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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중국 경기 침체의 나비효과, ‘차이나 런’ 이 답?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10. 27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세계적으로 ‘차이나 런’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이제는 중국이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얽힌 게 많은 우리나라로선 이것저것 재봐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 위기와 미중 갈등, 청년 실업 문제 등으로 추락한 중국 내수경기의 회복세가 지지부진하다. 세계은행(WB)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4%로 낮췄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4.5%에서 4.2%로 0.3%p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글로벌경제 체제가 하나의 울타리로 엮여 있다는 점이다. IMF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 하락할 경우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0.3%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상했던 IMF가 10월에는 2.2%로 조정했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기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7월에도 IMF는 “한국 경제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본격화돼 수출이 증가하면 올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개선될 수 있다”고 중국과 연관 지어 전망했다.

중국에 드리운 그림자로 인한 나비효과는 국내경제 곳곳에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7월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했으며, 대중 수출 감소액이 전체 수출 감소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 수준에 달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중국 수출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최근 중국 경기 상황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32.4%는 ‘이미 매출 등 실적에 영향’, 50.3%는 ‘장기화 시 우려’라고 답해 대다수 기업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거나 향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EU의 중국 거리두기에 낀 ‘K-반도체’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의 부품 등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수출해왔다.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 덩달아 우리와의 교역 규모도 영향을 받는 구조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쏟아낸 보호무역주의 성격의 반도체법 때문에 우리나라로선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처지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 등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당시 미국은 중국 시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중국 내 3곳에 공장을 둔 SK하이닉스에 1년간 장비 수입을 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줬는데, 올 10월 9일 무기한 유예 결정이 나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이번 최종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심하긴 이르다. 기술력이 중요한 반도체산업에서 장비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이번에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받았어도 지정된 품목 이외의 높은 사양 장비는 다시 반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이 같은 조치에 앞선 지난 9월 미 상무부는 자국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의 생산능력을 10년 동안 5%를 초과해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도 최종 확정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상 유지만 가능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월 3일 EU는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평가를 마친 내년부터 중국을 겨냥한 기술수출 통제를 본격화할 기세다.

다만 세계 3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 인텔, 퀄컴이 자국 반도체 정책에 적극적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기류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 7월 성명에서 “정부의 지나치게 광범위한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미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할 뿐 아니라 중국의 보복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 세계 통신 모뎀칩(베이스밴드)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퀄컴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다. 주요 거래처인 중국을 잃으면 전체 매출액 30~60%가 사라지게 된다. 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의 국내 대표 중국통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 같은 정부와 시장의 괴리가 계속되다 보면 결국 기술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비단 반도체만의 상황이 아니다. 애플, 테슬라 등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둔 미국 기업 중 중국에서 공장을 철수한 곳은 없다. 오히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공장을 또 짓는다”고 집었다.

중국 붕괴론, 차라리 베트남과 인도?

한편 성장의 정점에 도달한 중국이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과 반대로 중국 경기가 시장의 우려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회복이 어려운 상태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과 달리 실제 지표는 이미 중국 경기의 ‘bottom out(바닥을 치고 끝냄)’을 시사했다”며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경기 민감 업종의 강세는 여전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경기민감주 중심의 강세가 시장 반등 에너지 핵심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경제의 뜨거운 감자 중국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중국이 올해 공식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하기 위해 1조 위안(약 184조 원)의 국채를 발행하는 고육책을 고려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의 부양책이 효과를 본다면 우리나라로선 지금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는 중국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개미투자자들의 ‘차이나 런’이 이어지고,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세계 공급망 재편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상태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인도 펀드 27개에는 349억 원, 베트남 펀드 21개에 210억 원이 흘러들어왔다.

단, 신흥국 투자는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좋지 않고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한다. 인도, 베트남이 아무리 고성장을 이루더라도 규모의경제를 넘어서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병서 소장은 “‘차이나 런’은 미국과 중국의 금리차가 2% 이상 나면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대부분이다.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 탈중국 해야 한다는 얘기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특히 지난 3년간 전 세계가 다 오를 때 중국은 제자리였다. 기업가치나 주가 수준이 저평가된 것은 분명하다. 미국 금리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는 다시 돈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성장 국가로 평가되는 인도와 경기둔화 우려가 큰 중국 증시의 향후 이익 전망치는 유사한 수준이면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중국이 인도의 절반”이라며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상당한 프리미엄 구간에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경제 #차이나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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