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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여성동아’ 타임캡슐 since 19671일

정세영 기자

2023. 11. 01

우리나라 대표 여성지로서 트렌드를 선도해온 ‘여성동아’가 올해로 창간 90주년을 맞았다. 1000여 권의 아카이브에서 유독 눈에 띄는 패션, 뷰티, 라이프 스타일을 돌아봤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출판국 서가에 꽂혀 있는 1000여 권의 잡지는 당대 기자들이 명철한 눈으로 현시대를 조망한 기록물이다. 그중 ‘여성동아’는 90년(창간호 ‘신가정’ 포함)이란 세월 동안 대한민국 여성의 진취적인 삶을 지지하며 동시에 패션, 뷰티 등 최신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여성동아’ 아카이브는 그야말로 ‘유행 창고’나 다름없다.

당시 게재된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기사 등을 통해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고, 함께 실린 광고 페이지를 통해서는 당대 어떤 상품이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패션 분야에서 격변의 시기로 불리는 1960~70년대, ‘여성동아’는 트렌드와 실용성을 동시에 반영한 기사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발과 미니스커트 열풍이 일던 시절 정부가 이를 퇴폐풍조로 여기고 단속을 시작하자, ‘여성동아’는 롱스커트와 미디스커트의 활용법을 제안했다. 당시 최고의 여배우 고두심, 박정수, 유지인 등이 ‘여성동아’ 화보 모델로 활동했다. 이들은 ‘여성동아’가 제안하는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1980년대는 건강, 요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독자를 유입했다. 생활 전반에 걸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1990~2000년대 사회를 지배한 건 셀러브리티 숭배 현상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주목받으면서 이 현상은 더욱 강화됐다. ‘여성동아’는 이 트렌드에 돌직구를 던졌다. 매달 주목받는 스타들의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발 빠르게 소개한 것. 아울러 그 비법을 꼼꼼하게 튜토리얼화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자들은 디테일한 정보 제공과 콘텐츠 제작의 노하우를 익혀나갔다.

창간 90주년을 맞아 ‘여성동아’는 아카이브 탐구에 나섰다.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입고 즐겼는지, 어떤 이야기가 사회의 화두였는지 등을 살펴봤다.

capsule 1960.
THE BEGINNING 60’S

1967년 11월호.

1967년 11월호.

‘여성동아’가 복간된 1960년대는 패션의 다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였다. 니트, 트위드, 레더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룩이 등장했다. 어느 정도의 노출이 허용됐으며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의상도 유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미니스커트다. 미니스커트는 단순한 의복의 변화가 아니라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패션 의식의 대변화나 다름없었다.



1968년 8월호.

1968년 8월호.

‘여성동아’는 여성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미니스커트를 좀 더 다른 관점으로 풀어냈다. 단지 트렌드가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명명한 것. 트위드 소재 재킷과 미니스커트 셋업의 오피스 우먼 룩, 니트 미니드레스에 얇은 허리끈을 묶어 캐주얼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무드를 연출했다.

1968년 1월호.

1968년 1월호.

1960년대 ‘여성동아’ 패션화보는 테일러링이 강세다. 재미있는 건 점잖고 말쑥한 슈트가 아니라 날렵한 재단과 모던한 실루엣, 빅 버클, 불규칙적인 단추 플레이 등 실험적인 디테일을 섞은 스타일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1968년 9월호.

1968년 9월호.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여성 2명이 화이트와 블루 컬러의 머린 룩을 입고 웅장한 건물 앞에 서 있는 장면이다. 당시 담당 기자는 이 룩에 대해 “코발트 빛깔의 선 둘림과 더블로 여며진 얌전한 원피스”라고 표현했다. 룩 자체만 놓고는 납득이 가지만, 미니원피스를 입고도 당당하게 다리를 벌린 채 서 있는 모델의 포즈는 ‘얌전하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여유 넘치는 모델의 표정에서는 관능미까지 느껴진다.

1969년 9월호.

