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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긴장감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OTT 콘텐츠 4

O!리지널

문영훈 기자

2023. 06. 20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진짜 끝까지 간다
‘성난 사람들’

예고편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4월 6일 공개된 ‘성난 사람들’은 공개된 지 나흘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해외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하면서 섣부른 이들은 내년 1월 열릴 에미상 수상을 벌써 점치고 있다.

성난 사람 둘, 대니와 에이미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운전 시비가 붙은 뒤 서로가 서로를 추격하는 ‘분노의 질주’를 한다. 한바탕 난장판을 벌이고 나면 그들 각자의 삶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니는 가난한 이민 2세대로, 가족 부양의 부담을 안고 살지만 블루칼라 노동자인 그에게 세상은 불친절하기만 하다.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에이미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삶을 살지만 천진한 남편과 바가지를 긁는 시어머니 때문에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분노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부글부글 끓던 두 사람은 보복 운전 사건을 계기로 화를 풀 명확할 대상을 찾고 서로에게 쏟아붓기 시작한다. 과잉 표출되는 분노는 가끔 애증의 모습을 띈다. ‘미나리’ ‘버닝’에 출연한 스티븐 연과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작가가 힘을 합쳐 완성한 작품이다. 한국인의 들끓는 피는 어디 가지 않는다.

“분노는 염산과도 같아 그것을 부은 곳보다 담고 있는 그릇을 더 많이 손상시킨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분노에 찬 일주일을 보냈다면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보다 ‘성난 사람들’을 보며 대리 만족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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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구원하려는 오만
‘세인트 모드’

간호사 모드는 은퇴한 무용수 아만다의 호스피스 일을 맡게 된다. 기독교에 심취해 있는 모드는 죽음을 앞둔 아만다에게 구원을 선물하고자 그녀의 삶을 규율한다. 처음엔 사려 깊은 모드의 배려에 설득되는 듯 보이지만 강박과 구속은 도를 넘는다. 모드는 결국 호스피스 자리를 잃지만 아만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세인트 모드’의 감독 로즈 글래스는 202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영국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가 상징적인 소재로 등장한다. 그는 부패한 종교와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18~19세기 영국 사회를 비판한 작가다. 그는 종종 환영을 보고 이를 그림으로 남겼는데 당시 그는 미치광이 취급을 당했다. 주인공 모드 역시 환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종교와 구원, 신앙과 광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극을 지배하는 서스펜스가 잘 구축돼 함의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호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모피드 클락은 드라마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에서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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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에서의 동상이몽
‘화이트 로투스’

5성급 리조트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느긋하게 즐기는 휴가를 상상해보는 6월이다. 하지만 휴가라는 게 막상 떠나보면 내 식대로 풀리지 않기 마련. 휴가지에서도 노트북을 열어 화상 회의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내리쬐는 햇살이 소원했던 가족관계까지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화이트 로투스’는 극 중 하와이에 있는 최고급 리조트 이름이다. 신혼여행을 온 커플, 모처럼 휴가를 온 가족,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유골을 들고 온 딸까지 저마다 각기 다른 천국을 꿈꾸며 하와이를 찾는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엔 여러 응어리가 이리저리 얽혀 있다. 가령 신혼부부의 남편은 겉으로는 멀쩡한데 신혼여행 숙소조차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만큼 마마보이다. 갓 결혼한 그의 아내는 계속 커리어를 유지하길 원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인 남편은 하찮은 일을 왜 하냐고 다그친다. 여행객뿐 아니라 특급 호텔 화이트 로투스의 직원 역시 저마다 비밀이 있다. 호텔 지배인은 마약과 알코올중독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호텔을 찾은 숙박객들은 자꾸 그의 심기를 거스른다. 1화만 봐도 느껴지는 자글자글한 긴장감은 보는 이도 숨 막히게 한다. 다양한 욕망과 분노는 초호화 리조트인 화이트 로투스에서 임계점을 넘어 펄펄 끓기 시작한다.

미국 사회 내 계급, 인종, 남녀, 세대 등 예상 가능한 갈등 요소가 한데 묶인 수준급 블랙코미디다. 제74회 에미상에서 10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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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브스 아웃’

평범한 주부가 ‘맑눈광’이 되는 과정
‘부탁 하나만 들어줘’

정반대로 보이는 두 엄마의 이야기다. 스테파니는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두 발 벗고 나서는 열혈 싱글맘이다. 반대로 패션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는 워킹맘 에밀리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스테파니와 친해진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자신의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파스텔 톤의 옷과 캐릭터 양말을 사랑하는 수다쟁이 스테파니와 슈트를 입고 낮술(무려 마티니)을 즐기는 에밀리의 기묘한 친분에 다른 학부모는 수군거린다. 여성들의 연대 혹은 기싸움 같은 뻔한 스토린가 싶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다. 여느 때처럼 자신의 아이를 스테파니 에게 부탁한 에밀리가 갑자기 실종된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음험한 비밀을 간직한 팜파탈 역할에 최적화된 배우다. 에밀리는 그를 스타로 만든 ‘가십걸’ 세레나의 진화 버전이다. 스테파니 역을 맡은 안나 켄드릭도 매력적이긴 마찬가지다. 주변을 조금 피곤하게 할 뿐 평범한 엄마였던 스테파니는 에밀리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데 몰입하며 ‘맑은 눈의 광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사설탐정에 맞먹는 돌파력을 보여준 뒤 차 안에서 혼자 릴 페임의 랩을 부르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2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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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2015), ‘퍼펙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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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리지널

사진제공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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