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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단통법 폐지되면 통신비 줄어들까?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2024. 02. 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단통법’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모든 정부의 숙원 사업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다. 과연 가능할까.

단통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줄인 말이다. 2014년 제정 당시부터 논란 속에서 시작된 이 법은 한마디로 단말기 유통과 관련된 법적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받는 구매 보조금을 일원화하는 것. 대한민국 국민이 A라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로 했다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똑같은 보조금을 받아 누구나 같은 값에 제품을 사도록 하는 것이다.

소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원금 한도치를 정하고 그 안에서 이동통신사가 제품별로 정확한 보조금을 공시하도록 했다. 판매 현장에서는 그 기준 내에서 15%의 추가 지원금을 더해 스마트폰을 개통시킬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시행 첫해에는 보조금 한도를 27만 원으로 정했고, 추가 지원금을 더하면 약 30만 원 정도 할인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가고, 5G의 등장으로 통신 요금이 상승하면서 공시지원금의 상한이 사라지고 추가 지원금이 30%로 확대되는 등 약간의 조정이 있긴 하지만, 10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기본 뼈대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초기 법안 의도를 실현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크다.

단통법은 왜 만들어졌나

단통법의 목적은 보조금을 규제해 전체 통신 비용을 줄이는 데 있었다. 단통법이 논의되던 당시 방통위를 비롯한 통신 관련 부처의 가장 큰 고민은 들쑥날쑥한 보조금이었다. 보조금은 소비자가 일정 기간 가입을 약속할 시 통신사가 단말기의 가격을 일부 내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통신 시장이 과열되면서 통신사들은 가입자를 늘려야 했고,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더 많은 제품을 팔고 싶어 했다. 이를 자극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보조금이었다. 이른바 ‘공짜폰’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는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었겠지만 경쟁이 과열되자 부작용이 뒤따랐다. 통신사들의 실적이 시급하다거나 점유율이 필요한 순간 과도한 보조금이 실리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IT 기기에 밝지 않은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비싼 값에 휴대전화를 구입하기도 했다. 정보 격차에 따른 차별로 저마다 다른 가격에 스마트폰을 사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져갔고,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가격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또 보조금이 직접적으로 매출과 가입자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 통신사들이 마케팅 역량을 모두 보조금에 집중하는 악영향도 발생했다. 통신 서비스의 품질이나 경험, 요금 등 본질적인 요소보다 보조금을 많이 주는 기기와 통신사에 이용자가 쏠리게 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통신 요금 인하에 의지를 드러냈고, 여러 규제와 회유책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이 시원하게 요금을 인하하지 못하는 이유에 바로 이 ‘보조금’이 있다고 판단했다. 통신사들은 분기마다 마케팅 비용으로 4000억 원에서 많게는 8000억 원대까지 썼고, 방통위는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요금을 내리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방통위의 계산으로는 단말기 보조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해서 이를 명문화하면 모든 소비자가 같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통신사들도 보조금 위주의 시장점유율 다툼을 멈추고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통한 품질 경쟁으로 돌아설 것이라 봤다. 우려와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보조금과 관련한 시장 왜곡은 분명 심각한 문제였고, 방통위가 보조금부터 잘못된 단추를 다시 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상황이었다.

시장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 시내 휴대폰 판매점에 스마트폰 광고문이 붙어 있다.

서울 시내 휴대폰 판매점에 스마트폰 광고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시장은 보조금을 묶는 간단한 장치만으로 생각처럼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실제로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줄어들었고, 가입자들은 모두가 같은 보조금을 받는 대신 그 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느꼈다. 여기에 보조금의 상한선을 10만 원에 달하는 비싼 요금제에 기준을 두다 보니 일반적인 3만~5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로서는 피부로 와닿는 보조금 규모가 너무 적어졌다.

