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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column

MZ세대에게 쇼핑은 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투표

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20.11.20 13:33:27

쇼핑은 윤리적 기업에 대한 투표라고 말하는 노아의 창립자 브랜든 바벤지엔. [사진제공 MAEKAN]

쇼핑은 윤리적 기업에 대한 투표라고 말하는 노아의 창립자 브랜든 바벤지엔. [사진제공 MAEKAN]

뉴욕 첼시 지역의 끝에 위치한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Meat Packing District).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오래전부터 뉴욕으로 유통되는 고기를 포장하는 지역이었다. 지금은 고기 포장 관련 업체는 10개 이하로 줄어든 반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IT 제품 매장, 자동차 브랜드의 쇼룸,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으로 가득 찬 뉴욕 굴지의 번화가로 변모했다.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 한쪽의 고기 냉동 창고 자리였던 곳에 2014년 멋지게 건물을 지어 새로 이사 온 미술관이 있다. 바로 휘트니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현대 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미술관의 선별된 전시만큼이나 1층에 위치한 기프트 숍에서 판매되는 물품도 특별하다. 그중 뉴욕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브랜드 노아(Noah NYC)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한 후드티는 50가지 다양한 컬러로 판매되고 있다. 미술관 협업 기념 티셔츠를 왜 50개나 되는 색상으로 만들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 후드티는 단순한 기념품이라기보다 노아와 휘트니 미술관이 진행한 캡슐 컬렉션의 일부다. 아티스트 재스민 플랜틴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염색 기법을 활용해 2백 가지 컬러의 후드티를 만들었다. 또한 아티스트의 염색 작업부터 소비자가 특정 색상을 선택해 구매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예술 행위로 표현하는 동시에, 소비자가 윤리적인 소비를 통해 ‘아트’의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노아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으로 제작한 후드 티. [사진제공 Noh NYC]

노아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으로 제작한 후드 티. [사진제공 Noh NYC]

노아와 휘트니 미술관의 캡슐 컬렉션이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특별한 점은 생산자 위주의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대량 생산했다가 팔리지 않으면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는 방식은 요즘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지속 가능성에 위배된다. 휘트니 미술관은 이런 시스템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 제작하는 방식을 택한 것인데,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들은 이러한 브랜드의 윤리 의식에 굉장히 민감하다. 

노아의 창립자 브랜든 바벤지엔은 오래전부터 이런 기업의 윤리적 의식에 대해 고민해왔다. 스트리트 브랜드치고 가격이 높은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바벤지엔은 가능하면 뉴욕 내에서 제작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소비자의 구매 행위를 투표에 비유했다. 노동력 착취를 통해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브랜드를 소비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직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지가 곧 그 사람의 의식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의 관심은 기업의 윤리 의식보다 가격이나 디자인, 트렌드에 쏠려 있었다. 그동안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는 영민함과 민첩성, 저렴한 가격 메리트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팔리지 않으면 거대한 폐기물로 남는 패스트 패션 쇼핑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MZ세대들은 세컨드 핸드 마켓(Second Hand Market)으로 불리는 중고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빈티지 마켓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MZ세대가 중고 시장에 열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빈티지 아이템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의미 없이 의류를 대량 생산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 대한 일종의 반기다. 매 시즌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아이템들을 발표하는 것이 패션의 숙명이기에 그 프로세스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MZ세대는 자신들의 행동이 옷이 필요 이상으로 생산돼 독성이 강한 쓰레기가 되는 양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패션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MZ세대는 여태까지 패션으로 엄청난 부를 쌓아온 기업일수록 환경을 위해서, 지역의 경제를 위해서, 아동 노동력 착취를 막기 위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 더욱 윤리적 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MZ세대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기 위해서는 싸고 예쁜 것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 재정립에 신경을 써야 한다. 

MZ세대는 가치 있는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며 기업의 윤리적 의식에 대해 민감하다. 특히 자신이 처한 환경적 상황이나 사회적 상황과 맞물리는 가치의 문제에 대해 윤리적 의식이 분명한 기업을 신뢰하고, 그 기업을 위해서는 다른 세대에 비해 더욱 적극적으로 구매 행위를 진행한다고 한다. 

SNS가 일상의 커뮤니케이션 툴로 자리 잡은 MZ세대들은 소비할 아이템을 까다롭게 선별해내는 반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 SNS상에 난무하는 브랜드의 광고성 업로드나 홍보성 댓글을 귀신같이 판별해내고, 설득의 방법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를 보인다. 

MZ세대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가진 세상에 대한 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굳이 ‘구매’라는 행위를 취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그 기업, 그 브랜드, 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으니까.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는 말이 시대를 대변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어진 시대를 살고 있는 새로운 세대들은 이제 ‘윤리 의식이 없는 자여 팔지도 말라’며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이 소비자들의 취향을 읽어내기 위해 눈치를 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여성동아 2020년 1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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