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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sexology

세계 여성의 날에 생각하는 여성 인권과 성

박혜성 원장

2020. 04. 07

‘성학자’ 박혜성 원장의 여성 건강과 성



경기도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산부인과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등이 있다.




1975년 국제연합(UN)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세계 여성의 날이 봄철 첫 번째 축제로 치러지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사회·경제·정치적으로 남성들과 평등해지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싸우고 쟁취했는지를 기억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최근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성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바람직한 방향인지, 아니면 더욱더 진화해야 하는지, 너무 지나친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1. 사회적 측면

사냥, 전쟁 등 힘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서는 당연히 남성이 유리했다. 타 부족과의 경쟁과 끊임없는 전쟁은 아이와 여성에게 엄청난 위기였는데, 특히 여성은 공공연한 전리품으로 성 착취와 폭행의 대상이었다. 여성들에게 교육이나 경제적, 법적 평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생 가사 노동과 출산과 양육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남자에게 절대 복종해야 했다. 여성들은 어떤 차별에도 불만을 표시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고 헌신적이지 않으면 배척당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 들어 여성에게도 남성과 평등한 교육이 가능해지면서 경제적,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들을 따라잡고 있다. 오히려 여자들이 앞서고 있다.


2. 성적 측면

역사적으로 남자의 바람은 눈감아주거나, 바람 피우는 남성을 능력자로 추앙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성의 성적 일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기와 죄악으로 치부되었다. 강간에 의해 더럽혀진 여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죄인이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고, 순결의 상징인 은장도는 겁탈하려는 남자를 향한 것이라기보다 더럽혀진 자신의 목숨을 끊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여성과 여성성을 억압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법적으로 성희롱, 성폭력은 물론 성차별적인 행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이 법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남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여성까지 생겨나고 있다. 또한 여자가 성을 부끄러워하는 시대는 지나고, 자기의 성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고 있다. 


3. 경제적 측면

과거에는 여자에게 재산권이나 상속권이 없었다. 즉, 경제적으로 남성 편향적이었다. 그리고 고용과 승진, 임금의 측면에서 여성들이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여성에게 교육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면서 언어와 소통에 능한 여성 전문직, 고소득자가 많아지고 있다. 상속도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나이 들어서 직장을 잃은 남자는 갈 곳이 없지만, 여자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 남자가 여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4. 여성의 성적 기피와 여혐


과거에는 경제력이 없는 여성이 경제력이 있는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서 ‘애교’를 부렸다. 코맹맹이 소리로 남자를 유혹하려 했고, 어떻게든 그의 아이를 임신해 안방을 차지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남자에게 애교를 부리는 여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여자가 무서워서 여자를 못 만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성희롱이나 성폭행으로 인해 여자에게 고발당한 남자는 여혐에 시달리게 되고 섹스 로봇이나 섹스 인형으로 여자를 대신하려 한다. 2018년 ‘Sex Doll’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곳이 대한민국 서울이라고 한다. 여자가 지나치게 사나우면 남자가 옆에 얼씬도 안 할 수 있다. 이것이 여성들이 진정 원하는 것일까? 사랑을 추구하는 여성과 섹스를 추구하는 남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밸런스를 이루는 사회가 좋지 않을까. 


5. 결혼 기피, 출산 기피

결혼하겠다는 젊은 남성은 60%, 젊은 여성은 40%이다. 청소년 10명 중 6명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가 가능하다’에 동의하고 있는데, 여성만 따지면 그 비율은 훨씬 증가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이제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안 하겠다고 한다. 많이 교육받고 늦게 결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출산율도 저하되고 인구도 감소할 것이다. 모든 선진국의 고민거리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다. 예전에는 20세 즈음, 부모에게 밥 얻어먹는 것이 미안하고 취직할 데는 없고 그래서 입을 덜기 위해 여자들이 결혼을 선택했는데, 이제는 여자들이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가거나 유학을 떠나거나 취직을 하지 결혼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의 2세는 어디에서 구할까?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6. 성의 상업화 : 호스트 바와 성인용품

최근 ‘성인용품점’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 명동, 대학가에 있는 성인용품 숍을 방문해서 성인 기구를 구매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특히 여성용 자위 기구와 딜도, 윤활액의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 전용 술집의 확산은 여성의 경제력 상승과 변화된 성적 가치관에 따른 새로운 성 풍속도다. 상당수의 여성에게 더 이상 금기의 땅이 아닌 ‘즐거운 쾌락, 욕망의 분출구’이다. 여성들은 성적 호기심을 새로운 방식으로 채우고 있다. 남자가 하는 모든 행동을 이제는 여자들도 할 수 있다. 여자와 남자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남자만큼 성욕이나 호기심이 강하지 않아서 그런 곳을 덜 찾을 뿐이다. 


7. 여성의 성욕

여성은 나이가 들면 성욕이 급격히 감퇴하고 장년이나 노년기 여성은 섹스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성 또한 부신에서 나오는 DHEA 호르몬에 의해 죽을 때까지 성욕을 갖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여자와 남자, 성별에 따른 성욕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자가 성욕이 없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8. 여성 중심의 사회

이제는 남성 위주의 권위적인 성적 행동에서 여성 중심의 배려하고 달콤한 성적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남성들은 배설 위주의 섹스에서 벗어나 소통 위주의 섹스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것은 섹스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남녀 관계, 노사 관계, 그리고 부부와 자식 사이에도 이런 소통 방식이 요구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백화점의 VIP와 쇼핑몰의 VIP, 즉 소비를 이끄는 주체가 모두 여자이다. 이런 여자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여성을 알아야 돈을 벌 수 있고, 여성을 알아야 사랑받을 수 있고, 여성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해 현실적이고, 소통을 잘하고, 사랑스러운 여성과 잘 살아가기 위해 대한민국 남성들은 이런 다짐을 해보자. “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획 최호열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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