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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6년차 가수 김현정 근황 토크 “역주행으로 얻은 인기, 정주행 해야죠”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8. 08

‘원조 센 언니’ 김현정이 친근한 옆집 언니가 됐다. 최근 새 유튜브 채널 ‘멍때리는 김현정’을 개설해 팬들과 실시간 소통을 시작한 것. 전국을 누비는 스케줄로 바쁜 김현정과 전화로 수다를 떨었다. 

2015년 발표한 곡 ‘Attention’ 활동 당시 모습. 직접 작사, 작곡, 편곡까지 다 했다.

2015년 발표한 곡 ‘Attention’ 활동 당시 모습. 직접 작사, 작곡, 편곡까지 다 했다.

장안의 화제인 tvN ‘댄스가수 유랑단’을 보다가 문득 엄정화와 같은 시대에 활동하며 가요계를 평정했던 또 한 명의 여자 솔로 가수 김현정이 궁금해졌다. Y2K 시대에는 여름이면 무조건 화끈한 댄스음악이었다. 그리고 댄스음악의 필수 조건은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과 꿈틀대는 내 안의 흥을 끄집어내주는 안무였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수가 바로 ‘롱 다리 미녀’ 김현정이었다.

1997년 1집 앨범 ‘Legend’로 21세에 데뷔한 김현정은 나이트클럽 DJ들이 발굴한 가수나 다름없다. 데뷔 후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힌 타이틀곡 ‘그녀와의 이별’을 나이트클럽에서 틀기 시작해 입소문만으로 라디오와 ‘길보드차트’를 점령했다. 역주행 끝에 1998년 6월 ‘Shocking’이란 새 이름으로 재발매한 1집은 55만여 장이 팔리며 그해 가장 많이 판매된 여자 솔로 가수 앨범이 됐다. 이후 ‘되돌아온 이별’ ‘멍’ ‘너 정말?’ ‘떠난 너’ ‘단칼’ 등 연이은 히트곡으로 진짜 레전드 자리에 올랐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여자 솔로 가수 중 가장 많은 음반 판매량과 1위 곡을 배출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2014년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코너 출연으로 또 한 번 역주행 신화를 일으키나 싶다가 2015년 미니앨범 ‘Attention’ 발표 이후 지금까지 앨범은 감감무소식이다.

다만 여전히 김현정은 무대에 서고 있다. 행사와 공연 위주로 활동하며 최근에는 자신의 새 유튜브 채널 ‘멍때리는 김현정’을 개설해 팬들과 실시간 소통을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행사의 계절 여름인 만큼 도무지 짬을 낼 수 없어 전화로 대신했다. 약속한 오후 1시, 전화번호를 누르자 김현정이 받았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에너지 넘치고 익숙한 그 목소리였다.

“요즘 왜 활동 안 하느냐”는 말 억울해 라이브 방송 시작

관객들의 떼창에 눈물이 터졌던 2022년 레트로 콘서트 현장.

관객들의 떼창에 눈물이 터졌던 2022년 레트로 콘서트 현장.

요즘 전국 곳곳의 행사로 엄청 바쁘다면서요.

요새 계속 공연이 있고 스케줄도 다양하게 들어와요.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니까요(웃음). 바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SNS에서 현정 씨가 떼창을 듣고 감격해서 눈물지으며 절하는 영상을 봤어요.

왁스 언니와 조성모랑 함께하는 컬래버 공연이라 떼창을 기대하지 않은 날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곡도 아니고 ‘단칼’을 불러주시는 거예요. 뒤에 남은 가수가 있으니까 중간에 끊어야 하는데 끊질 못해서 거의 1절 가까이 들었어요. 이 정도면 무조건 절을 해야 한다 생각했죠. 우리나라 관객들 매너가 정말 좋아요. 외국 가수들도 내한 공연 오고 싶어 하잖아요.



김현정 노래는 떼창을 하게 만드니까요. 가창력이 여전하더라고요. 평소 어떻게 관리하세요.

나이가 들면 목도 같이 나이 들거든요. 목을 관리하느라 술도 거의 안 마셔요. 1년에 서너 번 정도 마실까. 데뷔 초에는 주당이었는데 지금은 옛날의 김현정이 아니에요(웃음). 체력도 떨어져서 몸에 좋은 거 잘 챙겨 먹고 운동을 매일 해요. 프로폴리스랑 홍삼즙, 오메가3, 오렌지주스 한 잔이 아침 식사예요. 그렇게 먹고 매일 필라테스를 다녔는데, 요즘은 선생님 사정으로 호흡 위주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요.

매주 1~2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매주 1~2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오후는 어떻게 보내나요.

공연 있는 날이 대부분이에요. 지방에서 하는 공연이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예전에 교통사고를 많이 당했거든요. 불안해서 저녁 공연이어도 일찍 출발해요. 그러다 보면 차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공연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새벽 1~2시라 몸이 많이 피곤하죠. 그래서 더 체력 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쉬는 날이 소중하겠네요.