1969년 9월호.

focus on. REAL INFORMATION

‘여성동아’는 패션의 실질적인 정보와 방향을 제시해왔다. 1960년대는 미니스커트의 찰떡 아이템인 미디 부츠를 스타일별로 소개했다. 특징과 스타일링 방법은 물론 어울리는 스타킹을 디테일하게 추천했다.

남성을 위한 패션 조언도 잊지 않았다. 1960년대 급격히 증가한 남성 양복의 수요에 발맞춰 헤링본 스타일의 재킷, 더블버튼, 도트 무늬 보타이 등을 6페이지에 걸쳐 기사화했다. 또 넥타이, 벨트 등 액세서리 활용법도 일목요연하게 추천해놓았다. 평소 빈티지 테일러 스타일을 즐긴다면 이 기사(1968년 9월호)를 참고해도 좋겠다.

데일리 룩을 완성하는 키 액세서리, 모자를 다룬 점도 인상적이다. 다소 화려한 컬러 플레이와 과도한 장식으로 ‘이런 촌스러운 모자를 진짜 쓰고 다녔나?’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엄마의 20~30대 모습이 담긴 사진 앨범을 찬찬히 살펴보길 바란다. 비슷한 스타일의 모자를 쓴 사진을 최소 한 장은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아직 엄마의 옷장에 모자가 유물처럼 보관돼 있다면 버리지 말고 꼭 간직하시길. 유행이 돌고 도는 건 불변의 진리니까!



capsule 1970.
WELCOME TO THE NEW TREND

날렵한 슈트와 슬림한 라인, 벨트를 질끈 묶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이들이 거리를 누비던 1970년대는 일명 부르주아 시대다. ‘여성동아’는 야외 촬영과 세트 촬영을 통해 1970년대만의 몽환적인 무드를 연출해냈다. 특히 컬러 조명이나 빳빳한 질감의 실버 코튼을 배경으로 한 컷은 감성적이며 초현실적인 무드를 그 시대만의 감성으로 잘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눈에 띄는 건 미니스커트의 실종이다. 1970년 7~8월호를 제외하고는 짧은 스커트를 찾기 힘들다. 당시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을 경범죄로 처벌했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모습이다.

‘여성동아’는 미니스커트 대신 발끝을 덮는 롱스커트나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미디스커트로 페이지를 채웠다. 신체적 매력을 어필하거나 보디라인을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룩이 완성된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것이다. 오렌지, 레드, 도트, 플라워 등 컬러와 패턴에 변주를 둔 개성 있으면서도 유니크한 룩도 소개했다. 당시 배우 고두심은 ‘여성동아’ 모델로 활약하며 룩의 감도를 더욱 높였다.

또한 ‘여성동아’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소개하며 독자들의 시야를 확장했다. 첫 주인공은 크리스찬디올이다. 5장의 사진과 짧은 캡션이 전부지만, 당시 한국 모델이 주를 이뤘던 여성지에 외국 모델을 세워 업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1970년대 여성들은 패션보다 뷰티에 더 열을 올린 모양이다. 1960년대에 비해 뷰티 광고 페이지의 비중이 약 30% 정도 증가했다. 화장품 업계는 진한 컬러의 립스틱, 아이섀도, 매니큐어 등의 광고를 매달 대대적으로 게재했다. 이와 같은 흐름은 패션화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델 대부분이 진한 블랙 아이라인에 컬러 아이섀도를 더한 뒤 강렬한 레드 립스틱으로 마무리했다. 새로운 트렌드가 가미된 창작물을 구현해내기 위한 기자와 스태프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focus on. ADVERTISEMENT

코카콜라, OB라거, 부라보콘, 오뚜기카레 등 1970년대 ‘여성동아’에는 익숙한 브랜드의 광고가 즐비하다. 1970년대 잡지는 새로운 문물에 가장 근접해 경험할 수 있는 입구였다. 당시 남성들의 뒷주머니에는 둥글게 말린 잡지가 꽂혀 있었고, 양산을 쓴 채 우아하게 걷는 여성들의 핸드백에는 잡지가 들어 있었다.

