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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더 글로리’ 관전 포인트 4

오지수 프리랜서 기자

2023. 02. 10

송혜교와 김은숙이 돌아왔다. 두 사람의 막강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드라마 ‘더 글로리’가 12월 30일 베일을 벗었다. 결과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3위.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사이다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미친 흡입력으로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Point 1. 로맨스 장인 김은숙, 복수극으로 돌아오다

어린 동은을 연기한 배우 정지소.

어린 동은을 연기한 배우 정지소.

‘파리의 연인’부터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흥행을 거둔 작품만 나열해도 다섯 손가락이 부족한 스타 작가 김은숙. 시공간을 넘나드는 로맨스로 전 국민의 애간장을 들끓게 만들던 그가 처절한 복수극으로 돌아왔다. 학교폭력으로 망가진 삶의 의미를 오로지 복수에만 두고 살아온 여자 ‘동은’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

극중 송혜교는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다.

극중 송혜교는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다.

김은숙과 복수극이라는 조합에 다소 낯설어했던 시청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더 글로리’에 매료됐다. 호기심에 1화를 재생했다가 밤을 새우면서 정주행을 마쳤다는 후기가 수두룩. 여기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촌철살인 대사가 한몫한다.

2022년 12월 20일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은숙 작가.

2022년 12월 20일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은숙 작가.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다 알면서 하는 거, 다치라고 하는 거, 네가 매일매일 나한테 한 거.”

과거 끔찍했던 폭력이 실수였다고 말하는 가해자에게 “그것은 실수가 아닌 잘못이다”라고 바로잡는 장면은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안에 너 있다” “혹시 나 너 좋아하냐?” 등 무수히 많은 명대사를 탄생시킨 김은숙표 대사가 복수극에서 또한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Point 2. 신예은부터 차주영까지,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

연진의 딸 학교 담임이 되어 돌아온 동은.

연진의 딸 학교 담임이 되어 돌아온 동은.

‘더 글로리’ 공개 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배우들이다. 먼저 정지소와 송혜교, 신예은과 임지연, 배강희와 김히어라로 연결되는 아역과 성인 배우 간 싱크로율이 큰 화제를 낳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캐스팅 담당자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칠 정도. 정지소와 송혜교는 크고 맑은 눈망울, 어딘가 그늘이 서려 있는 표정에서 닮은 느낌을 주고, 배강희와 김히어라의 퀭하고 텅 빈 듯한 눈빛 연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동일 인물이라는 점을 알게 한다. 신예은과 임지연 역시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닮았는데, 두 배우 모두 ‘첫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공통점을 지닌다. 그동안 각자 밝고 귀여운 캐릭터와 청순하고 처연한 캐릭터로 사랑받아왔지만, 이번 ‘더 글로리’에서는 광기에 가까운 악랄함을 성공적으로 표현하며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해냈다는 평가다.



혜정을 스스로 무릎 꿇리는 장면과 대사는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혜정을 스스로 무릎 꿇리는 장면과 대사는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훌륭한 연기로 호평받고 있는 배우는 주연뿐만이 아니다. ‘이사라’ 역의 김히어라는 유명 교회 목사의 딸이자 마약 없이 살 수 없는 아티스트 역할을 소화하며 매회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차주영 또한 가해자 무리 중 서열이 가장 낮아 열등감과 허영심에 매몰된 ‘최혜정’ 역할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 외에도 동은의 비즈니스 파트너 ‘강현남’ 역을 맡은 엄혜란은 가정폭력으로 고통받지만 그럼에도 명랑함을 잃지 않아 극 중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열연했다. 살인마로 분한 이무생의 소름 끼치는 ‘웃참(웃음 참기)’ 연기는 짧은 분량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Point 3. 나팔꽃과 바둑, 복수에 대한 우아한 비유

무채색의 의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동은의 성격을 표현한다.

무채색의 의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동은의 성격을 표현한다.

‘복수’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대체로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그려지지만, ‘더 글로리’에는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손에 꼽힌다. 물론 어린 동은이 가해자 무리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장면은 매우 자극적이어서, 미처 보지 못하고 넘겼다는 후기도 많다. 훗날 성인이 된 동은의 우아한 복수가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다. 동은은 가해자들과 달리 직접적인 폭력을 쓰지 않는다. 오랜 시간 치밀하게 판을 짜둘 뿐. 가해자들은 동은이 만든 새장 안에서 제멋대로 스텝을 밟다가 자신의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는 꼴이 되고 만다.

‘더 글로리’를 더욱 우아하게 만드는 요소 한 가지가 또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들의 삶을 나팔꽃과 바둑으로 표현한 것. 바둑은 한때 건축가를 꿈꿨던 동은의 복수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김은숙 작가는 바둑을 선택한 것에 대해 “남이 지은 집을 부수고 내 집을 튼튼하게 지으면 이기는 게임이라 좋았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사력을 다하는 전투라는 점이 동은의 복수심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 둘 곳 없던 동은은 바둑에 전념하며 두 남자 주인공과 가까워진다. 한편 극에 등장하는 나팔꽃은 지상을 향하고 있는 ‘천사의 나팔꽃’과 하늘을 향하고 있는 ‘악마의 나팔꽃’ 두 종류다. 악마의 나팔꽃은 신이 보기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건방지다고 느껴 ‘악마’라는 말을 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밤에만 향기를 풍긴다고. 이 꽃이 의미하는 것은 주인공 동은이다. 포스터 속에도 등장하는 나팔꽃이 앞으로 또 어떤 역할로 활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Point 4. 백마 탄 왕자는 없다, 송혜교X이도현의 사약 케미

파국을 향해 가는 송혜교와 이도현의 사약 케미.

파국을 향해 가는 송혜교와 이도현의 사약 케미.

무거운 소재와 날 선 연기로 가득한 ‘더 글로리’지만 숨 쉴 틈은 있다. 오직 동은을 향해 직진하는 남자 ‘여정’의 존재가 있기 때문. 배우 이도현이 열연한 여정은 동은의 대학 선배로, 동은에게 바둑을 가르쳐준 인물이다. 누군가에게 절대 곁을 내어주지 않는 동은을 오랜 시간 묵묵히 기다리고 조용히 사랑해온 순애보적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정은 그동안 김은숙 작가의 작품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던 ‘백마 탄 왕자’ 캐릭터가 아니다. 친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인물에 대해 불타는 복수심을 간직한 인물. 그 마음을 자극하는 건 다름 아닌 동은이다. 둘은 의지하고 사랑하게 되지만, 서로로 인해 더욱 나쁜 상황으로 치닫게 되리라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과연 송혜교와 이도현의 ‘사약 케미’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올 3월에 공개 예정인 시즌2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더글로리 #송혜교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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