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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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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족들의 홈코노미 전성시대

EDITOR 한정은

2019. 11. 12

집 안에서 모든 것을 즐기는 홈족들이 새로운 경제 주체로 홈코노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제 과거의 집순이, 집돌이가 아니다!

과거 집순이 혹은 집돌이는 놀 줄 모르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나가 놀아라!’라는 말을 들으며 활동적이지 못하다고 구박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집순이와 집돌이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집, 나만의 공간에서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그들은 ‘홈족’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주체로 급부상 중이다. 

홈족들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힐링하며, 편안한 휴식과 즐거운 여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들이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경제 효과를 ‘홈코노미’라 부른다.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여가와 소비 등 전반적인 문화생활과 경제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즉 집을 멋지게 꾸미고,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소비는 주로 밖이 아닌 집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로 홈코노미다.

그렇다면 홈코노미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홈코노미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살던 대가족 형태였다. 이것이 점차 핵가족화해 3~4인 가구 형태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자식 세대, 자식 세대와 멀어진 독거노인, 결혼하지 않은 비혼족 등으로 1인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이들은 혼밥·혼술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집에서의 생활을 선호하며,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인 변화도 홈코노미 시장을 키우는 배경 중 하나다. 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외부 활동을 줄이고 안전한 집 안에서의 생활을 선호한다. 미세먼지로부터 벗어나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청정기 같은 다양한 공기 정화 제품을 구입하며 홈코노미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확산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것도 홈코노미 시장의 확산 원인 중 하나다. 2019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됨에 따라 야근이 사라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집에서 여가를 즐기고,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변한 것도 한몫한다. 타인과의 관계에 불필요한 투자를 최소화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뭐든 배달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생활상을 만들어냈다.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면서 ‘없어도 문제는 없지만, 있으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제품’을 구매하는 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홈코노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사례별 홈코노미 시장

집 안을 쾌적하게! 홈퍼니싱

이케아(왼쪽), LG시그니처

이케아(왼쪽), LG시그니처

홈족들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자 취향을 반영한 놀이터다. 이런 생각은 집을 좀 더 쾌적하게 꾸미려는 수요로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신세계백화점은 문화센터 강좌에 인테리어 관련 수업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직접 벽지를 바르고, 인테리어 소품을 고르고, 가구를 조립하는 홈퍼니싱 시장은 홈코노미 중 가장 먼저 발달했다.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에서 2016년 12조5천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고, 2023년에는 1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인기 많은 브랜드는 조립 비용과 배송 비용을 절감해 좋은 품질의 가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다. 2017년 이후 국내에서 이케아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북유럽 인테리어’ ‘조립 가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구 못지않게 가전 영역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필수 가전을 넘어 집을 더 쾌적하게 만들고 집안일의 편의성을 높이는 보조 가전제품의 수요가 증가한 것. 제습기,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 외에도 공기청정기와 빨래건조기, 의류청정기 등의 제품이 대표적으로 사랑받는 보조 가전제품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공기청정기의 매출 변화를 살펴보면, 가전 부문 매출 순위가 22위에서 8위로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집 안에서 모바일 장보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료품은 직접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선도가 떨어지는 등 품질이 불량한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배송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식료품도 집에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구매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식료품 구매 채널 가운데 온라인과 모바일 마켓 이용 비중은 2016년 6.3%에서 2017년 6.6%로 소폭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3%로 크게 성장했다. 바쁜 1~2인 가구가 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 마켓의 빠른 배송과 편의성은 오프라인 마켓에 대항하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새벽 배송’도 이러한 현상에 불을 붙였다.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새벽 배송 선발주자들이 승승장구하자, 홈플러스, 쿠팡 등의 대기업들도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피부와 몸매 관리도 집에서! 홈뷰티 & 홈트레이닝

셀리턴(왼쪽), 트리아뷰티

셀리턴(왼쪽), 트리아뷰티

홈족들은 피부과에 가는 대신 피부과에서 검증받은 뷰티 제품을, 헬스장에 등록하는 대신 유튜브로 홈트 영상을 시청한다. 이에 따라 혼자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개인용 미용기구나 운동기구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특히 피부 개선과 제모, 흉터 치료 등 피부과나 피부관리실을 다니면서 많은 금액을 들여야 하는 피부 관리를 집에서 직접 할 수 있는 홈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LED 마스크 시장은 작년 대비 판매량이 무려 664% 증가했다. 특히 ‘강소라 마스크’로 불리는 셀리턴의 경우 지난해에만 2017년 대비 19배 이상 매출이 증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주파 마사지, 진동 클렌저 등 홈뷰티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홈뷰티 상품만큼이나 홈트레이닝 상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스쿼트 머신, 근력 밴드, 트레드밀 등 홈트레이닝 제품을 구입해두고 집에서 틈틈이 유튜브 영상 속 트레이너를 따라 운동하면서 몸매를 관리한다. 최근에는 피부 상태를 꾸준히 체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운동 시간을 측정해주는 인공지능 스피커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홈카페족의 등장

네스프레소(왼쪽), 드롱기

네스프레소(왼쪽), 드롱기

카페인이 필요하지만 카페까지 가는 것은 싫다. 그렇다고 커피믹스나 인스턴트커피도 만족스럽지 않다. 홈족 중에서 커피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집에 커피 머신과 여러 가지 커피를 비치해두고 고퀄리티 커피를 즐긴다. 이들을 홈카페족이라고 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원을 돌파했으며, 커피 수입량도 세계 7위다. 커피 소비가 늘어난 만큼 홈카페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집에서 커피 머신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2014년 35%에서 2017년 47.2%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커피 머신이 대중화되면서 값도 저렴해졌다. 홈카페족이 가장 선호하는 기구는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캡슐커피 머신. 국내 캡슐커피 시장은 네슬레의 캡슐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가 시장점유율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드롱기, 유라, 필립스 등의 브랜드가 유명하다.

회식 대신 혼술, 홈바

이케아(왼쪽), 오비맥주

이케아(왼쪽), 오비맥주

주 52시간 근무제로 퇴근 후의 회식 문화가 점차 줄어들고 집에서 조용히 즐기는 ‘혼술’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국내 가구 주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가구 연간 주류 구매량이 전년 대비 17% 증가했고, 구매 가구 수와 연간 구매 빈도, 회당 구매량 모두 전년 대비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는 이와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이색 주류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주류는 167ml, 200ml, 375ml 등 다양한 소용량 와인 60여 종을 선보였고, 오비맥주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250ml 소용량 카스 ‘한입캔’을 출시했다. LG전자는 누구나 손쉽게 집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캡슐맥주 제조기 ‘LG홈브루(homebrew)’를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9’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관 부럽지 않은 홈시네마

흰 벽에 빔프로젝트로 화면을 띄우고 암막 커튼까지 치고 나면 집은 어느새 영화관이 된다. 영화관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홈족들에게 없어서 안 될 것은 왓챠플레이나 넷플릭스처럼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IPTV나 케이블TV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넷플릭스 웹과 안드로이드 앱의 순방문자 수는 2백40만2천 명으로 전년도 48만5천 명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평균 체류 시간도 1백25분에서 3백6분으로 약 2.5배 늘었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홈족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IPTV 서비스는 별도의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는 데 비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월정액으로 드라마와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수많은 콘텐츠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홈족들에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네스프레소 넷플릭스 드롱기 셀리턴 왓챠플레이 오비맥주 이케아 자라 트리아뷰티 LG시그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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