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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55세에 50kg 살빼기 프로젝트

4개월에 34kg 감량! 뺄수록 힘든 다이어트, 왜?

최영철 기자

2023. 04. 27

내 나이 55세(1968년생), 2022년 12월 12일 현재 체중 121kg. 건강검진센터로부터 중증도 고도비만, 고혈압, 중증도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다. 살아남기 위해 곧바로 50kg 다이어트에 착수했다. 표준체중 71kg에 이르는 그날까지 ‘살과의 전쟁’을 지상 중계한다. 

드디어 몸무게가 80kg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12월 12일 121kg에서 감량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딱 4개월 만인 4월 12일, 몸무게는 34kg이 줄어든 87kg에 도달했다. 3월 12일 기준으로 봐서는 95kg에서 8kg을 감량했으며 4개월 평균으로 보면 1개월에 8.5kg씩 뺀 셈이다. 목표 체중인 71kg까지 50kg 감량 목표 중 이제 16kg이 남았다.

다이어트 시작 당시(121kg)에 입었던 흰색 셔츠와 현재(87kg) 입고 있는 검은색 셔츠.

다이어트 시작 당시(121kg)에 입었던 흰색 셔츠와 현재(87kg) 입고 있는 검은색 셔츠.

허리 사이즈도 다이어트 시작 때 121cm에서 98cm로 줄어들었다. 가장 기쁜 건 이제 기성복 매장에서 바지와 상의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성 기성복 바지의 경우 간혹 101.6cm(40인치)까지 나오지만 보통은 96.52cm(38인치) 또는 100cm가 마지막 치수다. 그래서 지금껏 옷은 전부 큰 옷 전문 매장에서 샀다. 맘에 드는 디자인보다 허리 치수에 맞추기 급급했다. 좀 이름 있는 브랜드 제품을 사려면 외국 브랜드를 사서 대수선을 거쳐야 했다. 신장 190cm 이상의 거구들이 입는 옷을 수입해 되파는 것이라 허리와 가슴 사이즈에 맞는 옷을 사면 기장과 통을 모두 줄여야 했다. 돈도 훨씬 더 들었다. 이젠 대부분의 온라인 마켓이나 홈쇼핑의 옷을 구입해 입어도 몸맵시가 난다. 일반인들은 ‘그게 뭐 대수야’ 하겠지만 비만인에겐 실로 눈물겨운 변화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4개월에 34kg을 뺀다는 게 사실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1명의 몸무게가 4개월 사이에 사라진 것이니 말이다. 지난 기사에서 한 순환기내과 교수는 “몸무게의 5% 이상 감량은 면역체계에 이상을 가져와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지난달부터 한 달 감량 목표를 4kg대로 하기로 독자와 약속도 했다. 하지만 당초 독자와 약속한 대로 6월까지 한 달에 8.25kg씩 총 50kg을 빼고 이 지긋지긋한 다이어트를 끝내고 싶은 게 속마음이었다.

김정은 365mc 올뉴강남본점 대표원장의 충고

김정은 365mc 올뉴강남본점 대표원장.

김정은 365mc 올뉴강남본점 대표원장.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사실 몸무게 95kg을 찍었던 3월 12일 이후 한 달간은 이번 감량 프로젝트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우선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기립성저혈압 증상이 생겼고 평소에도 운동을 마치고 나면 어지럼증을 느낄 때가 많다. 식이섬유가 많은 저칼로리 음식을 하루 2끼 먹는 식단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예전과 같은 강도의 운동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다. 같은 시간 같은 강도의 운동을 하면 예전처럼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 않았다. 몸무게가 근 30kg이 빠져 90kg 초반대에 이르자 예전과 같은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선 전보다 등산형 걷기 운동시간을 늘리거나 운동 강도를 더 많이 높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어지럼증이 심해졌고 오른발에도 이상이 생겼다. 둘째발가락과 발등의 통증이 바로 그것. 숫제 둘째발가락 발톱이 멍이 들어 시꺼멓게 변해버렸다. 오래 걸으면 통증이 심했지만 무시하고 러닝머신에서의 등산형 걷기를 강도와 속도를 높여가며 계속했다. 그런데도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체기가 찾아왔다. 91kg에서 한 차례, 87kg에서 또 한 차례의 정체기가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8일째 87kg에서 더 살이 빠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어떤 날은 1kg씩 더 찌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4개월의 다이어트 기간 중 맞닥뜨린 궁금증을 해소하고 내 나름의 다이어트 방식에 대해 검증하기 위해 한국 최고의 다이어트 병원으로 알려진 365mc병원에 질의서를 넣었다. 고맙게도 김정은 365mc 올뉴강남본점 대표원장이 상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김 대표원장은 현재 대한지방흡입학회 상임이사와 대한비만미용체형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비만 전문가이자 전문의다. 아래는 김 대표원장과의 일문일답.

