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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짜장면’ 봉사하는 이수영, 이정표 씨

“‘푸드 트럭’ 하나면 전국 어디서든 사랑 실천할 수 있어요”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

입력 2022.12.05 10:00:02

20년 차 중화요리 주방장과 경찰이 만났다. 오직 ‘짜장면’을 위해.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전국 방방곡곡 사랑의 짜장면을 나누는 이들을 소개한다.
조리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이수영 단장의 모습(왼쪽).푸드 트럭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이정표 경감.

조리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이수영 단장의 모습(왼쪽).푸드 트럭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이정표 경감.

“가진 게 짜장면밖에 없으니 이걸로 남 도울 방법을 찾았죠.”

20년 넘게 경기 고양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수영(61) 사랑의징검다리 봉사단장은 매주 수요일 ‘푸드 트럭’를 끌고 가게를 나선다. 목적지는 다양하다. 초등학교, 군부대, 재해 지역 등 음식이 필요한 곳 어디나 이 단장의 주방이 된다. 푸드 트럭 조수석엔 언제나 든든한 ‘빽’이 타고 있다. 이정표(57) 파주경찰서 경감이다.

동네에선 둘을 ‘부부’라고 부른다. 그만큼 항상 붙어 있어서다. LG복지재단은 올해로 19년째 함께한 이들의 짜장면 봉사를 격려하기 위해 10월 26일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이수영 봉사단장이 운영하는 중화요리 식당 ‘칭찐’에서 두 주인공을 만났다.

책도, 짜장 재료도 싣고 달리는 푸드 트럭

사랑의징검다리 봉사단 공식 ‘푸드 트럭’. 단원들이 직접 꾸민 트럭으로, 그들의 발이 돼준다.

사랑의징검다리 봉사단 공식 ‘푸드 트럭’. 단원들이 직접 꾸민 트럭으로, 그들의 발이 돼준다.

‘LG의인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이수영 | 훌륭한 상을 주셔서 영광이고 어깨도 무겁습니다. 상을 받고 더 열심히 하는 동기 부여가 된 듯합니다.

이정표 |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기사에 나와도) 괜찮나 싶어요(웃음).



요즘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시나요.

이수영 | 요즘엔 책 전달 봉사활동도 해요. 기증한 책을 모아 군부대에 전달하는데, 다음 주에는 수요일에 가요. 저희 푸드 트럭에 책을 꽉 채우면 1만3000권 정도 돼요.

이정표 | 기증받을 책을 모을 땐 ‘당근마켓’에도 글을 올려요. 홍보활동을 했더니 나름대로 효과가 있더라고요. 짜장면 봉사활동은 다다음 주 수요일 전북 군산시 소재 시설장애인복지관에 예정돼 있어요.

책 기증에도, 짜장면 봉사에도 항상 푸드 트럭이 동행하네요.

이수영 | 약 8년 전부터 같이 다녔어요. 푸드 트럭 안엔 주방 설비가 갖춰져 있어요. 냉장고, 면 뽑는 기계, 버너, 면을 삶기 위한 그릇 2개, 가스까지 있어요. 트럭이 생기고 기동성이 좋아졌어요. 충남 태안까지도 다녀왔죠.

이정표 | 트럭이 없을 땐 군부대에서 야전 주방을 설치해줬어요. 재료는 단장님 차로 옮겼죠. 장병들이 열심히 도와주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주말이 아닌 매주 수요일에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수영 | 주말엔 다른 단체에서 오는 봉사활동이 많아요. 중복될 수 있으니 일부러 수요일에 활동하는 거예요.

이정표 | 형수님(이수영 단장의 아내)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평일에 가게를 비워도 이해를 해주니까요. 그 덕에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거죠.

수요일 전날 영업이 끝나자마자 재료 준비하려면 바쁠 것 같은데요.

이수영 | 지치지 않는 체력이 제 장점이에요(웃음). 잠이 없는 편이에요.

이정표 | 활동 초반에는 군부대처럼 양이 많은 곳은 힘들었어요. 기본 300~500인분을 준비하니까요. 전날 밤부터 같이 채소 썰고 면을 밀어서 재료를 만들어놨죠. 요즘엔 면 뽑는 기계를 쓰기도 하고, 요령이 늘어서 당일 아침에도 준비가 가능하게 됐어요.

주방장과 경찰, 뜻밖의 동반

LG의인상을 수상한 이수영 단장(왼쪽)과 이정표 경감.

