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뜻밖의 고백

별거 사실 털어놓은 연극배우 손숙

“10년간 남편과 별거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기획·김명희 기자 / 글·박은정‘마이데일리 기자’ / 사진ㆍ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02. 07

환경부장관을 지낸 연극배우 손숙이 최근 방송작가 예랑과 함께 발간한 책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결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특히 더 이상 감출 얘기가 아니라며 남편과 10년간 별거해온 사실을 고백했다.

별거 사실  털어놓은 연극배우 손숙

방송인 겸 연극배우 손숙(62)이 뜻밖의 고백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월 중순 열린 대담집 ‘사랑아 웃어라’ 출판 기념 기자회견에서 남편과 10년째 별거 중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 그는 MBC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 작가 예랑씨(36)와 함께 엮은 책에서도 별거 사실을 밝혔다고 했다.
“애초부터 이혼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당분간 떨어져 있자는 생각에 10년 전 남편과 아이들의 양해를 얻어 트렁크 하나 들고 집을 나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죠. 이제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도, 이혼을 할 수도 있겠죠.”
그는 당시 이혼이 아닌 별거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사랑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말하며 “당시 남편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됐던 경제적인 부분이 거의 정리가 됐고 아이들도 다 자라 이제 홀가분하게 이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삼스레 책을 출판하면서 별거 사실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후배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했다.
“세 딸들이 모두 결혼하고 나니 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랑과 얘기하다 보니 봇물 터지듯 얘기들이 쏟아져나왔고, 그 얘기들을 책으로 묶게 됐어요. 처음부터 제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놓겠다고 생각한건 아니에요.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는 게 자신의 행복을 찾는 지름길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스물한 살에 아홉 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 슬하에 세 딸을 둔 손숙은 “별거가 결과적으로는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이란 참 모르는 일”이라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저는 첫사랑과 결혼해서 마흔 살까지 가정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어요. 저의 과거를 아는 조영남씨가 ‘당신은 정말 불가사의한 사람’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죠. 그런데 별거를 하면서 그때까지 취미로만 생각하던 배우라는 직업이 진지하게 다가왔어요. 일단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절실했거든요. 그런 과정이 오늘의 저를 있게 했으니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랑, 결혼, 별거… 다양한 삶의 체험 무대 위에 펼쳐놓을 터
별거 사실  털어놓은 연극배우 손숙

예랑 작가와 함께 만든 대담집 ‘사랑아 웃어라’에서 별거 사실 털어놓은 손숙.


손숙은 책에서 복잡했던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여성편력이 화려했던 아버지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를 보며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인내하며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배다른 자식 10명을 두고 아내를 넷이나 두었지만 어머니는 이혼할 수 없었어요. 제가 머리가 커지면서는 어머니께 ‘왜 이혼하지 않느냐’며 대들기도 했지만 그 시절 여자들에게 이혼은 ‘무조건’ 안 되는 것이었죠.”
평생 한 남자를 바라보며 불행한 삶을 산 어머니를 보며 늘 답답했다는 그는 그러나 사랑도, 이별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따끔한 충고를 했다.

별거 사실  털어놓은 연극배우 손숙

손숙은 후배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간 밝히지 않았던 자신의 사랑과 이별에 대해 솔직히 말문을 열었다고.


“요즘 사람들은 자식 낳고 살면서 너무 쉽게 이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어머니처럼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한 번 더 생각하고 대화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특히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자식을 내팽개치고 앞뒤 생각 없이 이혼을 하거나 가출하는 여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너무 구세대인가요?”
또 불륜에 대해서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들도 있지만 남자는 들키면 끝내고 가정으로 돌아간다, 일단 유부남과는 사랑을 느끼기도 힘들지만 우리 나이의 불륜은 이제 추하다”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랑아 웃어라’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시각에서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인생을 바라본 글이지만 사랑이 오롯이 여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는 남성들을 향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자들의 경우 자신의 경제력이 무너지는 것을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인정하거나 말하지 못하고 혼자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부부가 같이 리어카라도 끌면서 일할 수 있게 솔직하게 현실을 털어놓는 것이 좋고, 또 남자가 여자에게 의존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손숙은 ‘사랑아 웃어라’를 4명의 여배우들과 손잡고 독특한 형식의 콘서트 토크 연극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연극에서는 첫사랑, 떨림, 결혼과 별거 등 그가 겪어온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을 예정이라고.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