다이어트 후유증과 정체기가 생긴 이유

다이어트할 때 일정 정도의 정체기를 겪다가 계단형으로 살이 빠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체중감량은 급격 감소기(다이어트 초반기), 초기 정체기(가짜 정체기·다이어트 중반기), 후반 정체기(진짜 정체기)로 나뉠 수 있습니다. 초반기에는 식사량이 줄면서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소모와 함께 저장되어 있던 다량의 수분이 손실됩니다. 이로 인해 눈에 띄게 체중이 감소하며 수분 손실로 어지럼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가 권장됩니다. 이때 ‘감량된 체중≒손실된 탄수화물+단백질+다량의 수분’입니다.

초기 정체기는 실제 정체기가 아니라 정체기인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저장된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감소가 이루어진 이후 지방이 본격적으로 감소하는 시기입니다. 지방은 저장과 소모 시에 수분 이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때의 몸무게 감소는 대부분 순수 지방 소비로 이뤄집니다. 순수 지방 1kg을 연소시키기 위해서는 9000kcal를 소비해야 하는 만큼, 지방이 감소하는 시기에는 체중감량이 더디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특히 급격 감소기에 빠른 체중 변화를 경험하고 난 뒤라 상대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빠진 살은 모두 지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후기 정체기는 몸이 다이어트 기간을 거치며 줄어든 식사량과 체중, 근육량의 감소에 적응하는 시기입니다. 이는 신체 적응 현상으로 기초대사량과 활동대사량이 줄면서 동일한 운동과 식사량 혹은 더 적은 식사량에도 체중은 거의 변화가 없는 시기입니다. 몸이 변화된 몸무게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현재의 활동량 및 운동량을 늘려서 에너지 소비를 증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패턴이 일반적이기는 하나 모든 체중 감소 형태가 같은 패턴을 보이지는 않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체기 또한 다이어트 기간 내내 수시로 나타날 수 있고, 기간은 짧게는 수일에서 수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식사량이 크게 늘지도 않았고 운동을 똑같이 했는데도 하루 만에 체중이 1~2kg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인가요.

체중은 정상적으로도 하루 중 1~3kg 범위에서 변합니다. 보통 아침 측정 체중이 가장 낮고 저녁으로 갈수록 조금씩 늘어납니다. 식사 전후로도 차이가 나고요. 식이조절이나 체중감량 중에는 음식 섭취에 따른 체중의 일시적 증가 폭이 더 큰 경향이 있는데, 이는 탄수화물이나 염분 섭취에 따른 수분 저류 현상 때문입니다. 다이어트 초기가 아닌 정체기를 넘어선 후반이기 때문에 근육량의 증가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런 체중증가 현상이 3일 이상 지속된다면 체지방의 증가일 수도 있으므로 검사를 통해 체성분 변화를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달큰 고구마가 감자보다 덜 살찌는 까닭

점심 식사로 천연 감미료를 뿌린 토마토 300g(50kcal)과 즉석 쌀국수(120kcal)를 먹었다.

점심 식사로 천연 감미료를 뿌린 토마토 300g(50kcal)과 즉석 쌀국수(120kcal)를 먹었다.

몸무게가 줄수록 같은 강도의 운동을 같은 시간만큼 해도 칼로리 소모가 확실하게 덜 됩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을 움직이기 위해선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지요. 활동 에너지는 체중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운동을 같은 시간 동안 해도 체중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게 됩니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운동으로 살 빼기 쉽다’는 경험치를 더 많이 가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초대사량은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떨어집니다. 왜 그런가요.

기초대사량은 기관, 연도별로 공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그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기초대사량 계산식은 해리스-베네딕트 공식입니다. 남자의 경우 [66.47+(13.75x체중)+(5x키)-(6.76x나이)], 여자의 경우는 [665.1+(9.56x체중)+(1.85x키)-(4.68x나이)]입니다. 이 공식에 따라 체중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나이가 한 살 늘 때마다 남자는 3.8kcal씩, 여자는 2.67kcal씩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게 됩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각종 신체 기관을 움직이는 데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동일 체중 조건에서는 근육량이 많을수록 기초대사량이 높아집니다. 노화는 근육의 감소를 동반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등산형 걷기를 하루 100분에서 120분씩 하고 있습니다. 유산소운동 효과는 매우 크지만 상체 근육의 발달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전신 근육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뭔가요.

등산처럼 경사진 곳을 걸으면 평지 걷기운동과 비교해 유산소운동과 하체 근력운동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등산형 걷기만으로도 체지방 감량뿐 아니라 하체 근육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하체 근육만이 아닌 전신 근육을 비교적 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하나 추천하자면 실내 사이클입니다. 페달의 강도, 속도, 자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체 근육뿐 아니라 코어근육, 어깨·팔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게 되는 운동입니다.