LG의인상을 수상한 이수영 단장(왼쪽)과 이정표 경감.

인터뷰는 식당 휴식 시간인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에 진행됐다. 동네 유명 중국집답게 인터뷰 중에도 닫힌 가게 문을 두드리다 아쉽게 돌아가는 손님이 있었다. 맛집 사장 이수영 씨와 경찰 이정표 씨가 19년째 함께 봉사활동을 이어온 과정과 이유가 궁금하다.

어떤 계기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나요.

이수영 | 저도 혼자만 생각하고, 힘들고 불행했던 때가 있었어요. 상황이 조금 나아지니까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국집을 개업하고 가진 건 짜장면뿐이라 음식으로 봉사하는 방법을 찾았죠. 그러다 군인이던 지인의 군부대에 가 재료 값만 받고 장병들에게 짜장면을 만들어줬는데, 그렇게 시작한 활동이 함께할 지인들이 생기면서 점점 봉사 형식을 갖췄어요.

이정표 | 제 이름이 ‘이정표’잖아요(웃음).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위해 가리키고 표시하고 안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2003년쯤 한창 봉사활동을 하고 싶을 때 ‘우연한 기회’로 이 단장을 만났고 “저도 하고 싶다”고 말했죠.

어떤 ‘우연한 기회’였나요.

이정표 | 이 단장의 중국집 직원이 배달을 다녀오다 헬멧 미착용으로 제게 적발됐어요. 그 친구를 조회하니 몇 년 전 음주 운전으로 벌금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죠. “벌금을 내라”고 했는데 “돈이 없다” 해서 사장님에게 간 거예요. 그러니까 이 단장이 당시 직원의 벌금을 대신 내겠다 했고 그게 인연이 됐어요.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 알았나요.

이정표 | 정말 몰랐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까요.

이수영 | 저희 봉사단 28명 가운데 오래 봉사활동을 하신 분이 많아요. 오늘까지 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직업군도 다양하고요. 남을 위해 봉사하는 단체지만 저희도 가족처럼 서로 챙기고 도우며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랑의징검다리 봉사단이 짜장면 봉사를 하는 모습.

사랑의징검다리 봉사단이 짜장면 봉사를 하는 모습.

사랑의징검다리는 이수영 단장이 이끄는 봉사단이다. 회원은 28명. 개인 일정에 맞춰 매주 15명 정도가 노력 봉사에 참여한다. 세잎클로버 모양의 봉사단 엠블럼은 이 단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사랑의징검다리 봉사단의 3가지 가치인 ‘행복’ ‘나눔’ ‘사랑’을 담았다.

각자 인상 깊었던 활동 하나를 꼽아주신다면요.

이정표 | 장애인복지관에 방문했을 때가 기억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해 한동안 못 가다 오랜만에 갔는데 한 중증 장애인 친구가 “왜 이제 왔냐”면서 저를 끌어안는 거예요. 기다렸다는 거잖아요.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이수영 |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인 ‘홀트학교’ 학생들의 병영 체험요. 봉사하면서 구축한 인프라로 군부대와 특수학교를 이어줬어요.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신병교육대에 입소해서 군복을 입고 1박 2일 동안 훈련을 받죠. 이 활동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도 바꿔놓더라고요. “저렇게 잘하는 아이에게 매일 ‘하지 마’라는 말만 했다”며 울먹이던 부모님이 생각나네요.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봉사가 있나요.

이수영 | 저는 봉사 욕심이 커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웃음). 올해는 6·25전쟁 72주년이잖아요. 미군이 72년 전 우리나라에 희생과 봉사를 알려줬잖아요. 이제 그들에게 우리가 보답하고 싶어요. 봉사엔 국경이 없다는 것도 함께 알리면서요. 한국에 와서 짜장면 한 그릇을 받아보면 이걸 잊지 못할 거예요.

이정표 | 짜장면 맛도 잊지 못하겠죠(웃음). 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적약자, 소외계층 쪽을 계속 챙기려고 노력할 거예요. 정년이 2년 반 정도 남았는데 퇴직 후에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요.

이수영 | 자기희생 없이는 봉사할 수 없어요. 자산과 시간의 여유가 많아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쪼들리고 부족해도 조금씩 마음과 성의를 보태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앞으로 변함없이 국군장병, 소외계층을 모두 챙기면서 더 열심히 하는 봉사단이 되겠습니다.

이정표 | 봉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서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눈다는 마음만 가지면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주변에 손을 뻗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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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이수영



여성동아 2022년 12월 7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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