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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반려견 입양 전 반드시 챙겨야할 6가지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3. 09. 28

반려견을 입양한 후 센터를 찾아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상담을 해보면 씁쓸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보호자가 태어난 지 10주 됐다는 강아지의 퍼피 트레이닝(생후 16주 미만의 강아지 입양 시 모견에게서 배워야 할 교육을 보호자가 대신하는 것)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 1kg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강아지였다. 혹시나 해서 치아를 보니 앞니(전치)와 송곳니(견치)가 다 자라지 못한 상태였고, 작은어금니(전구치)는 아예 없었다. 소형견이든 대형견이든 2개월이 넘으면 언급한 치아가 모두 나 있어야 한다. 이 강아지는 아직 치아가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태어난 지 2개월이 아닌, 1개월 갓 넘었다는 의미. 2개월 이하의 아기 강아지를 거래하거나 분양하는 것은 불법이니 사실상 사기죄로 고소당해야 마땅하다.

5개월 된 강아지가 혼자 있을 때 너무 심하게 짖어서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보호자도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호자는 펫 숍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아 키우고 있었다. 분양 당시 펫 숍 담당자가 밥은 하루에 2숟가락만 줘도 되고, 10시간씩 집을 비워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우리 집 고양이도 하루에 사료를 42g 먹는데 성장기 어린 강아지의 하루 식사량이 고작 2숟가락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또 어린 강아지를 두고 10시간 이상 집을 비워도 된다며 분양을 종용한 것도 사실상 사기나 다름없다.

이런 사례가 늘어날수록 보호자와 반려견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허술한 반려동물 분양 체계는 반드시 재정비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의 반려동물 분양 체계를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반려동물 사육 자격제도를 통해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다. 또한 입양 후에도 ‘훈데슐레’라는 트레이닝 센터에서 의무적인 교육을 받아야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이 과정 전체를 이수하기까지 약 1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 준비할 사항이 상당한 것이다. 또 독일은 반려견 보유세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펫 숍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을 시 반려견을 입양할 수 없다는 의미. 반려견을 불법으로 입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반려견 입양을 희망하는 보호자를 위한 가이드

우리나라는 신용카드를 들고 펫 숍에 가기만 하면 누구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 때문에 보호자가 스스로 자신을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



01 충분한 시간과 모든 가족구성원의 동의

반려견은 적어도 하루 2회 산책과 충분한 놀이 시간, 인간 사회 적응 및 본능적인 욕구 충족을 위한 두뇌 활동이 매일 이뤄져야 한다. 날마다 회사에서 10~12시간씩 일하고 회식도 잦은 편이라면 반려견 입양에 대한 생각을 철회하는 것이 좋다.

하루 24시간 중 취침 8시간, 회사 근무 8~10시간을 빼면 남는 것은 6시간 남짓이다. 이 중에 적어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이 오롯이 3~4시간은 되어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남는 시간에 대부분 샤워나 식사를 할 것이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 속에서 반려견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입양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2인 이상의 가족이라면 상황은 조금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동의해야 하며, 누군가 독박 육아를 하게 되면 1인가구와 다를 바 없으니 역할 분배를 잘해야 한다.

02 미래 계획

반사회적인격장애가 아닐까 의심되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반려견을 버리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다. 결혼으로 인해 반려견을 유기하거나 아기를 낳는다는 이유로 파양한다는 인터넷 게시물이 꽤 있다.

소형견 기준 반려견의 수명은 12~16년이다. 죽기 전까지 보호자가 반려견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6년이란 세월은 말로만 들으면 짧게 느껴지지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을 모두 마치는 시간과 똑같다. 아주 긴 인고의 시간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패기만으로는 반려견을 끝까지 책임지기 어려울 수 있으니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03 경제적 여유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당연히 돈이 들어간다. 사료, 간식, 장난감, 배변 패드, 심장사상충 및 외부기생충 약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월 고정 지출되고, 병원비는 사람처럼 의료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비싼 편이다.

필자는 고양이 1마리(4kg), 강아지 1마리(16kg)를 키우는 데 연간 500만~600만 원은 너끈히 쓰고 있다. 비용을 아낄 순 있지만, 반려동물은 나의 가족구성원이다. 그저 삶만 연명하도록 키울 마음도 없고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사료와 건강관리를 위한 진료 등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 정도 비용은 지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16년 동안 매년 500만~600만 원이 든다면 강원도 홍천 부근 소형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는 가격과 가깝다.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경제적 여유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04 알레르기 검사는 필수!

필자는 고양이,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 반려견 트레이너가 알레르기 있다고 하면 다들 웃기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알레르기 수치도 꽤 높은 편이라 매일 6알의 약을 먹어야만 정상적으로 반려생활이 가능하니 그저 웃긴 이야기는 아니다. 입양 후 알레르기가 심해서 파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보호자도 있는데, 솔직히 핑계다. 약만 매일 먹으면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단지 본인 의지박약이거나 키우는 일이 너무 어려워 파양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알레르기가 있다면 당연히 입양을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필자처럼 약 먹는 것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말리지 않겠다. 다만 알레르기검사를 한 뒤 미리 약을 처방받아놓는 것을 권한다.

05 펫 숍은 피할 것

이 부분은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서 ‘펫 숍의 실체’라고 검색한 뒤 ‘애견 숍 강아지들의 엄마는 어디 있을까?’라는 제목의 2분짜리 영상을 시청하길 권장한다. 이 영상을 보고도 펫 숍에서 입양하고자 한다면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일 것이다. 만약 분양을 위해 방문한 업체에서 부모견을 볼 수 없거나, 부모견이 관리가 되지 않아 꼬질꼬질한 모습이라면 절대 그곳에서 분양받으면 안 된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한 모견에게서 나온 새끼 강아지는 필연적으로 몸도 약하고, 예민하거나 신경질적인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다. 또 그런 곳에서 분양받는 것은 앞서 설명한 불법 업체들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일단 견종을 정했으면 그 견종만 브리딩하는 ‘브리더’에게 분양받거나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 좋다. 2개 이상의 견종을 분양하는 ‘브리더’는 공장형 펫 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브리더에게 분양받으면 비용이 더 비쌀 수 있지만 펫 숍에서 데려와 병원 신세를 지며 돈이 나가는 것보다는 저렴하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

06 반려견은 인형이 아니다.

유명 반려견 트레이너가 쓴 책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감이 안 온다면 입양부터 양육 팁까지 전체적으로 도와줄 전문가(펫 숍 사장 제외)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한다. 공부하지 않고 분양받거나 입양하면 정말 고통스러운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절대 반려동물은 당신의 생각처럼 얌전하고 귀엽기만 한 생명체가 아니며, 인형 또한 아니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안전을 보장받으며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며, 긴 시간 책임감을 가지고 돌봐줘야 한다.

#강아지입양 #반려견입양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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