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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OTT 추천 | 여름의 끝을 잡고

문영훈 기자

2023. 08. 25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두 소년의 찬란한 여름
‘루카’(디즈니+)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가 마을을 상상하면 폭염에 지친 정신이 말끔해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곳에 바다 괴물이 산다. 영화 ‘루카’는 바닷속 생물이 물에 나오면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는 설정이다. 그 바다 생물 중 하나가 루카다. 호기심 많은 소년인 그는 물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물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는 어머니의 조언을 새겨듣는 착한 아들. 어느 날 수면 위로 향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알베르토와 친구가 되고 그와 함께 육지 모험을 시작한다.

‘루카’를 만든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실제로 열두 살 시절 베스트 프렌드, 알베르토를 만났다. 그는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극 중에 실제 이름을 썼다”며 “알베르토는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아서 온실 속 화초처럼 안주하는 내 삶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줬다”고 밝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징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어른이 되는 것처럼 루카와 알베르토는 고난과 행복의 순간을 통과하며 잊지 못할 여름을 보낸다. 귀엽지만 비장하게 굽이굽이 골목길을 질주하는 베스파, 녹진하면서 상큼한 젤라토,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된다는 파스타까지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소재들이 이들의 우정을 밝힌다.

픽사가 그려내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풍광은 아름답고, 캐릭터들은 사랑스럽다. 그런데도 마음속 명대사 하나를 꼽으라면 “얘들은 루카와 알베르토야”. 육지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인 줄리아의 아버지가 두 소년에게 하는 말이다. 무뚝뚝하게만 보이던 그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 마침내 루카는 루카가, 알베르토는 알베르토가 된다. ‘루카’만으로 아쉽다면 후속 단편 애니메이션 ‘안녕 알베르토’도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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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사랑
‘아이 엠 러브’(넷플릭스)

최근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더 유명한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첫 번째 여름 영화다. 엠마는 우리로 따지면 재벌가의 며느리. 이탈리아 상류층인 레키 가문에 자신의 모든 걸 버리고 들어왔다. 고색창연한 대저택은 아름답지만 삭막한 집안 분위기 속에 그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다 아들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엠마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옥자’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이 연기했다. 금발과 조곤조곤 읊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통속적인 영화에 생기를 부여하는 것은 스윈튼의 연기와 구아다니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다. 그들의 사랑은 꽉 막힌 저택이 아닌 자연 속에서 펼쳐진다. 여름의 싱그러운 풀과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엠마와 안토니오는 금지된 사랑을 나눈다.

격정적인 줄거리와 별개로 이탈리아 대저택의 인테리어와 엠마의 완벽한 드레스 핏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현재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유명한 라프 시몬스가 그의 의상 모두를 디자인했다. 안토니오가 선사하는 미식의 경험은 엠마의 표정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여름의 온도와 음식, 의상까지 그야말로 눈부신 것들의 집약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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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가을로
‘500일의 썸머’(디즈니+)

주인공 톰이 겪은 500일간의 사랑 기록이다. 세상에 내 반쪽이 존재한다고 믿는 톰에게 썸머가 나타난다. 하지만 썸머는 사랑 같은 걸 믿지 않는 캐릭터. 각고의 노력 끝에 둘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썸머는 구속받는 걸 싫어한다. 영화 제목은 어쩌면 500일의 썸(머)일 수 있는 셈.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500일간의 기록을 뒤죽박죽 섞는다는 점이다. 썸머와 함께 밤을 보내며 행복해하는 톰을 보여주고 그다음 신에선 이별로 만신창이가 된 톰이 등장하는 식이다. 서로에게 마음을 품고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 사랑의 절정에 있는 사람들, 지난한 싸움 끝에 이별한 모두에게 통할 영화다. 다른 영화에서 보지 못한 로스앤젤레스의 멋진 풍경과 더 스미스의 음악 등 둘의 관계 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2010년 개봉한 이 영화는 21세기 로맨틱코미디의 고전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두 번 재개봉할 만큼 사랑받았다. 썸머의 오락가락하는 마음은 많은 관객에게 답답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수지)이나 ‘봄날의 간다’의 은수(이영애)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톰의 시점에서 전개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썸머 시점의 ‘500일의 톰’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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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로와 맷 데이먼의 리즈 시절
‘리플리’(왓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개한 세 영화의 배경이 이탈리아다. 영화인들에게 역사와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이탈리아는 여름을 상징하는 나라인 걸까. 영화 ‘리플리’는 비교적 삭막한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다. 낮에는 피아노 조율사, 밤에는 호텔에서 일하며 돈을 버는 주인공 리플리는 친구를 대신해 프린스턴대학교 마크가 찍힌 재킷을 입고 한 행사장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된다. 이때 선박 재벌 그린리프의 눈에 들게 되고,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후 유럽을 떠돌며 생활하는 자신의 아들 디키를 미국으로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자신을 프린스턴대 졸업생으로 속인 리플리는 디키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반복하는 성격장애를 말하는 리플리증후군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에서 비롯됐다. 이 소설은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중 유명한 것이 알랭 들롱이 주연한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다.

맷 데이먼이 리플리, 주드 로가 디키, 기네스 팰트로가 디키의 여자 친구 마지 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는 세 청춘스타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다. 특히 막 나가는 부잣집 도련님을 연기한 주드 로가 눈부시다. 이탈리아 바닷가와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 바, 휴양지 저택까지 이제는 과거가 된 여름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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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양은 가득히’ ‘캐치 미 이프 유 캔’

#루카 #아이엠러브 #500일의썸머 #리플리 #O!리지널

사진제공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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