쉬는 날이어도 멀리 휴가를 가진 못해요. 특히 반려견 짱이가 많이 아파서 여행에 데려갈 상황이 아니에요. 공연 준비하거나 집에서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해요. 요즘은 유튜브 공식 채널 외에 ‘멍때리는 김현정’ 채널을 새로 개설해서 팬들과 실시간 방송으로 만나고 있어요.

TV 방송에서만 뜸할 뿐 일을 꾸준히 하고 있었군요.

“요즘 왜 안 보이냐”는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할 때도 있어요. 제가 ‘멍때리는 김현정’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방송 종료도 못 하더니 이젠 팬들한테 궁금한 거 물어보고 댓글로 확인하는 여유까지 생겼던데요.

하하하. 제가 말이 헛나오거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옛날 별명이 ‘여자 김흥국’이었어요. 우리 팬들이 똑똑해요. 기억력이 좋아서 제가 과거 이야기를 하다가 헷갈리면 다 알려줘요. 얘기 주고받으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면 재미있어요.

공연마다 얼굴도장 찍는 팬도 있나요.

무슨 공연이든 오는 팬이 있어요. 저보다 더 빨리 와 현장에서 사진 찍어주고 무대 영상도 촬영해 올려주는 찐 팬들이 있죠. 또 공연에 오지 못하더라도 제가 나오는 영상들을 다 모니터링해서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나르기도 하고 응원 댓글도 달아주고, 감사한 분들이에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처럼 요즘은 팬메이드 영상이 홍보에 큰 역할을 하잖아요.

맞아요. 그런 콘텐츠 덕분에 20대도 저를 꽤 알아보는 것 같아요. 심지어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도 제 노래를 알고 제가 지나가면 “김현정이다” 하면서 쳐다봐요. 그 친구들한테는 제 노래가 신곡이겠죠. 그게 신기해요.

몇 해 전부터 ‘탑골가요’가 인기예요. ‘댄스가수 유랑단’ 같은 프로그램에서 현정 씨 보고 싶다는 분들이 꽤 있을 듯한데요.

안 불러줬는걸요(웃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자 가수들이 자꾸 노출되면 좋죠. 그럼 지금 인터뷰하는 저처럼 당시 같이 활동했던 다른 가수들도 생각나서 찾아주지 않을까요.

지금 나의 라이벌은 20대 전성기 시절의 나

김현정은 쉬는 날이면 항상 반려견 짱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김현정은 쉬는 날이면 항상 반려견 짱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저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이후 ‘Attention’ 음반 활동이 잘될 줄 알았어요. 방송에서도 자주 보고요.

‘Attention’은 반응이 너무 없었어요. 제가 직접 제작한 앨범이라 깎아먹은 돈 메꾸느라 행사 위주로 많이 활동했어요. 다행히 앨범 빚은 얼마 전에 다 갚았는데 그 외 빚은 또 있어요. 갚으면 또 생기고 갚으면 또 생겨요. 하루살이처럼 매일매일 열심히 살 게 만들어주네요.

그럼 열심히 사는 김에 새 앨범을 또 낼 계획은 없나요.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앨범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돼야 하잖아요. 진짜 신중해야 해요. 제가 2004년부터 1인 기획사로 독립했거든요. 저랑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하죠. 그런데 제 성격에 음반 작업을 어설프게 할 리는 없고 그럼 또 돈이 많이 들겠죠. 우선은 유튜브 채널이 잘돼서 거기서 영감을 좀 얻고 다른 것까지 도모해볼 수 있도록 눈앞의 일부터 열심히 해보려고요.

자존감 올리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팬에게는 “나도 지금 누구에게 알려줄 수 없다, 자존감이 낮을 때가 있다”고 했는데요.

올해로 무대에 선 지 벌써 26년이 됐어요. 그런데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반응이 없으면 어쩌지?’ ‘음향 사고가 나면 어쩌지?’ ‘말실수를 하면 어쩌지?’ 하면서 오만 가지 생각을 해요. 게다가 요즘은 과정보다 결과물이 더 빨리 나오잖아요. 많은 분이 제 무대를 영상으로 접하고 만족하면 좋겠지만 지적도 하시죠. 심지어 배가 나와 보인다, 얼굴이 부었다 등의 말씀도 하세요. 노래가 제 기준에 못 미칠 수도 있고요. 그럴 때 자존감이 확 떨어져요. 물론 옛날에는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몇 달씩 헤어 나오질 못했는데 요즘은 하루나 이틀, 길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스스로 극복해요.

너무 화려했던 전성기가 문제라면 문제일까요.

맞아요. 지금 저의 라이벌은 20여 년 전 김현정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공연이나 방송 전에 신인 시절 영상을 많이 봐요. 춤추면서 노래도 힘 있게 부르는 게 지금과 확실히 다르긴 해요. 요즘은 1kg 빼기도 힘든데 그땐 안 먹고도 연습했어요. 제 키가 173cm인데 데뷔 때 몸무게가 48~50kg 정도였어요.