업체들은 대중의 필수품이나 다름없던 잡지를 통해 상품과 브랜드 알리기에 힘썼다. ‘여성동아’ 광고를 살펴보면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종류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상품을 시원시원하게 부각한 레이아웃.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 광고도 있지만 대부분 친근한 이미지의 일반인 모델을 기용한 점이 눈에 띈다.

당시 ‘여성동아’의 광고 페이지는 란제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비비안, 비너스 등 현존하는 브랜드도 찾아볼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듯 몸에 밀착한 아이템부터 웨어러블하고 드레시한 실루엣까지. 2000년대 트렌드로 떠오른 란제리 패션은 아마도 1970년대 스타일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capsule 1980.
REAL LIFE ‘WELL-BEING’

1985년 10월호.

1985년 10월호.

1980년대 ‘여성동아’는 ‘웰빙’을 강조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을 몸과 마음의 건강으로 정의한 것. 이런 이유로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방법, 미용체조, 식단 등 건강한 삶에 관한 기사를 심도 있게 다뤘다. 집에서 혼자 따라 할 수 있는 에어로빅이나 몸의 각 부위에 적합한 운동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과일을 이용한 영양 간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건강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1982년 7월호.

1982년 7월호.

패션, 뷰티 칼럼을 살펴보면 ‘개성’이 인정받기 시작한 시대였다는 걸 가늠할 수 있다. 수용의 폭도 하루가 다르게 넓어졌다. 팝한 비비드 컬러의 셋업, 단정한 블랙 투피스, 레오퍼드 패턴, 믹스 앤 매치 등 다양한 스타일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1970년대 ‘여성동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섹션은 앤드로지너스 감각의 남성복 재킷이나 팬츠를 착용해 여성의 매력을 강조한 패션화보다. 매니시 룩을 기조로 한 레이어드 룩, 패드로 어깨를 강조한 테일러 스타일 등으로 그 무드를 표현해냈다. 1986년 개최된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연이은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힘입어 스포츠웨어를 다룬 점도 인상적이다.

광고 위주였던 뷰티 분야도 튜토리얼을 디테일하게 담으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같은 레드는 없다”는 것을 예언했던 걸까. 레드 컬러 립스틱을 톤별로 나눠 소개한 기사는 지금 참고해도 좋을 만큼 유용하다. 어울리는 피부색, 아이 메이크업, 스타일별 연출법 등 이 기사는 레드 립스틱 바이블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focus on. 80’S MENS TREND

1989년 4월호.

1989년 4월호.

1980년대 후반 남성들이 선호하던 헤어스타일과 패션 트렌드, 사진 포즈를 한 눈에 파악하고 싶다면 1989년 4월호에 실린 ‘젊음과 지성’이라는 화보를 주목하자. 무스와 스프레이로 고정한 볼륨감 넘치는 앞머리, 귀 밑까지 내려온 뒷머리는 한때 유행했던 ‘병지컷’을 연상케 한다.

당시 패션 트렌드는 담당 기자의 캡션으로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성적 이미지를 연출하는 전형적인 아이비(차림), 체크무늬 니트와 코팅 처리된 넉넉한 바지’ ‘점퍼 스타일의 진 차림과 같은 톤의 언더셔츠’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니트와 진을 적극 활용한 모습이다. 여기에 빈티지한 체크 패턴, 브라운 톤이 곳곳에서 넘실대며 낭만적이고 자유로웠던 그 시절을 재현해냈다.


capsule 1990.
Y2K & MINIMALISM

1996년 7월호.

1996년 7월호.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 티셔츠를 즐겨 입었던 케이트 모스부터 부스스한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였던 코트니 러브, 찢어진 청바지에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었던 위노나 라이더까지.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준 셀럽들이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1990년대는 자유분방한 기운이 패션 전반을 가득 메웠다.

