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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호메로스의 흉상을 어루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자에 대한 깊은 존경심

2009. 05. 11

호메로스의 흉상을 어루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렘브란트, 호메로스의 흉상을 어루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1653, 캔버스에 유채, 143.5×136.5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렘브란트는 멋진 빛과 그림자의 표현으로 숱한 걸작을 남긴 화가입니다. 그의 ‘호메로스의 흉상을 어루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빛과 그림자의 조화가 인상적인 그림이지요.
이 그림은 시칠리아의 부유한 귀족 돈 안토니오 루포가 렘브란트에게 주문한 작품입니다. 루포는 그에게 고대 위대한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을 초상화로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렘브란트는 한 사람의 초상화이면서도 세 사람의 위인이 함께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 그림을 완성했지요. 그 세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호메로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이었습니다. 그림에서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그려진 인물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그리고 그가 어루만지는 흉상이 시인 호메로스, 그의 금 사슬 장식에 새겨진 얼굴이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철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으로, 훌륭한 철학자답게 뛰어난 두뇌와 정연한 논리로 인간과 세계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호메로스는 시인이었던 까닭에 논리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감동적인 서사시를 쓴 사람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호메로스의 조각상을 어루만지는 것은 시인에 대한 존경심이 깊이 우러나서입니다.
알렉산더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입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얼굴이 새겨진 메달을 착용한 것이지요. 알렉산더도 위대한 인물이지만 화가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호메로스에 비해서는 그를 크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화가가 보기에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한 정복자보다는 마음의 유산을 남긴 사람이 더 위대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철학은 인간과 세계의 근본 이치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사물을 분별해 판단하는 법과 참됨, 선함, 아름다움 등 사람의 욕구나 삶의 목표에 대해 공부합니다.


렘브란트
‘빛과 영혼의 마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는 일찍부터 재능을 발휘해 30대에 이미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의 내면과 영혼의 문제를 깊이 탐구해 나이가 들수록 더욱 훌륭한 작품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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