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왜 하필 임영웅인가

오홍석 기자

2023. 06. 21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
조위 지음, 한스미디어, 2만 원

4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축구 경기. 경기장엔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4만5007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대다수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시축과 하프타임 쇼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었다. 그의 티켓 파워가 빛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데이터 분석 회사 스탯티즈가 운영하는 ‘아이돌 차트’ 평점 랭킹에서 2022년 임영웅은 2위 아이브, 3위 뉴진스를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2022년 금영노래방 기준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곡은 임영웅이 이문세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사랑은 늘 도망가’다. 아이돌 음악으로 대표되는 국내 가요 시장에서 이미 임영웅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지 오래다. 여기서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수많은 트로트 가수 중 임영웅의 인기는 왜 이토록 독보적인 것일까.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는 저자가 평론 형식으로 ‘팬심’을 가득 담아 내놓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임영웅이 사랑받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장르를 넘나드는 행보다. 모름지기 트로트는 직설적인 가사와 짙은 신파를 기본 구성으로 한다. 또한 ‘꺾기’로 대표되는 현란한 기교가 장르의 핵심 특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임영웅은 다르다. 그는 원래 발라드 가수를 꿈꿨기에 임영웅이 부르는 트로트에는 발라드의 인장이 찍혀 있고, 그가 부르는 발라드에는 트로트의 인장이 찍혀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임영웅의 부드러운 음색과 성악에 기반을 둔 섬세한 창법이다. 과시하지 않는 테크닉으로 그는 트로트 안에서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신파와 통속이 아닌, 기존과 다른 그만의 트로트 장르 해석이 인기에 크게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4월8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아 구름관중을 모은 가수 임영웅.

4월8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아 구름관중을 모은 가수 임영웅.

임영웅의 인기를 논할 때 그의 팬층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주된 팬은 60대 여성. 저자에 따르면 전형적인 한국의 60대 여성은 20~30대 자녀의 아이를 돌보며 황혼 육아를 하고, 여전히 ‘부인 된 도리’ ‘어머니 된 도리’의 굴레에 얽매이며 고단한 삶을 산다. 전 세대 중 월등하게 높은 비율로 터널증후군을 앓을 정도로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이들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심지어 가요계에서도 임영웅 이전에 이들을 위한 음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임영웅은 ‘코로나블루’로 인해 우울감이 치솟을 무렵, 60대 여성들에게 익숙할 만한 장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소개했다. 임영웅의 노래는 일종의 위로로 작용했고 중장년 여성들은 이에 매혹됐다. 더불어 집 안에 갇혀 파편화돼 있던 여성들을 ‘팬덤’이라는 사회망으로 연결시키며 지난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구가 되어주었다.

책은 ‘왜 임영웅인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만, 분명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저자는 감정이 절제된 임영웅 특유의 창법을 호평하는데, 그가 쓴 평론은 임영웅에 대한 팬심이 과잉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감성과 기호가 주를 이룬다. 반면 평론은 음악을 합리성과 논리로 차갑게 풀어내야 비로소 힘을 갖는다.



#우리는왜임영웅을사랑하는가 #임영웅 #트로트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한스미디어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