당시 패션을 규정하자면 질샌더와 캘빈클라인은 필수다. 이들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미니멀리즘의 대표 브랜드였다. 한때 대담하게 섞고 제멋대로 겹쳐 입는 믹스 앤 매치가 유행했지만, 미니멀리즘의 니즈는 항상 존재했다. 현재는 조용한 럭셔리, 올드 머니, 스텔스 웰스 등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이다.

1990년대 ‘여성동아’는 미니멀리즘을 밀도 있게 다뤘다. 클래식하고 절제된 라인의 원피스와 셔츠 등을 패션화보와 칼럼에 대거 등장시켰고, 그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노하우도 디테일하게 담았다. 또 심플한 화이트 재킷과 블루 원피스를 활용한 스타일링 방법을 전하기도 했다. 1996년 8월호에 담긴 몰디브 로케이션에서는 애니멀 프린트의 슬림라인 원피스에 스카프와 선글라스를 더하거나, 각 잡힌 숄더라인의 화이트 재킷에 화려한 네클리스를 스타일링하는 등 액세서리를 활용한 미니멀리즘 연출법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페이지 구성이다. 글자체와 사진을 작게 배치해 페이지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실으려 애썼다. 디테일한 정보를 담기 위한 기자들의 노고를 짐작케 하는 부분. 패션, 뷰티는 물론 요리 분야에서도 그 세심함을 확인할 수 있다.

focus on. CELEBRITY

(왼쪽부터)1993년 3월호. 1999년 11월호. 1993년 4월호.

(왼쪽부터)1993년 3월호. 1999년 11월호. 1993년 4월호.

1990년대 ‘여성동아’에는 낯익은 셀럽들이 등장한다. 이영애, 차승원, 이소라, 오연수 등 당대 한 획을 그었던 스타들이 각종 페이지를 채웠다. 화장품, 광고, 란제리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당시는 셀럽의 영향력이 대단한 시기였다. 그들이 입는 옷, 먹는 음식, 쓰는 제품 하나하나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셀럽 수식어가 붙으면 솔드 아웃이 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광고업계는 셀럽을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 추진했다.

‘여성동아’의 또 다른 재미는 시대별로 광고를 살펴보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광고 변천사 및 셀럽의 과거 모습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당시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듯하다.


capsule 2000.
ON-LINE TIMES

2002년 6월호.

2002년 6월호.

2000년대 패션을 논할 때 압구정과 동대문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유행했던 힙합바지와 나이키 덩크, 포스 등의 신발은 모두 압구정에서 시작됐고, 동대문패션타운은 패션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쇼핑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을 오는 일도 흔했다.

2007년 10월호.

2007년 10월호.

인터넷 문화가 자리 잡으며 온라인 판매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각자의 기능과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대형 오프라인 패션업체들도 온라인쇼핑 시장에 진출하며 소비자에게 다양한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

2007년 10월호.

2007년 10월호.

이 시기 ‘여성동아’는 타깃을 20대로 낮추며 그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온라인 판매의 주 타깃이었던 20대가 패션 시장의 핵심 소비자였기 때문. 이들이 입고, 사용하고, 먹는 것이 곧 트렌드였다.

2002년 5월호.

2002년 5월호.

컬러감 있는 룩의 패션화보를 통해 20대의 톡톡 튀는 매력을 어필했고, 온라인 쇼핑 가이드를 선보이며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쇼핑 정보를 제시했다. Y2K의 인간화를 보는 듯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패션을 다룬 점도 인상적이다. 부츠, 선글라스 등 그를 대변하는 패션 아이템을 튜토리얼 형식으로 자세하게 담아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기자들이 기사에 적극 참여한 칼럼도 눈에 띈다. 길거리 패션 피플을 발굴하는 ‘스트리트 패션’과 숨은 맛집을 알려주는 ‘기자들의 시크릿 스페이스’ 칼럼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재치 있고 참신한 기획이었다.

