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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반포 하이엔드 신축 원베일리 vs 아리팍

김명희 기자

2023. 10. 31

미식가이자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부동산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과 함께 맛집에서 시작하는 동네 임장기를 연재한다

잠원동 신축 반포르엘과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신반포2차아파트.

잠원동 신축 반포르엘과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신반포2차아파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서울반원초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반원칼국수는 반포 부동산 임장에 나서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칼국수와 수제비부터 대구탕, 제육볶음, 돈가스, 치킨까지 메뉴 구성이 맥락 없는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있을 만한 건 다 있다. 한두 가지 메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맛집이라지만, 여기는 해물 베이스로 반죽을 얇게 떠낸 얼큰한 수제비부터 깊은 국물 맛을 자랑하는 대구탕,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왕치즈계란말이까지 거의 모든 메뉴가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 단, 치킨은 여느 프랜차이즈 브랜드들과 비슷하게 평준화된 맛이다. 부모들과 함께 오는 어린이들이 주 고객이라 그들 입맛에 맞췄기 때문인 듯하다.

반원칼국수는 반포 한양아파트(현재 신반포자이)를 비롯한 반포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재건축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던 2001년 문을 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반원칼국수는 옛 모습 그대로지만 주변 아파트 단지는 하이엔드급 주거지로 거듭났다.

반포자이가 래미안퍼스티지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5개 동으로 구성돼 거의 모든 세대에서 한강 뷰를 누릴 수 있는 아크로리버뷰.

5개 동으로 구성돼 거의 모든 세대에서 한강 뷰를 누릴 수 있는 아크로리버뷰.

아크로리버뷰에서 시작해 반포르엘, 신반포2차아파트(이상 잠원동) 그리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고가 건너 래미안원베일리,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동) 등 한강 변 아파트를 둘러보다 보면 대한민국 주거 문화 트렌드와 돈의 흐름이 보인다. 건설사 시그니처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만큼, 각 건설사의 시공 능력과 디자인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건축업계에서는 1960~80년대에 지어진 엘리베이터 없는 저층아파트를 1세대, 1990~200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를 2세대, 2010년경부터 지어진 전면 지하주차장, 수준 높은 조경과 커뮤니티를 갖춘 아파트를 3세대로 분류한다.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3410세대)와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2444세대)는 2008년 6월과 10월 비슷한 시기에 분양, 서로 경쟁하며 3세대 아파트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반포자이는 서울 도심에서 드물게 녹지율을 40%로 높이고 단지 곳곳에 고급 소나무 1200여 그루를 심었다. 래미안퍼스티지는 경북 고령에서 수령이 1000년 넘은 느티나무를 가져와 심었다. 이 나무 한 그루 가격만 10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3976㎡ 규모 연못을 조성하고 1급수에만 서식하는 쉬리를 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아파트 단지 모두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사우나, 골프 연습장, 독서실 등을 보유해 단지 안에서 거의 모든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다. 당시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맡고 있었던 김학렬 소장은 두 아파트의 거주민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반포 부동산을 임장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반원칼국수의 다양한 메뉴들.

반포 부동산을 임장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반원칼국수의 다양한 메뉴들.

“당시 두 아파트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있었는데, 반포자이 주민들의 만족도가 약간 높게 나왔어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래미안퍼스티지는 조합이 시공사에 건축비를 주고 자신들이 설계한 대로 지어달라고 하는 도급제였던 반면 반포자이는 건설사와 조합이 50 대 50으로 지분을 넣은 지분제였어요. 자이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으로 투자를 했다는 평이 있었죠. 또 반포자이가 1000세대 정도 더 많다 보니 녹지공간이 넓고 커뮤니티 시설도 좋고 해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분양가도 반포자이가 평당 150만 원 정도 더 비쌌는데, 분양 이후로 한 번도 반포자이가 래미안퍼스티지를 이긴 적이 없어요.

 같은 평형대에서 래미안퍼스티지가 항상 1억~2억 원 정도 비쌌죠. 두 아파트의 사례를 보면 상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입지를 못 이긴다는 걸 알 수 있죠.”
잠원동과 반포동의 입지 우열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교육이다. 잠원동은 초중학교까지는 학군이 우수하다. 하지만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자녀가 고등학생이 되면 압구정이나 대치동으로 빠져나가는 세대가 많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청담고를 재건축 등 개발 사업에 따라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는 반포로 이전하기로 하고 아크로리버뷰(아리뷰) 맞은편에 있는 잠원스포츠파크를 부지로 선정했다. 김 소장은 “고등학교가 들어오면 잠원동 학부모들의 큰 고민이 해소될 뿐 아니라 입지와 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반포5차아파트 부지에 들어선 아리뷰는 5개동 595세대 규모의 소규모 단지다. 한강 변을 따라 타워형 건물 5개 동을 일렬도 배치한 이 아파트는 반포 일대의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동과 동의 간격이 넓고 일부 저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세대에서 막힘없이 한강 뷰를 누린다. 김 소장은 “일반 분양분을 줄이고 5개 동으로 재건축한 게 신의 한 수였다. 반포 아파트를 통틀어 거의 모든 세대가 이렇게 시원하게 한강 뷰를 누릴 수 있는 곳은 아리뷰가 유일하다. 아리뷰가 들어서면서 잠원동과 반포동의 아파트 가격 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리뷰를 지나 반포대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신반포2차아파트가 나온다. 1978년 준공된 이곳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른 아파트들이 이미 신축으로 거듭난 데에 비해 재건축 속도가 늦다. 총 1572세대 중 절반 이상인 816세대가 20평대(22평 336세대, 25평 288세대, 29평 192세대)인 탓이다. 올해 3월 한강 변 층수 제한이 폐지되며 용적률 299.5%, 건폐율 21.9%를 적용받아 현재 12층, 1572가구에서 지상 최고 49층, 2050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신통기획안이 확정됐지만 조합과 일부 주민 간 갈등으로 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김 소장은 “신반포2차아파트는 한강 변에 위치해 입지가 가장 뛰어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건축이 끝나면 잠원동의 대장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미안원베일리, 커뮤니티 좋지만 건폐율과 조경은 아쉬워

