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비통 역시 1월 7일을 기준으로 일부 핸드백 가격을 약 10~26% 올렸다. 지난해 3월과 5월에 각각 핸드백류 가격을 평균 5%가량 인상한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에 인상된 제품들은 지난해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1백만~2백만원대 핸드백들로 소위 ‘명품 입문용’으로 불리며 가성비가 좋아 인기를 끌던 모델이 대부분이다. 모노그램 토일레트리 파우치 26은 64만원에서 71만원으로, 알마BB는 1백75만원에서 1백82만원으로, 포쉐트 메티스는 2백45만원에서 2백61만원으로 올랐다.
소비자들은 기습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여행도 못 하고 집콕 생활을 이어가며 돈을 모으던 직장인 A 씨는 허탈함을 토로했다.
“실용성이 높은 루이비통 ‘멀티 포쉐트 악세수아’를 점찍어놓고 설 명절 이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29만원이 올라 2백60만원이 됐더라고요. 갖고 싶으면 카드빚을 내서라도 당장 사라던 친구들의 말을 무시했는데 지난 연말에 그냥 살걸 후회돼요.”

루이비통 멀티 포쉐트 악세수아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릴 때마다 같은 이유를 댄다. 이번에도 루이비통 매장 직원은 “본사에서 글로벌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한국 가격도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환율 상승, 제품 원가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도 늘상 거론된다. 그러나 환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환율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명품 가격은 도리어 인상됐다.
여타 브랜드에 비해 최근 몇 년 사이 루이비통의 가격 인상 조치가 잦고, 인상 폭도 크다는 평가가 있다. 한 패션 관련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2018년 3월, 루이비통이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이끈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를 영입한 이후 변혁에 가까운 디자인 혁신을 시도하면서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불편은 소비자의 몫이다. 가격을 정기적으로 인상하면 대비라도 할 텐데 언제 오를지 알 수 없으니 그야말로 브랜드와 소비자 간에 눈치 게임이 벌어진다. 명품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는 1월 둘째 주말 프라다의 일부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정보가 공유됐다. 이에 한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 오를지 알 수 없으니 매장에 전화해 원하는 제품 가격을 미리 입금하고 주말에 가서 찾으면 된다”며 가격 인상 전 구매 팁을 올리기도 했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에 이어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샤넬도 상반기 중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패션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를 노려 명품 브랜드들이 계속 가격을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여행이나 외식 등에 소비하지 못하고 쌓인 돈으로 명품을 사는 이른바 ‘보복 소비’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의 소비 행태를 파악한 명품업계가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려 소비자의 애를 태우는 방식으로 돈을 쓸어 담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제공 동아DB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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