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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결국 AI의 승리? 노벨상 수상자의 섬뜩한 예고

오홍석 기자

입력 2022.06.16 10:30:01

노이즈: 생각의 잡음
대니얼 카너먼 외 2인 지음, 장진영 옮김,
김영사, 2만5000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는 1998년 ‘Consilience(컨실리언스)’라는 책을 출간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2005년 스승의 저서를 한국에 들여오며 책의 제목을 ‘여러 사상의 평화로운 화합과 조화’를 뜻하는 ‘통섭(統攝)’이라 붙였다. 당시 윌슨의 저서는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여기에는 평화로운 뉘앙스의 제목과 반전인 본문이 한몫했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조화를 말하는 것 같은 제목과 달리 본문에는 사회과학이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자연과학자의 경고가 담겨 있었다.

대니얼 카너먼의 신작 ‘노이즈: 생각의 잡음’을 읽으며 그 책, ‘통섭’의 기억이 오버랩됐다. 제목과 대비되는 본문 내용 때문이다. 저자 카너먼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전제에 균열을 낸 심리학자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2년 노벨 기념 스웨덴 국립은행 경제학상(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카너먼은 전작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시스템 1)와 느리고 추론이 필요한 사고(시스템 2)를 구분했는데 이 기조는 10년 만에 나온 신작에서도 이어진다.

정치인, 경영자, 판사, 의사 등 사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자주 직관에 의존한다. 카너먼에 따르면 직관적인 판단은 일관성이 떨어지고 자주 오판으로 이어진다. 원인은 ‘잡음(noise)’에 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이러한 잡음에 대한 설명과 잡음을 최소화해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방법을 담고 있다.

잡음은 무지, 편견에 의해 일어난다. 가령 판사들은 휴식 직전에 또는 식사 후에 가석방을 승인할 확률이 높다. 지역 축구팀이 주말 경기에서 패배하면 월요일에 평소보다 더 가혹한 결정을 내린다. 같은 혐의에도 흑인 피고에게는 더 엄격한 판결을 확정한다. 이처럼 판단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잡음이다.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잡음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 선택 과정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외부의 평가에 귀 기울이는 것도 방법이다. 정리하자면 직관에 기댄 시스템 1에 의한 결정을 인위적으로 지연시켜 시스템 2를 통한 판단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주제인 잡음 관련 내용이 아니다. 카너먼은 인간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잡음을 제거해도 인공지능(AI)이 오히려 최선의 선택을 내릴 확률이 높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인간이 의사 선택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정서적 거부감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으로 하여금 최선의 선택을 내리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출판했다고 주장하지만 꼼꼼히 읽어보면 인공지능의 도입을 예고하고 촉구하기 위해 쓰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그가 출간에 맞춰 영국 매체 ‘가디언’과 진행한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결국 인공지능의 승리는 명백하다”이다.

#노이즈 #생각의잡음 #북리뷰 #여성동아

사진제공 김영사



여성동아 2022년 6월 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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