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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퀴즈 영웅’신정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공부 비결

글&사진 양광삼‘일간스포츠 기자’ | 사진제공 KBS

2009. 03. 13

지난 2월 중순 KBS ‘퀴즈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설마 저 꼬마가 우승을?’ 하는 마음으로 브라운관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당차게 한 라운드씩 헤쳐나가던 소년은 결국 어른들을 물리치고 최연소 퀴즈 영웅에 등극했다.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퀴즈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신군의 남다른 일상 속으로 들어가봤다.

‘11세 퀴즈 영웅’신정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공부 비결

“하루 평균 3권 읽는 독서광, 책 속에 길이 있어요”
잠자리에 누워서도 눈이 말똥말똥한 꼬마. 어머니는 나직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줬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를 했어…’, ‘하늘의 별은 왜 반짝일까…’ 아이는 이야기 속의 세계를 상상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이는 자연히 책을 좋아하게 됐고, 머릿속에는 지식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마침내 KBS ‘퀴즈 대한민국’에서 어른 경쟁자 5명을 물리치고 역대 최연소로 ‘퀴즈 영웅’에 등극, 상금 4천1백만원을 획득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신정한군(11·경북 고령군 고령초교 )은 퀴즈왕 등극 후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요즘은 ‘삼국지’에 푹 빠져 있다. 신군은 책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얼마 전 ‘손자병법’을 읽었다고 해서 물었더니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술술 흘러나왔다. 기억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지난 겨울방학에만 1백20권, 하루 평균 3권을 읽었다고 한다.
신군의 방은 출입문을 제외한 3면의 벽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어림잡아 1천 권이 넘어보였다. 책상 위에는 책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다. 거실에 놓인 책까지 더하면 족히 1천3백권은 될 듯싶다. 신군은 “책을 선택할 때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무도 이 방에 못 들어오게 한다”고 말했다. 방문에는 ‘아무도 못 들어옴, 비밀번호를 누르세요’란 문구가 적혀 있다.
독서 후에는 엄마, 아빠에게도 절대 보여주지 않는 ‘비밀노트’를 작성한다. ‘보물 1호’다. 신군은 인터뷰를 하는 날에도 책을 읽느라 여념이 없었다.
신군이 퀴즈왕에 오른 데는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 엄마 서정희씨(40)의 영향이 크다.
“서너 살 때부터 유달리 책 읽는 데 관심이 많아 도서관에 자주 데려가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줬어요. 그리고 특별히 공부를 강요하거나 숫자 개념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어요. 어떤 날은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보기에 ‘위험하니 길을 걸을 땐 읽지 말라’고 혼내기도 했죠.”

“궁금증은 책과 인터넷 검색 통해 해결, TV는 시사 프로그램만 봐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던 신군은 책을 읽다가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묻고 또 물었다. 서씨는 아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즉각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네가 공부해서 엄마에게도 설명해달라’고 했어요. 호기심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 게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타고난 재능에 엄마의 노력이 더해져 신군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기본 상식 책과 한자, 억 단위 숫자까지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어 아동복지센터의 독서코너와 고령군 도서관 관계자 사이에서는 신군을 모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책을 찾아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을 구했다. 아버지 신상진씨(42)는 “아들이 묻는 고차원적인 질문에 답을 못해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책과 인터넷이 없었다면 정한이는 퀴즈왕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세 퀴즈 영웅’신정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공부 비결

신정한군은 최연소로 퀴즈 영웅에 등극, 상금 4천1백만원을 거머쥐었다.


사교육은 일부러 피했다. 3학년까지는 미술·태권도·피아노·바둑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4학년부터는 다니질 않는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과 토론을 하는 학원에 다닐 뿐이다. 서씨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식이 책에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서씨는 “처음에는 학원을 안 다녀 또래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어차피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신군이 하교 후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책과의 씨름이다. 동생이 놀아달라고 떼를 써도 책을 읽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밥 먹으라’는 소리도 몇 번을 반복해야 방에서 나온다고 한다.
책 읽는 틈틈이 영어와 한자 공부도 한다. 거실 탁자에 깨알처럼 쓴 영어와 한자 단어장이 놓여 있다. 한자는 벌써 3급 자격증을 획득했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엔 블록(레고)과 로봇 장난감을 조립한다. 조립 후 느끼는‘성취감’을 즐긴다고 한다. 책장 옆에는 천체 망원경이 있다. 처음 천체 망원경을 장만했을 때는 작동법이 어려워 제대로 관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신군은 인근 천문대에 찾아가 작동법을 배웠다고.
신군의 생활은 빡빡하지 않지만 규칙적이다. 밤 10시30분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7시30분쯤 일어난다. TV는 드라마나 오락프로 같은 건 재미가 없어 보지 않는다. 어머니 서씨는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만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매일 저녁 2백회 정도 줄넘기를 한다. 문 밖의 자전거는 오랫동안 타지 않아 먼지가 쌓였다.
신군의 5학년 담임인 정지혜 교사는 신군에 대해 “집중력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말했다. 성격은 쾌활한 편. 성적은 “전체 1백60여 명 중 1, 2등을 유지했으며 과학과 국사를 특히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수업 중 질문이 많아 진도가 늦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신군의 꿈은 원래 과학자였지만 최근 바뀌었다고 한다. “요즘 범죄가 많아 법학자나 범죄연구가가 돼서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 신군은 아직 꿈꿀 시간이 많다. 어린 정한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은 이제 어른들의 몫이다. 어머니 서씨는 “사회의 유익한 구성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약 신군이 6~7개의 학원을 바삐 오가는 학생이었다면 퀴즈왕에 오를 수 있었을까. 고령초등학교 이상현 교감은 “정한이가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며 대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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