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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여자가 사는 법

‘펀(fun) 경영 전도사’ 재미교포 여성기업인 진수 테리

“재미있게 사세요! 웃다 보면 성공합니다”

기획·이남희 기자 / 글·박윤희‘자유기고가’ / 사진ㆍ홍중식 기자

2006. 03. 15

그를 만나면 언제나 즐겁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열정과 유머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펀 경영의 전도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재미교포 여성 기업인, 진수 테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웃음과 독창성으로 승부하라”고 말하는 진수 테리의 남다른 성공 비법을 공개한다.

‘펀(fun) 경영 전도사’ 재미교포 여성기업인 진수 테리

진수 테리(49)에게 딱 걸리면 아무도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는 전염성 100%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가 퍼뜨리는 바이러스의 정체는 바로 웃음. 그렇다고 그의 직업이 개그맨인 것은 아니다. 그의 공식 직함은 어드밴스글로벌커넥션 대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펀(fun) 경영’을 파는 경영 컨설턴트이자 명강사로 이름이 나 있다.
지난 2월13일 그의 공개특강이 있던 SBS 서울 등촌동 공개홀. 특강 두 시간 전부터 1천 명 남짓한 사람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공개홀을 에워싸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신나는 랩송이 흐르자, 모두가 기다리던 그가 흑인 래퍼 에이저맨과 함께 무대 위에 나타났다. 그의 웃음 바이러스가 미국을 넘어 이제 막 한국에 상륙하는 순간이었다.
“진수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If Jinsoo can do it, You can do it, too!)”
흰색 가죽 재킷 차림에 랩송을 부르며 몸을 흔들어대는 진수 테리. 현란한 몸동작은 아니지만 아무나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그의 열정 때문인지 방청석은 마치 인기가수에 열광하는 팬클럽처럼 환호를 보냈다.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시간 낭비예요. 인생과 사업을 ‘펀(Fun)’하게 경영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20년 전 한국에서 의류업을 하다가 남편 샘 테리를 만나 미국으로 건너간 진수 테리는 지난 2001년 미국을 대표하는 100대 여성 기업인에 선정됐다. 이어 2003년에는 미국 상무부가 뽑은 소수민족 사업가 대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 국영방송인 ABC TV가 선정한 ‘올해의 아시안 지도자 11인’에 올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7월10일을 ‘진수 테리의 날’로 정할 만큼 미국에서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7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재미없는 사람’이라 해고됐다는 말 듣고 충격받아
“미국에 가자마자 어떻게든 성공해보려고 일만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7년간 일한 직장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저를 해고하는 거예요. 회사가 어려운 상황도 아니었고 직원을 60명에서 2백 명으로 늘려가는 마당에 해고를 당하니까 어이가 없었죠. ‘내가 아시아인이라 인종차별을 했구나!’ 하고 생각하니 밤에 잠도 안 올 정도였어요.”
그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예전에 다니던 직장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가슴을 후벼 파는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진수! 넌 인종차별 때문에 해고당한 게 아니야. 네가 엔지니어로서 일도 잘하고 학벌도 좋지만 너무 잘하려고 늘 긴장해 있기 때문에 네 얼굴엔 미소가 없어. 한마디로 재미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아랫사람이 널 따르지 않아. 실적만 좋으면 뭐해? 인간관계를 못 푸는데….”
그는 상사의 따끔한 충고에 큰 충격을 받았고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고 울면서 1년 동안 실업자로 지냈다.
“혼자만 잘되려고 투쟁하듯 사는 태도는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그는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마음 만들기’ 작업을 새로 시작했다. 가장 먼저 무표정한 얼굴을 부드럽게 바꾸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인 특유의 딱딱한 표정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거울 보고 얼굴 근육 마사지를 하면서 표정 연습을 했죠. 억지로라도 혼자 많이 웃었어요. 그렇게 한 지 몇 달이 지나니까 무표정했던 제 얼굴에 아주 다양한 표정이 생기더라고요.”

‘펀(fun) 경영 전도사’ 재미교포 여성기업인 진수 테리

표정만 풍부해진 게 아니었다.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 백전백승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함께 솟구쳐 올랐다.
“웃음이 끼친 긍정적인 효과가 굉장히 크더라고요.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마인드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기 시작했고요.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저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우주의 좋은 에너지가 저한테 모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때부터 엄청난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그가 최대의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전환해 펀 경영 전도사가 된 데는 어머니의 조력이 가장 컸다.
“미국에서 힘들 때 엄마한테 전화를 하면 ‘넌 분명히 성공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라!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열심히 해라!’ 하고 늘 격려해주셨어요. 제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펀 경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제 엄마가 있어요.”
잘 웃는 CEO가 그렇지 않은 CEO보다 훨씬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게 그의 주장인데, 펀 경영의 개념에 비춰봤을 때 한국의 CEO는 100점 만점에 한 40점 정도라고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재밌는 사람이 돼야 하고, 내가 어떤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는지 잘 살핀 후 독창성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똑똑해지려고만 하지 말고 독창적인 사람이 돼야지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똑똑함으로만 승부할 경우, 언젠가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만나면 결국 그 사람한테 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독창성은 똑똑함보다 생명력이 훨씬 더 길거든요.”

행복은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어
그렇다면 가정의 CEO인 주부들은 그의 펀 경영을 어떻게 응용하면 좋을까.
“주부가 행복해야 다른 가족들이 행복해집니다. 행복은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어요. 우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많이 읽고 강연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어보세요. 그러면 자신의 제한된 사고를 넓히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돼요. 저는 이런 훈련을 통해 부정적인 마인드를 제거하는 데 8년이나 걸렸어요.”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부인과 남편이 ‘펀’한 생각을 해야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남편 친구들이 ‘샘, 너는 한국 부인이 요리도 잘해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좋겠다’며 제 남편을 부러워해요. 그러면 제 남편은 ‘야, 너 한국 여자랑 한 달만 살아봐라. 그럼 그런 소리 못한다’며 받아치죠. 제 남편은 제가 밥하고 요리를 잘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렸어요. 저희는 서로 있는 그대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마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친구 같아요. 뭐랄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할까. 아주 끈끈한 우정 같은 게 있어요.”
남편 샘 테리는 바다에서 다이빙을 즐기며 해적선을 찾는데 열광하고, 그는 비행기 조종에 푹 빠져 있다. 부부지만 한 마디로 ‘노는 물’이 다른 것. 입맛도 각자 따로따로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 딴판인 식성이나 취미를 맞출 생각은 전혀 없다. ‘상대방이 펀하면 나도 역시 펀하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세계 배낭여행을 다닌 적이 있어요.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족과 생활하면서 느낀 건데 ‘사람은 누구나 다 똑같다’는 것이죠. 피부색이 다르고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어요. 저도 성공했는데 여러분이라고 성공 못하겠어요? 자신이 마음속에 ‘난 못해’라고 만들어놓은 장벽을 무너뜨리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강연회를 위해 스피치 강사들을 초빙하면 시간당 평균 5천 달러(약 5백만원)를 지급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7천 달러, 1만 달러를 부른다. 그러면 주최 측에선 “넌 영어도 못하면서 왜 두 배냐?” 하고 반발한다. 이럴 때 그의 답변이 정말 근사하다.
“‘저는 서양의 비즈니스를 알고 있지만 동양의 비즈니스도 압니다’ 하고 말하면 두말없이 ‘그 말이 맞다’며 두배를 줍니다. 자신의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너무 심각하게 사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지름길이에요. 재밌게 사세요! 웃다 보면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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