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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요리랑 공부하자

창의력 쑥쑥 길러주는 요리교육

“음식 재료를 조물조물 만지면서 오감 사용하면 뇌세포가 자극 받아 똑똑해져요”

글·강현숙 / 사진ㆍ홍중식 기자 || ■ 참고도서·똑똑똑 요리 공작실(웅진지식하우스)

2006. 02. 14

KBS 건강 프로그램 ‘비타민’에서 ‘위대한 밥상’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숙명여대 한영실 교수. 그에게 요리가 어린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수학, 과학적 개념까지 길러주는 요리에 관해 들었다.

창의력 쑥쑥 길러주는 요리교육

요리 활동은 놀이하듯 즐겁게 할 수 있는 전인교육이다.


KBS건강 프로그램 ‘비타민’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의 효능과 요리법을 세세하게 알려줘 인기를 얻고 있는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 교수(48)가 최근 요리를 활용한 교육법을 담은 책 ‘똑똑똑 요리 공작실’을 펴냈다. 어린이들이 놀이하듯 즐겁게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요리 방법을 쉽고 간단한 레시피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이가 다섯 살 무렵 박사 과정 후 연수를 밟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갔어요. 아이를 독일 유치원에 보냈는데, 처음에는 적응을 못해 아침마다 유치원에 안 가겠다며 떼를 쓰고 울더라고요. 그런데 수요일마다 있는 ‘요리 수업’을 듣고는 180도 달라졌어요. 아기 때부터 할머니와 주방을 놀이터 삼아 놀았던 아이는 요리만큼은 자신이 있었던지 흥미를 보이며 수업에 참여했고, 실력을 뽐내며 자신감을 쌓아가더군요. 자연스럽게 독일 아이들과 어울려 언어도 익히고, 나중에는 저보다 더 독일 생활에 잘 적응했어요.”
독일 유학 중 ‘요리의 힘’을 알게 된 한 교수는 요리 교육의 효과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연구한 뒤 지난 2003년 숙명여대에 어린이 요리 교실인 ‘마법의 방’을 만들었다. ‘마법의 방’에서는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조리하는 등 일련의 요리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수학, 과학, 미술의 개념을 알려주고 사고력, 사회성, 창의력 등을 키워주고 있다.

요리 만드는 과정 통해 창의력·사고력·사회성 키울 수 있어
한 교수는 아이들에게 주방은 ‘마법의 공간’이자 ‘호기심의 장소’라고 말한다. 보통 엄마들은 요리를 할 때 아이들이 다가오면 위험하다고 혼내며 쫓아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늘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고 맛있는 음식이 뚝딱 완성되는 주방을 보며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게 된다. 즉 주방에서 벌어지는 요리 활동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며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것.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 인내심, 리더십 등이 꼽혀요. 이것은 모두 요리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학습 효과와 일치해요. 우선 요리를 하려면 여러 가지 재료를 보고, 만지고, 썰고, 냄새를 맡으며 맛봐야 하는데, 이렇듯 오감을 사용하는 활동은 창의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에요. 감각기관을 활발히 사용하면서 뇌세포가 자극을 받아 머리도 똑똑해지지요.”
요리법을 읽고, 요리에 사용되는 어휘와 도구의 이름을 배우면서 관찰력과 언어능력도 향상된다. 재료를 자르고 용량을 재는 조리 과정을 통해서는 크기, 모양, 길이, 부피의 개념을 이해하고 분류하거나 측정하는 수학적 개념을 익히게 된다. 또 요리를 하면서 과학적 개념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딸기셰이크를 만들 때 똑같은 양의 우유에 딸기의 양을 늘려서 섞으면 점점 농도가 진한 딸기셰이크가 완성되는 것을 보며 농도의 개념은 물론 녹여지는 딸기는 용질, 녹이는 물질인 우유는 용매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교수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편식습관을 바로잡고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평상시 잘 안 먹는 감자, 양파, 당근 등을 직접 조몰락조몰락 만지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면 점차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 골고루 먹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는 것. 엄마나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배려하는 법, 어울리는 법 등의 사회성도 길러지고,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인내심 또한 기를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기다릴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어요. 부모들이 아이가 기다리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인내심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성격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요리 수업을 하다 보면 음식이 익는 고작 10~20분의 시간을 못 참고 계속 뚜껑을 여닫거나 음식을 찔러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어요. 요리를 하면서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체험한 아이들은 기다릴 줄 아는 미덕도 배우게 됩니다.”

