 엑소 카이. 카이는 이번 전시에 모바일 가이드로 참여했다.

대림미술관에서는 7월 12일까지 ‘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전시가 진행중이다. 세계적인 명품 회사 구찌가 기획‧후원한 이번 전시는 ‘구찌 전시’로 알려졌지만 구찌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찌가 서울의 독립 예술 공간 10곳과 국내외 현대 미술 작가 5명을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로, 총 15개의 프로젝트를 접할 수 있다. 기자가 2019년 1월 방문했던 대림미술관에서는 스페인 출생 작가 코코 카피탄의 전시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2018년 8월 2일~2019년 1월 27일)가 진행 중이었다. 이번 전시와 코코 카피탄 전시는 구찌라는 키워드로 엮인다. 현대 미술 작가 코코 카피탄 역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후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예약은 필수, 6단계 입회 절차

지난해 초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가 진행되고 있는 대림미술관 전시관 풍경. 관객들로 붐벼 사진촬영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초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가 진행되고 있는 대림미술관 전시관 풍경. 관객들로 붐벼 사진촬영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1월 4일 기자는 당일 친구와 코코 카피탄 전시를 보러가기로 결정했고 현장에서 쉽게 표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 6월 25일은 그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당일 전시회 관람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대림미술관에서는 당일 예약 및 현장 예매를 받지 않는다. 30분 단위로 일정 인원수를 정해 온라인 예약을 해야 미술관 입장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람객 간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30분 간격으로 최대 60명만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 25일 방문한 대림미술관. 입장 전 손소독제를 하고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6월 25일 방문한 대림미술관. 입장 전 손소독제를 하고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신분증 확인, 일회용 라텍스 장갑 착용, 열화상 체온계 및 분사형 소독 게이트 통과. 공항이나 수술실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대림미술관 입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입장 티켓과 잠깐의 기다림이 전부였지만, 이젠 과정이 복잡해졌다. 

전시장에 들어가기까지는 총 6단계를 거쳐야한다. 우선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 및 코로나19 진단 문항지에 답을 기재하고,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한다.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고, 예약내역을 확인한 뒤 티켓을 받고, 라텍스 장갑을 끼는 순서다. 장갑까지 필요할까 싶었지만 그 이유는 관람 중에 밝혀졌다. 마지막 6단계인 분사형 소독 게이트를 거치면 드디어 작품과 만날 수 있다.



관람 인원 적어 상쾌한 감상

6월 25일 11시 진행되고 있는 해설 프로그램.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0명 이내로 이뤄진다.

6월 25일 11시 진행되고 있는 해설 프로그램.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0명 이내로 이뤄진다.

‘일상이 미술이 되는 공간’을 표방하며 2002년 오픈한 대림미술관은 내놓는 전시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코코 카피탄 전시도 그 중 하나. 지난해 기자가 대림미술관을 방문했던 날은 금요일 오후 3시였지만 전시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1층부터 4층으로 이뤄진 전시관 내에서 사실상 줄을 서서 관람하는 분위기였다. 사진 촬영이 가능했던 전시라 오롯한 작품을 스마트폰에 남기고 싶다면 다른 관객들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다시 찾은 대림미술관 전시실은 답답한 마스크만 빼면 쾌적한 모습이다. 목요일 오전이라는 애매한 시간 탓도 있을 터였다. 매진 가능성이 높은 주말 전시나 퇴근 시간 이후 전시에도 사회적 거리는 유지된다. 3층에서 일하고 있는 키퍼(전시관 지킴이)에 따르면 층당 15~18명으로 관람객 숫자를 관리하고 있다고. 관람객 수가 넘어서면 다음 층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에는 손을 사용해야 하는 체험형 작품들이 많았다. 라텍스 장갑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작가가 음악이나 소리를 통해 작품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헤드셋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키퍼들은 일회용 귀 덮개를 가방에 잔뜩 가지고 있었다.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해설 문화도 달라졌다. 평일 5회(오전 11시, 오후 2‧3‧4‧5시), 주말 2회(오전 11시, 낮 12시)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 역시 10명 이내로 제한된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도슨트들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관람객들도 이어폰을 통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비말이 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일상 속 유토피아, 헤테로토피아

탈영역 우정국의 작품 ‘달나라 부동산’ 중 하나.

탈영역 우정국의 작품 ‘달나라 부동산’ 중 하나.

‘헤테로토피아’는 프랑스 사회학자 미셀 푸코가 만든 개념으로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한시적 유토피아를 말한다. 미켈레는 이 개념을 사회 안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헤테로토피아로 봤다. 전시된 15개의 프로젝트는 젠더‧인종‧난민‧외국인 노동자‧성 소수자 등 평소에 접하는 좁은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작품은 탈영역 우정국의 ‘달나라 부동산’. 2018년 탈영역 우정국은 가상으로 달의 부동산을 매입해 그 땅을 10조각으로 나누어 경매에 부쳤다. 이번 전시를 위해 10조각으로 쪼개진 부동산 매입증서를 주인으로부터 대여해왔다. 매입증서 뿐 아니라 달에 만들어질 아파트 모형, 달에서 생활하게 되면 펼쳐질 풍경 등도 걸려 있다. 그야말로 작품 자체가 가상의 모델하우스인 셈이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에 걸려있는 문구. “I have a dream that all man will one day have a real estate(나는 꿈이 있어요.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부동산을 소유하는 꿈).” 마틴 루터킹의 연설을 패러디한 이 문구에는 수많은 아파트와 건물이 존재하는 서울에서 멀기만 한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서울 라이프의 애환이 담겨 있다. 

큐레이터의 설명이 끝난 뒤 기자는 홀로 작품을 감상했다. 작품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관람인원이 적어 부담스럽지 않았다. 미술관에 와서까지 줄서서 관람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 미술관을 찾지 않았던 이들에게 도심 속 헤테로토피아가 돼 줄 듯하다.

사진제공 대림미술관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20년 7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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