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 잠자는 집시, 1897, 캔버스에 유채, 129.5×200.7cm, 뉴욕 근대 미술관
혼자서 잠을 자려면 무서울 때가 있지요? 왠지 도깨비라도 나올 것 같아 엄마와 아빠의 잠자리로 숨어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나그네는 텅 빈 사막에서 아무 걱정 없이 혼자 잠을 자네요. 옆에 악기가 있는 걸로 보아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게 분명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다가 잠이 든 걸까요?
그렇게 잠든 집시 곁에 지금 웬 짐승이 한 마리 다가서 있네요. 바로 동물의 왕 사자입니다. 사자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니 등골이 오싹합니다. 그래도 나그네는 쿨쿨 잠만 자네요. 배짱이 좋은 걸까요, 감각이 무딘 걸까요?
어쩌면 이 사자는 실제 사자가 아니라, 집시의 꿈속에 나타난 사자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화가는 잠자는 집시와 집시의 꿈 장면을 동시에 그려넣은 셈이 됩니다. 사자가 꿈에 나타난 거라면 일단 집시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므로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꿈이라도 사자가 나타났으니 집시는 지금 무서움에 떨겠지요?
사람은 외롭고 고독하면 무서운 꿈을 잘 꾸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엄마 아빠에게 혼나거나 하면 서럽고 외로운 마음이 들어 잠 잘 때 무서운 꿈을 꾸지 않나요? 그런 점에서 저 집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가까운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 사자가 더 이상 무섭기만 한 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집시의 살가운 친구가 돼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일요화가라고 부릅니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 그림을 그리기 어렵지만 주말에는 야외 스케치를 나가는 등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지요. 루소도 일요화가 출신입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어린이 그림같이 미숙해 보이지만 순수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어 지금껏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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