20대 초반과 비교할 순 없죠. 나이 듦을 인정받고 싶겠어요.

제 직업이 그런 걸 어떡하겠어요. 평생 관리하며 사는 거죠. 다이어트 업체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는데 다 거절하고 있어요. 요요가 올까 무섭기도 하고, 너무 감량하면 체력이 떨어져서 안 돼요. 가뜩이나 제 노래 중에는 고음 지르는 부분이 많거든요. 2018년에 노래방 반주기 업체가 개최한 시상식의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린 애창곡’ 부문에 선정된 적이 있어요. 상을 받으러 가보니 저랑 같은 부문 수상자로 소찬휘 언니가 와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이 많구나 하면서 둘이 엄청 웃었어요(웃음).

노래방에서 ‘고음’ 하면 김현정이죠.

저에 대한 이런저런 기대치 때문에 전성기가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왔던 걸 원망할 때도 있었어요. 연차가 어느 정도 찼을 때 전성기를 맞거나 차라리 지금이 전성기라면 좋을 텐데….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에 전성기를 누렸으니 제2, 제3의 전성기가 또 올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한 팬분이 그랬어요. “누나, 요즘은 고령화 시대라 다들 추억으로 먹고 산다. 게다가 지금 돈 있고 힘 있는 세대는 30대 이상이라 누나 음악이 잘될 수밖에 없다. 자신감을 갖고 강하게 밀고 나가봐라” 하고요.

열심히 활동해서 옛날 김현정은 잊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좋은 말 생큐~. 아, 요즘 모습 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이 인터뷰가 나간 후 곧 KBS ‘열린음악회’에서 저를 볼 수 있을 텐데요. 지금 다이어트해서 살이 빠지는 중인데, 하필 그날따라 얼굴이 터질 것처럼 나왔더라고요. 저, 얼굴에 뭐 안 했어요. 살은 쪘습니다(웃음).

하하하. 나잇살은 인정해줘야 해요. 다 공감할걸요.

예쁘게 봐주는 분도 있고, 지적해주는 분도 있고 그래요. 유튜브 분석 데이터를 보니까 다행히 제가 비호감보단 호감 쪽으로 나오더라고요. 악플은 아파요. 앞으로도 팬들이 저한테 계속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도록 제가 더 잘하려고요. 저는 참 인복이 많아요. 제 주변에는 저의 미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게을러지려 해도 게을러질 수가 없어요.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한테 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해요.

목소리 나올 때까지 무대 서고 싶은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드라마 보는 것만큼이나 운동을 좋아한다는 김현정.

드라마 보는 것만큼이나 운동을 좋아한다는 김현정.

연애는 안 하나요.

할 시간이 없어요. 저는 뭐든지 ‘몰빵’하는 스타일이라 연애까지 하면 지금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소개팅 같은 건 불편해서 하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운명은 기대하고 있어요.

이렇게 바쁜데 ‘자만추’를 고집하면 쉽지는 않겠는걸요.

결혼 안 하면 나중에 실버타운에서 친구 사귀면서 살려고요(웃음). 저는 노래 부르는 게 재미있어요. 재미있으니까 20년 넘게 가수로 살아왔지 재미없으면 이렇게 못 해요. 그래서 역주행으로 성공한 김현정이 정주행을 해나가며 계속 노래 부르는 것, 그게 제 목표예요. 지금은 저의 신인 시절 영상을 보며 저를 라이벌로 삼고 있어요. 47세의 김현정을 라이벌로 삼는 60대, 70대가 될 때까지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김현정은 자신이 요즘 읽은 책 리스트를 적어왔다며 쭉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로스 아이큐’와 ‘톰 피터스 탁월한 기업의 조건’ ‘초격차’ 같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책부터 자기 계발서 ‘완벽한 공부법’과 ‘초집중’, 인간관계에 대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마음을 다스리는 ‘스트레스의 힘’, 에세이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와 ‘당신이 있어 참 좋다’, 영어 학습서 ‘넌 대체 몇 년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니?’ 등 50여 권에 달했다.

수화기 너머 기자의 의아한 표정이 읽혔는지 김현정은 “책 제목만 봐도 ‘김현정은 이런 스타일이구나’ ‘지금 이런 생각으로 사는구나’를 알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되겠다’ 하는 게 보일 수 있잖느냐. 그래서 준비했다”며 “요즘은 ‘아주 세속적인 지혜’와 ‘유연함의 힘’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분야에서 레전드로 기록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김현정은 1시간 20분가량 수다를 떨고도 쌩쌩한 목소리로 “10년 후에 또 보자. 디너쇼 할 때 부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현정 #탑골가요 #여성동아

사진제공 힘엔터테인먼트 사진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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