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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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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한 채 하이힐, 패션에 진심인 빅토리아 베컴

김명희 기자

2024. 03. 22

다리를 다쳐도 하이힐을 포기하지 않는다. 옷 때문에 다투고 옷으로 화해한다. 빅토리아 베컴의 완벽한 아웃핏은 어쩌면 패션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파리패션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2월 28일 샤를드골공항에 들어서는 빅토리아 베컴(50). 그녀는 양손으론 목발을 짚고 왼쪽 다리는 깁스를 했는데 오른쪽 발에는 족히 6cm는 될 법한 하이힐을 신고 있어 사람들을 놀래켰다. “나는 플랫 슈즈를 신는 게 어색해요.” 그녀가 2008년 영국 TV쇼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해 언급한 말은 순도 100%의 진실이었다. 가늘고 긴 굽을 가진 마놀로블라닉의 펌프스부터 무릎까지 올라오는 톰포드의 가죽 부츠까지,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은 언제나 빅토리아 베컴의 빈틈없는 착장을 완성하는 마침표였다. 헬스장에서 사고로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순간에도 그녀의 하이힐 사랑은 흔들림이 없었다.

걸 그룹 멤버, WAGs의 대표 주자 그리고 디자이너

 WAGs 시절의 빅토리아. 숏팬츠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다.

WAGs 시절의 빅토리아. 숏팬츠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다.

빅토리아 베컴은 1990년대 영국을 대표한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 출신이다. 집안이 부유해서 어릴 때부터 구찌와 프라다를 입고 학교에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닐 정도였던 그녀는 가창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스타일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스파이스 걸스 시절 ‘포시 스파이스’라는 애칭으로 불렸는데, 포시(posh)는 ‘우아한’ ‘상류층’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래도 잘나가는 톱스타였던 그녀는 1999년 당대 최고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의 결혼으로 인기에 날개를 단다. 2011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록된 ‘WAGs(Wives And Girlfriends of the footballers·축구선수의 예쁜 아내 혹은 여자 친구)’라는 단어의 원조도 빅토리아 베컴이다.

WAGs의 일거수일투족은 축구 경기의 승부만큼이나 화제가 됐고, 입고 걸치는 것은 그대로 트렌드가 됐다. WAGs 시절 빅토리아 베컴 스타일은 태닝한 구릿빛 피부에 자연스러운 금발 웨이브, 선글라스, 민소매 티셔츠에 쇼트 팬츠 그리고 마른 몸에 대비돼 더욱 크게 보이는 에르메스 버킨백과 하이힐로 요약된다. 한 언론에 따르면 그녀는 버킨백만 100개 이상 소유하고 있다고. 당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최대 관심은 ‘빅토리아 베컴이 어느 명품 매장에서 얼마 치의 물건을 쇼핑했느냐’였다.

최근에는 남편과 따뜻한 컬러의 커플룩을 즐겨 입는다.

최근에는 남편과 따뜻한 컬러의 커플룩을 즐겨 입는다.

수많은 패션 브랜드를 섭렵하며 안목을 키운 빅토리아 베컴은 남이 만들어준 옷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2004년 청바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VB Rocks’라는 청바지를 출시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8년에는 뉴욕패션위크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빅토리아베컴’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자인은 그녀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여성스러우면서도 시크하고 심플한 스타일이 주조를 이룬다. 빅토리아베컴은 날로 성장해 브랜드 가치가 1조 원(2023년 기준)에 달하며, 그녀는 패션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장(OBE)까지 받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가 빅토리아베컴 모델에게는 플랫 슈즈를 신기면서도, 자신이 똑같은 의상을 입을 때는 하이힐을 매치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녀가 패셔니스타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스타일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거 그녀의 옷장에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그린, 올리브, 라벤더 등 좀 더 밝은 파스텔컬러 의상이 늘었다. 러플, 레이스 등 여성스러운 장식 대신 스트라이프 패턴 등으로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늘 예리하게 날이 선 듯한 정장을 고수하던 남편과의 커플 룩은 베이지, 브라운 등 뉴트럴 컬러를 활용해 따뜻하고 위트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빅토리아 베컴의 며느리 니콜라 펠츠는 2001년 빅토리아가 입었던 돌체앤가바나(D&G) 가죽 재킷을 착용하고 이번 파리패션위크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블랙과 화이트 바탕에 블루 컬러 사선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D&G의 빈티지 스타일 가죽 재킷은 빅토리아가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 생활을 마감하고 모델이자 셀럽으로 황금기에 접어들던 바로 그때 입었던 옷이다.

빅토리아의 D&G 가죽 재킷 오마주한 며느리

2001년 돌체앤가바나 재킷을 입은 빅토리아. 얼마 전 며느리가 똑같은 재킷을 입어 화제가 됐다.

2001년 돌체앤가바나 재킷을 입은 빅토리아. 얼마 전 며느리가 똑같은 재킷을 입어 화제가 됐다.

니콜라 펠츠가 이 재킷을 입은 시점이 두 사람 사이 고부 갈등설이 돌고 있던 참이라 타이밍이 절묘했다. 불화설의 진원은 2022년 브루클린 베컴과 니콜라 펠츠 결혼 당시 빅토리아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마다하고 니콜라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발렌티노의 드레스를 입은 것이었다. 이번에는 니콜라가 시어머니의 패션 스타일을 오마주함으로써 가족 화합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에 진심일 뿐 아니라 트렌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셀럽 가족이 패션 때문에 불거진 갈등설을 패션으로 현명하게 진화한 것이다.

목발을 짚고 파리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는 빅토리아. 왼쪽 발은 깁스를 하고 오른쪽 발은 하이힐을 신었다.

목발을 짚고 파리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는 빅토리아. 왼쪽 발은 깁스를 하고 오른쪽 발은 하이힐을 신었다.

한편 빅토리아 베컴은 뼈만 남았다고 할 정도로 마른 체형이다. 한때 그녀가 거식증을 앓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빅토리아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채소와 생선, 견과류 위주로 식단을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피부를 위해 아보카도를 하루 3~4개 먹는다고 언급했다. 아보카도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이 피부 보습과 탄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 외에도 차와 커피를 피하고 레몬수를 즐겨 마시며 매일 빠짐없이 2시간씩(달리기 1시간+근육운동 1시간) 2회 정도 운동한다. 1996년 스파이스 걸스로 데뷔해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대중 앞에 서면서도 스타일 면에서 단 한 번도 흑역사가 없었던 건 이런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빅토리아베컴 #니콜라펠츠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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