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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매력

영화 ‘야수’에서 터프한 형사로 변신한 권상우 프라이버시 인터뷰

“제 나이에 과분할 만큼 돈 벌었지만 한눈팔지 않고 좋은 작품 골라 한다는 데 만족해요”

기획·김명희 기자 / 글·허문명‘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박영철‘동아일보 기자’

2006. 02. 07

지난 1월 중순 개봉한 영화 ‘야수’에서 남성미 물씬 풍기는 형사로 열연한 권상우. ‘야수’를 통해 비로소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그로 인한 자신감 덕분인지 동료배우 김하늘과의 열애설, 도박설 등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문을 열었다.

영화 ‘야수’에서 터프한 형사로 변신한 권상우 프라이버시 인터뷰

싹수없는 날라리(동갑내기 과외하기), 배에 왕(王)자 무늬를 새기며 근육질 몸매로 쌍절곤을 휘두르던(말죽거리 잔혹사) ‘얼짱’ ‘몸짱’ 권상우(30). 그러나 그런 권상우는 더 이상 없다.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 같은 두 남자가 암흑가의 거물에 맞서 거친 폭력의 세계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물 ‘야수’에서 그의 얼굴과 몸은 처절하게 부서진다. 땀과 피에 젖은 그가 화내고 소리지르는 모습은 마치 거친 들개 같다.
매섭기만 하던 날씨가 한풀 꺾인 지난 1월 중순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부근 카페에서 권상우를 만났다. 명랑하면서도 툭툭 내던지듯 한 그의 말투는 장난스러운 듯하면서도 진지함이 묻어났다. 피부는 여전히 고왔지만, 눈자위에는 피곤이 묻어 있었다.
“영화에서 그렇게 몸을 던졌으니 진이 빠질 만도 하겠다”고 기자가 말을 건네자 “죽을 정도로 열심히 찍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의 연기가 어땠는지 궁금해 하는 그의 얼굴에선 ‘나를 알아달라’는 오만함이 아니라 스스로 최선을 다한 사람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질주하는 차 지붕들 위를 날아다니는 연기를 대역 없이 직접 해냈다고 한다.
“원래 겁이 좀 없어요. 운동을 많이 해 기본적인 낙법은 할 줄 아는 게 도움이 됐죠. 멍들고 삐고 온몸이 성한 날이 없어 병원 신세를 많이 졌지만 관객들한테 영화를 보여드릴 생각을 하면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위험한 장면 대역 없이 직접 해내, 배우로서 부쩍 성장한 느낌
‘야수’에서 권상우는 욕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고, 조그만 자극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성에 안 차면 사람을 패는 형사 장도영의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권상우의 본래 성격도 그렇게 거칠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은 비슷해요(웃음). 친한 남자들끼리는 욕도 하고 그러잖아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과장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현실의 제 모습보다 더 과격하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간 CF나 드라마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히 남성적인 느낌만 나는 영화가 아니라 장도영의 인간적인 매력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
“장도영은 ‘불쌍한 놈’이에요 단 한순간도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 그러나 누구보다도 어머니와 동생과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죠.”
장도영은 주먹이 앞서는 강력계 형사이지만 아픈 어머니를 맑은 웃음으로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영화 촬영 직전 김성수 감독이 모친상을 당했고 그로 인해 자신도 영화에 임하는 마음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 역시 자신을 낳고 6개월 만에 아버지와 사별한 후 두 형제를 홀로 키워낸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극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을 벌어서 가장 먼저 한 일도 어머니께 집을 사드린 것이라고 한다.
“감독님은 어머니께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회한이 많았어요. 촬영장에 나왔던 묘지나 장례식장은 실제로 감독님이 어머니를 보내드린 장소였죠. 그래서 어머니와 관련된 장면은 정말 잘 찍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촬영 끝나고 감독님도, 저도 많이 울었어요.”
그는 스스로 단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발음이 부정확하고 발성도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영화 ‘야수’에서 터프한 형사로 변신한 권상우 프라이버시 인터뷰

권상우는 ‘야수’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그간 자신을 둘러싼 소문들에 개의치 않고 촬영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다행히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기생오라비 같은 이미지를 벗었다고 생각해요. ‘야수’를 통해서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진짜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요.”

“3년 만에 함께 영화에 출연하는 김하늘과 친구처럼 지내요”
권상우는 98년 패션모델로 연예계에 처음 데뷔했다. 한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나중에 좀 여유가 생기면, 스케치 여행을 가장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술에도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고흐의 편지를 묶은 ‘반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그는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청춘만화’에서 일명 ‘바가지 머리’를 하고 나온다. ‘청춘만화’는 ‘동갑내기 과외하기’풍의 로맨틱 코미디이긴 하지만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이 만드는 만큼 색다른 맛이 있다고 자랑한다.
“‘야수’와는 달리 ‘청춘만화’에서는 코믹한 역을 맡았는데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무척 재미있어요. 하늘씨와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3년 만에 함께 출연하는데 전보다 서로 많이 편해져서 촬영장에서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내죠.”
최근 그는 여러 가지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신정환이 카지노바에서 도박을 하다가 걸렸을 때 그도 현장에 있었다는 것과 동료배우 김하늘과의 결혼설 등이 바로 그것. 이에 관해 질문을 하자 그는 “신경 안 써요. 제가 아닌데요, 뭘”이라며 심드렁하게 답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이번 영화를 통해 제가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야수’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영화 ‘야수’에서 터프한 형사로 변신한 권상우 프라이버시 인터뷰

‘야수’에서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 대신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권상우.


예전의 권상우는 “빨리 결혼 하고 싶다”란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두 편 정도의 작품을 촬영하다 보면 1년이 금세 지나가요. 정말 세월이 후딱 지나는 거죠. 연기하다 보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이렇게 1년, 2년 가면 금방 서른다섯 살이 될 것 같아요.”
그는 일단 ‘청춘만화’ 촬영을 마치면 긴 휴식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 영화와 드라마로 쉼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제 나이에서는 벌기 힘들 만큼의 돈을 벌었어요. 그래서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좋은 작품,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해요.”
생의 정점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젊은 이 청년은 영화 ‘야수’를 통해 진짜 배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아무리 잘 해도 칭찬에 인색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배우는 아니다’고 했던 사람들의 시선에 이제 더 이상 개의치 않을 만큼 그의 내면은 훨씬 강해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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