등산형 걷기를 무리하게 했더니 오른쪽 발가락에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쉬면 통증이 사라지는데요. 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 운동을 쉬어야 할까요.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과사용으로 인한 관절의 문제라면 부하가 걸리는 운동은 쉬는 게 좋습니다. 대신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수중운동은 체중부하가 적어서 관절 이상이 있어도 해도 됩니다.

고구마는 감자보다 훨씬 칼로리가 높은데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습니다. 왜 그런가요.

‘당지수(glycemic index)’ 개념 때문입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데, 인슐린은 체지방을 축적하는 대표 호르몬입니다. 흰쌀, 밀가루는 당지수가 높은 대표 음식입니다.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비타민과 유산균

저녁 식사는 도토리묵 150g(66kcal), 잡곡밥 100g(155kcal), 참치와 통마늘·각종 버섯·감자가 들어간 카레간장볶음 100g(200kcal)으로 해결.

저녁 식사는 도토리묵 150g(66kcal), 잡곡밥 100g(155kcal), 참치와 통마늘·각종 버섯·감자가 들어간 카레간장볶음 100g(200kcal)으로 해결.

저는 저칼로리, 고섬유질 음식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 먹어왔습니다. 제 식이요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요.

식이요법 전략이 굉장히 훌륭했다고 봅니다. ‘오래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음식을 다양하게 선택하고 맛을 포기하지 않은 점이 가장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해진 칼로리 기준 이내에서 단백질의 비율을 조금 높여보는 걸 추천합니다. 단백질은 음식 유발성 발열이 높은 영양소라서 소비 에너지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체기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각종 비타민과 유산균 섭취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요.

에너지 섭취량을 줄이고 에너지 소모량을 늘리는 게 다이어트의 기본 원리입니다. 이 중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몸의 각 세포는 에너지가 필요하면(숨을 쉬거나, 심장이 뛰거나, 운동하거나 할 때 등) 혈액 중에 있는 포도당을 받아들여 여러 단계로 분해 한 후 에너지를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물과 탄산가스로 배출합니다. 이렇게 세포 내에서 포도당이 분해될 때 매우 복잡한 대사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TCA 사이클(Kreb’s 사이클)’이라고 부릅니다.

포도당 1개가 이 대사 과정을 각각 거쳐서 에너지를 내는데, 다음 단계로 변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에 맞는 효소와 보조효소가 필요합니다. 각 효소와 보조효소의 주성분이 바로 단백질과 비타민입니다. 특히 비타민 B군(B1·B2·B3·B6), 비타민 C, 마그네슘, 아연, 철 등은 포도당이 분해돼 TCA 사이클을 거쳐 에너지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보조효소의 주성분입니다. 즉, 지방이나 근육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가 에너지로 쓰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에너지대사 과정에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필수 조건입니다.

유산균의 경우 몇 년 전 모유 유산균에서 추출한 ‘락토바실러스 가세리(Lactobacillus gasseri) BNR 17’이 식약처로부터 지방 감소에 효능이 있다고 인정받아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유산균이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게 다당류로 합성시켜서 체중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는 일관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임상적 비만 치료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유산균은 체중감량을 위해서가 아니어도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건강식품이기 때문에 다이어트하는 동안 적절하게 섭취할 것을 추천합니다.

최근에 어지러운 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이어트 중에 현기증이 나는 것은 지나친 저열량 식이, 저염 식이, 저탄수화물 식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증상이 너무 심할 때는 부족한 영양소를 조금 더 보충하고 스포츠음료 등을 통해 전해질 보충을 잘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식 상태에서의 운동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감량 체중은 6개월간 5~10% ↓

4월 12일 현재 몸무게 87.4kg으로, 4개월 만에 34kg 감량했다.

4월 12일 현재 몸무게 87.4kg으로, 4개월 만에 34kg 감량했다.

55세 남성의 경우 한 달에 살을 얼마나 빼면 적당하다고 보시는지요.

급격한 체중감량은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 같은 필수 조직의 감소도 동반하게 됩니다. 또 저열량 식이로 인한 영양 불균형은 면역력 저하, 세포 활성 저하로 건강상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권고하는 적절한 체중감량 수치는 6개월 동안 5~10%입니다. 5% 이상만으로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성공적인 체중감량으로 평가합니다.

다이어트할 때 식이요법이나 운동의 대원칙 같은 게 있다면 뭔가요.

하나 강조하자면,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계획할 때 자신이 평생 할 수 있는 방법인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체중감량뿐 아니라 감량된 체중 유지를 위해서도 동일한 정도의 식이요법과 운동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량만큼 유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다이어트 #살빼기 #저칼로리식품 #여성동아

사진 최영철 홍중식 기자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365mc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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