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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tv_crystal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유럽 영화 여주인공 되기

2016. 10. 18

“저 여자 진짜 있어 보이네. 몇 살이나 됐을까?”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은 여자를 보면 나도 모르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부와 품위를 갖춘 집안의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캐시미어를 입는 것으로 설정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일본 왕세자비도 단아한 듯 럭셔리한 캐시미어를 많이 입는다.

입은 사람을 더없이 귀하게 만드는 캐시미어는 소재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면은 목화를 재배해서 만들고, 울은 양털을 깎아서 만든다. 반면 내몽고 지역의 캐시미어는 혹독한 겨울을 보낸 후 3~5월 산양들이 털갈이를 하는 시기에 유목민들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산양의 털을 빗어서 채취한다. 보통 산양 한 마리에서 300g 정도 얻을 수 있는데, 섬유의 길이와 균일성을 맞추는 카딩 공정을 여러 차례 거치면 이 가운데 절반 정도만 남는다. 따라서 캐시미어 스웨터 한 벌에 3~5마리, 코트 한 벌에는 30마리 이상의 산양 털이 필요하다.

캐시미어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럽고 유연하며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일반 양모에 비해 굵기가 가늘면서도 8배나 뛰어난 보온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캐시미어를 소재로 하면 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더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가장 우수한 품질로 알려진 몽골의 캐시미어는 중국산보다 10~15% 더 길어 고급 제품 생산에 적합하고, ‘웜 그레이(warm gray)’ 같은 희귀한 천연 컬러를 얻을 수 있어 이탈리아, 영국, 스코틀랜드 등 유럽 럭셔리 브랜드에 수출되고 있다.

유럽에 유명 캐시미어 브랜드가 많은 이유는 그 역사에 기인한다. 캐시미어는 18세기 동인도주식회사가 여성용 숄을 만들어 유럽에 전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유제니 왕후가 즐겨 입으면서 유명해졌고,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왕의 섬유’ 또는 ‘섬유의 보석’이라 불렸다. 캐시미어는 가공 공정도 중요한데, 중성에 가까운 이탈리아의 수질이 캐시미어 가공 시 섬유의 조직을 부드럽게 유지시켜준다고 한다. 베이식한 디자인에 모던한 감성을 연출할 수 있는 캐시미어는 입는 그 자체만으로 우아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차려입지 않은 듯, 이탈리아 영화 여주인공 같은 기품이 느껴지는 스타일링이 필요한 날엔 캐시미어가 정답이다.





이 수 정

홈쇼핑 호스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의류 부문 연간 매출 1위’를 놓친 적 없는 쇼핑 전문가. 여성들에게 가치와 사치를 구분하는 쇼핑법을 알려주고, 패션보다는 패션 라이프를 제안하려고 한다.

사진제공 캘빈클라인 컬렉션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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