결과적으로 비싼 요금제와 높은 단말기 가격이라는 이중고가 시장을 덮쳤고, 경쟁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통신사의 수익은 늘었다. 애초 기대했던 통신 요금의 인하는 요원했고, 휴대전화 가격과 통신비를 합친 전체 스마트폰 유지 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지 않았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단통법을 통해 통신 요금의 변화를 유도했지만, 오히려 통신 요금을 낮춘 것은 선택 약정 할인이라고 볼 수 있다. 선택 약정 할인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단말기를 구입한 이들이 통신사와 가입 기간을 약속하고 단말기 보조금 대신 적절한 요금 할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통신사들은 최대 25%까지 요금을 깎아주고, 여기에 장기 가입이나 가족 결합 등 여러 가지 할인 경쟁이 더해지면서 통신 요금이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알뜰폰으로 불리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가상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부상도 요금 인하를 자극했다. 알뜰폰은 통신 3사로부터 망 사용 권리를 도매가격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뒤 이를 다시 자체 가입자들에게 판매하는 제도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다. 애초 망을 가진 통신사들과의 경쟁을 기대하며 이 사업은 시작됐지만, 초반에는 신통치 않다가 서서히 궤도에 오르면서 적게는 몇천 원짜리 요금제까지 등장했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통신 가입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다면 기준 이상의 보조금을 주는 시장은 사라졌을까. 양판점이나 집단 상가에서는 여전히 불법 보조금 경쟁이 이어졌다. 휴대전화 가입 상가가 몰려 있는 특정 지역은 아예 ‘성지’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기습적으로 ‘공짜폰’에 준하는 보조금이 주어지기도 했다. 단통법이 보조금 중심의 왜곡된 경쟁을 바로잡고 통신료 변화에 길을 터준 것은 일부 맞지만, 시장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궁극적인 통신 요금 인하라는 효과를 이끌어냈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단통법 폐지 논의 그다음은?

통신 시장은 이제 확연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일부 기업의 몇몇 고가 단말기가 시장의 기준이 되었고, 통신사 간의 품질 차별성도 거의 없다. 급격한 가입자 이동은 사라졌고, 알뜰폰 시장은 의미 있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시 이전처럼 시장이 폭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고, 통신사들도 인공지능이나 OTT, 스마트홈 같은 통신 관련 서비스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보조금 경쟁이 시들해지면서 사실상 단통법도 그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정부에서 보조금 규모를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정부가 단통법을 없애려는 이유도 높아진 스마트폰 가격으로 시장의 활기가 줄어들면서 일정 수준의 경쟁을 다시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단통법이 없어도 이전처럼 폭발적인 보조금이 따라붙지 않으라는 셈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숙원 과제인 통신 요금 인하는 이뤄질 수 있을까. 사실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통신 요금 인하에 대한 각종 규제와 정책이 이미 20여 년간 이어졌고 모든 정권의 우선 과제로 꼽혔지만, 이용자 개인이 내는 통신 비용은 줄어들지 않았다. 통신사들 입장에서도 빠르게 늘어나는 트래픽에 맞춰 적절한 요금제가 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피부에 와닿을 만큼 획기적인 요금제를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단말기는 결국 가입자를 모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고, 여전히 통신사는 스마트폰 유통의 중심에 서 있기에 보조금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면 보조금 혜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들도 큰돈을 들여 보조금을 높이면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과거 경험했기 때문에 수익 증대를 위한 보조금 확대는 어느 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보조금과 요금에 대한 구조적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 가격은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용자들도 매달 내는 요금의 일부 할인보다는 높아진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에 더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녹이는 가입 약정과 요금 설계가 필요하다. 통신사 역시 알뜰폰이나 약정 할인 등의 시스템과 경쟁하려면 결국 단말기 가격을 거부감 없이 녹여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기업이 스스로 수익을 줄일 리는 없다. 단통법이 만들어진 역사를 돌아보면, 결국 소비자에게 주어진 경험은 조삼모사에 가깝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겉으로는 싸 보이지만 결국 매달 내는 요금을 높여 결국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두고 통신사를 탓할 일은 아니다. 가능한 선에서 수익을 높게 내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절한 규제와 경쟁의 균형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단통법은 비웃음을 샀지만 당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극약 처방이었다. 물론 단통법의 효과 역시 두드러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공공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적절한 규제와 정책은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면서 동시에 통신사들도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 단통법 폐지를 공언한 정부의 역할이다.


#단통법 #통신비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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