5~6세가 넘으면 안전교육 철저히 시켜 위험한 조리도구도 직접 만지게 하는 것이 좋아
창의력 쑥쑥 길러주는 요리교육

“3세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소근육이 발달해서 어느 정도 손을 능숙하게 쓸 수 있어요. 이때부터 요리 교육이 가능한데 직접 조리에 참여할 수 없으니 음식 재료를 갖고 놀게 하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콩을 손가락으로 쥐어 옮기게 한다거나 밀가루 반죽으로 찰흙놀이를 하는 것처럼 뱀, 지렁이, 밥그릇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식이죠.”
5~6세가 넘어가면 직접 조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상의해 만들 음식을 정하고 장을 보는 등 재료 구입부터 함께 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막상 요리에 들어가면 엄마는 참견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것. 간혹 보면 불을 사용하거나 칼을 쓰는 건 위험하다며 엄마가 대신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법은 오히려 교육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한다. 한 교수는 요리를 할 때는 아이가 직접 칼을 이용해 재료를 자르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 불을 켜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라고 강조한다.
이때 중요한 건 ‘안전 교육’. 칼이나 불을 사용할 때마다 아이에게 ‘칼을 사용할 때 집중하지 않거나 잘못 사용하면 손을 벨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불을 가까이하면 손을 델 수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며 주의를 줘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하면 안전사고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점차 아이 스스로 위험을 극복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까지 터득하게 된다.
“요리 활동은 엄마나 아이나 모두 신나게 할 수 있는 ‘즐거운 전인교육’이에요. 학습지나 학원에서 얻을 수 없는 무궁무진한 효과가 있거든요. 오늘부터 주방을 엄마만의 공간이 아닌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함께 요리를 시작해 보세요.”




수학·과학·미술 개념 배울 수 있는 요리 레시피~
맛있는 피자 파전수학적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요리. 피자 파전을 만들고 4등분한다. 그 후 조각이 너무 크다고 말하며 다시 2등분한다. 피자조각을 8조각으로 나누면서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부분임을 이해하고 분수의 기초를 익힐 수 있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더하기, 빼기, 나누기, 곱하기 등의 수리적 학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리 도구계량저울, 칼, 도마, 모양틀, 국자, 프라이팬, 전자레인지, 접시, 룰렛
요리 재료실파 5뿌리, 오징어 1마리, 잔새우·조갯살 30g씩, 밀가루·부침가루 ½컵씩, 물 1컵, 달걀 1개, 소금·식용유 약간씩, 피자치즈 100g
만들기1 실파는 다듬어 씻은 뒤 1cm 크기로 썬다.
2 오징어는 껍질을 벗긴 뒤 0.5cm 두께로 썰고 조갯살은 소금물에 깨끗이 씻어 오징어와 같은 크기로 자른다.
3 잔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 뒤 0.5cm 두께로 자른다.
4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해물을 볶는다.
5 그릇에 밀가루, 부침가루를 담고 물, 달걀물, 소금을 넣어 반죽한 뒤 실파와 볶은 해물을 넣어 섞는다.
6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올려 지름 18cm 크기로 동그랗게 부친다.
7 파전 위에 피자치즈를 뿌리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10분간 돌린다.
8 룰렛으로 피자 파전을 썰어 접시에 담는다. 룰렛이 없으면 빵칼을 이용한다.



창의력 쑥쑥 길러주는 요리교육

보들보들 새우달걀찜달걀과 물을 섞은 달걀물이 달걀찜이 되는 것은 과학 원리 중 ‘열의 대류 현상’으로 열이 전해져서 부드럽게 익기 때문. 물과 같은 달걀물이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고체가 되는 것을 보면서 열의 이동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조리 도구계량컵, 계량스푼, 거품기, 냄비, 그릇
요리 재료달걀 2개, 새우젓 1큰술, 물 ½컵, 다진 파·참기름 1작은술씩
만들기1 달걀을 그릇에 풀어 거품기로 잘 저은 뒤 물을 붓고 섞는다.
2 달걀찜에 넣을 새우젓은 곱게 다져 국물을 꼭 짜둔다.
3 달걀물에 새우젓 국물, 다진 파, 참기름을 넣고 잘 섞는다.
4 작은 그릇에 ③의 달걀물을 담고 물이 담긴 냄비에 넣어 중탕으로 익힌다. 전자레인지에 넣어 익혀도 좋다.

감자산 만들기감자 반죽으로 형태를 만들며 ‘환조(입체적인 표현방법으로 제작된 3차원적 조소로 작품 전체가 공간 속에서 독립돼 있는 작품)’라는 미술 원리를 익힐 수 있는 요리. 감자 반죽으로 산을 쌓으면서 물체의 크기와 형태에 관한 감각을 키울 수 있고, 산의 크기와 높이를 구상하고 실제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고력도 길러진다.
조리 도구찜통, 칼, 도마, 젓가락, 나무주걱, 쟁반
요리 재료감자 10개, 초록·빨강 피망 ½개씩, 햄 ¼조각, 브로콜리 1묶음, 마요네즈 5큰술
만들기1 피망과 햄은 각각 잘게 다진다.
2 감자는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쑥 들어갈 정도로 찜통에 푹 쪄서 사각형으로 자른다.
3 브로콜리는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송이송이 자른다.
4 사각형으로 썬 감자를 볼에 담고 나무주걱이나 숟가락으로 곱게 으깬다.
5 으깬 감자에 마요네즈와 다진 피망과 햄을 넣고 잘 섞는다.
6 감자 덩어리를 뭉쳐 산 모양을 만들고 브로콜리를 군데군데 꽂아 숲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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