원베일리의 스카이브릿지와 중앙광장.

원베일리의 스카이브릿지와 중앙광장.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단지는 단연 래미안원베일리다. 반포3차, 신반포23차, 경남 아파트와 경남 상가, 우정에쉐르1·2차 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2990세대 대단지 아파트로 거듭났다. 전용면적 47㎡부터 234㎡까지 다양한데, 84㎡ 입주권이 지난 9월 45억9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2021년 분양 당시 조합원 분양가에서 최대 24억 원이 상승한 것이다. 현재 전용면적 84㎡의 경우 시세가 36억~50억 원에 형성돼 있다.

“우정에쉐르1·2차는 2004년에 각각 18세대, 19세대로 지어진 나홀로 아파트였어요. 원래는 재건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도로 모퉁이에 있는 이 아파트를 빼놓고 재건축하려니 아무래도 불편해서 통합 재건축을 하게 됐어요. 우정에쉐르 소유주들은 당시만 해도 재건축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대박이 난 거죠. 우리나라 재건축 역사상 가장 큰 로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한남뉴타운 재개발에서 제척됐다가 최근 4구역에 포함된 신동아파밀리에아파트(1992년 준공)도 비슷한 사례예요. 재건축이라는 게 수십 년을 기다려도 될까 말까인데, 이들 아파트는 연한을 채우지 않고 재건축에 포함된 운 좋은 케이스죠.”
8월 말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원베일리는 기자가 찾았을 때도 이삿짐을 실은 차들이 오가고 있었다. 래미안원베일리의 가장 큰 장점은 두말할 것 없이 입지다. 반포대교와 올림픽대로에 붙어 있고, 지하도를 통해 바로 한강은 물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트럴시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3·7·9호선과 바로 연결되며 강남 사립 명문 계성초등학교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서울특별시교육청 강남도서관도 도보권이다.

삼성물산은 커뮤니티에서 호텔급 바캉스를 즐긴다는 의미의 ‘커캉스’란 개념을 도입할 정도로 래미안원베일리 커뮤니티 시설에 공을 들였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필라테스와 GX 룸, 스크린 골프장이 준비돼 있으며 수영장은 25m 길이의 4개 레인과 유아 풀을 갖추고 있다. 호텔 수준의 사우나와 카페, 레스토랑도 마련돼 있다. 한강 변 101동과 102동의 9층, 122동과 123동 11층에 마련된 스카이라운지인 스카이브릿지는 파노라마 한강 뷰를 자랑한다.

다만 래미안원베일리는 건폐율이 19.89%로 래미안퍼스티지(12%), 반포자이(13%), 아크로리버뷰(15%) 등 인근 단지보다 훨씬 높다.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동과 동 간격이 좁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준다. 조경 면에서도 스카이브릿지 외에는 중앙 광장이나 녹지공간이 넓지 않고 딱히 시그니처라고 할 만한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 김학렬 소장은 “아파트는 5년 정도 주기로 트렌드가 확확 바뀐다. 래미안원베일리가 반포 대장 아파트로 기대를 모은 만큼 커뮤니티나 조경 면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삼성물산에서 기존에 내놓은 래미안퍼스티지, 과천 래미안에코팰리스 등에 비해 별로 나아진 점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디에이치클래스트 완공되면 반포 스카이라인 완성

반포 대장으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왼쪽)와 아크로리버파크.

반포 대장으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왼쪽)와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 바로 옆에는 신반포1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1612세대)가 있다. 2016년 입주한 아리팍은 래미안원베일리와 생활권이 거의 비슷하나 교통 및 편의시설, 규모 등의 면에서 래미안원베일리가 약간 앞선다. 아리팍도 건폐율이 19%로 높은 편이지만 녹지공간이 넓고 조경이 자리를 잡은 덕분에 단지 안에 들어섰을 때 래미안원베일리보다는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30억 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아리팍의 전용 84㎡형은 지난 9월 43억9000만 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원베일리와 키 맞추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현재 동일 평형의 호가는 36억~42억 원 선이다.

당분간은 원베일리와 아리팍이 반포의 자웅을 겨루겠지만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 짓고 있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가 들어서면 판도가 또 바뀔 수 있다. 5000세대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는 아이스링크, 워터 파크, 오페라하우스, 복층 실내 골프장 등 역대급 커뮤니티로 기대를 모은다. 반포 하이엔드 신축 아파트들을 보노라면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이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는지와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아파트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원베일리 #아리팍 #반원칼국수 #여성동아

도움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사진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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