톱스타 김태희의 잠재력은 ‘여성동아’와 함께 빛났다. 신인배우로 인지도를 높여가던 2002년, 김태희는 ‘여성동아’ 5월호 표지를 장식하며 순수하고 신선한 매력을 뽐냈다. 은은한 옐로 메이크업으로 포인트를 줘 지적이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풍겼다.

focus on. 74th ANNIVERSARY

2007년 11월호.

2007년 11월호.

2007년 ‘여성동아’는 창간 74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을 마련했다. 당시 열독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여성동아’는 그 보답으로 연예인, 정치인, 소설가, 시인, 디자이너 등 각계각층 명사들이 참여하는 ‘창간 74주년 기념 바자회’를 열었다. 스타가 사용하던 소장품, 작가들의 사인이 담긴 책, 명품 머플러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도 전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가수 조영남은 그림 작품을, 배우 윤유선은 오븐과 화장품 등을 내놓으며 화제가 됐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비영리 공익법인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했다.

capsule 2010~.
DIGITAL INSIDE

2015년 8월호(왼쪽). 2015년 9월호.

2015년 8월호(왼쪽). 2015년 9월호.

‘여성동아’가 변화하는 멀티미디어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며 진취적인 비전을 정립해가던 시기다. 그 변화의 시작으로 ‘여성동아’는 2015년 9월 제호 서체를 변경했다. 가벼우면서도 날렵한 느낌의 로고 디자인에는 여성 주도적 삶을 선도하는 매체로서의 도약을 담았다.

2021년 12월호(왼쪽). 2022년 9월호.

2021년 12월호(왼쪽). 2022년 9월호.

2010년대 패션, 뷰티 칼럼 역시 2015년을 기점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2015년 이전에는 오피스 룩 중심의 실용성을 강조한 기사가 주를 이뤘다면, 2015년 이후에는 셀럽의 패션, 뷰티 팁 등 트렌드에 기반한 칼럼이 많은 페이지를 차지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지 않고 ‘현재’를 강조한 기사를 쓴 것. 패션화보 또한 해외 모델을 채용해 외국 명품 브랜드의 스타일을 재현하기도 했다.

2022년 1월호(왼쪽). 2019년 10월호.

2022년 1월호(왼쪽). 2019년 10월호.

이 시기를 통틀어 독자들의 최대 관심을 받은 칼럼은 대세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다니엘과 함께한 화보일 듯하다. 당시 다니엘은 ‘모지혜’라는 이름으로 ‘여성동아’ 7~8월호 모델로 활약했다. 오목조목 귀여운 외모에 사랑스러운 미소를 장착한 다니엘은 프로 모델 못지않은 포즈와 애티튜드로 스태프의 찬사를 받았다. 현재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니엘을 보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2012년 7월호.

2012년 7월호.

2020년대 들어서는 SNS, 웹사이트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연결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독자가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기사를 작성했다. 뷰티 커뮤니티 파우더룸과 함께한 신상 뷰티 제품, 시판 음식 소개 등이 그 예. 정보의 방향, 생산자와 소비자 구분이 없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여성동아’의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capsule 2020. NEW IDENTITY

2020년 1월호.

2020년 1월호.

2020년대 ‘여성동아’는 ‘속도’에 주목한다. 패션 트렌드를 시즌별 런웨이, 전 세계 셀렙들의 SNS를 통해 누구보다 신속히 캐치하는 것. 이를 활용한 비주얼 중심의 레이아웃은 MZ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큼 새롭고 창의적이다.

2019년 4월호.

2019년 4월호.

2010년 3월호.

2010년 3월호.

2020년 1월호.

2020년 1월호.

2019년 10월호.

2019년 10월호.

정갈한 옷차림과 온화한 미소는 과거 ‘여성동아’ 표지모델의 상징이었다. 실용성을 강조한 치밀한 취재와 보도 역시 ‘여성동아’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뉴 노멀, 뉴웨이브 시대를 맞아 ‘여성동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90주년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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