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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엄마표 영어 꿈꾸는 초보 맘 실전 가이드⑧

多讀多讀 읽을수록 푹 빠져드는 영어 책

글 ·오미경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오진경 제공

2013. 12. 03

‘다독(Extensive Reading)’이란 ‘많은 양의 책을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읽는 방식’이다. 많이 읽으면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많이 이해하면 더 재미있게 되며, 재미있으면 더 많이 읽게 된다. 이것이 다독의 원리다. 재미없는 책을 아이에게 읽도록 강요하는 것은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뒤에서 밀면서 쌩쌩 달려주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多讀多讀 읽을수록 푹 빠져드는 영어 책
‘글쓰기는 똥 누기와 같다.’

多讀多讀 읽을수록 푹 빠져드는 영어 책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작가의 ‘글쓰기’ 정의는 한마디로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먹은 게 없으면 똥이 나올 리 없고,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을 섭취하지 않아도 똥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똥 누기’ 이론은 어린이들의 영어 습득 과정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들 때 많은 산출(output)을 기대하려면 일단 투입량(input)을 늘려야 한다. 이는 지식 습득의 기본 원리이기도 한다. 영어 습득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듣기와 읽기라는 인풋이 차고 넘칠 만큼 돼야 말하기와 쓰기라는 아웃풋이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듣기와 읽기가 완벽해질 때까지 말하기와 쓰기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아이들은 자기가 듣고 읽은 수준에서 영어를 말하거나 만화 또는 일기 형식으로 표현한다. 물론 이러한 첫 시도의 결과물이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투입량에 따라 차츰 다양하고 수준 높은 어휘를 사용하면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된다.

따라서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세련되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여기에서 지름길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다독(多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영어 학원을 통해 유행처럼 번진 ‘다독(Extensive Reading)’은 다름 아닌 ‘읽기의 무한 리필’이라고 보면 된다.

다독은 말 그대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하지만 단어나 구문과 같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 스토리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읽는 방식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단어나 구문은 자연스레 얻어지는 보너스와도 같다.



물론 빽빽하게 적힌 영어 단어장을 들고 버스 안에서 외워가며 영어 공부를 해온 부모 세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공부 방식이다. 그러나 다독이야말로 잎이나 나뭇가지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영어라는 숲 전체를 파악하게 해주는 효율적인 방법임에 틀림없다.

영어 교육에서 대세가 된 다독을 어떻게 하면 집에서 가르칠 수 있을까? 다독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연구돼온 읽기의 한 형태일 뿐이다. 1917년 영국의 언어학자 해럴드 팔머(Harold Palmer)가 ‘많은 양의 독서 (Abundant Reading)’를 뜻하는 용어 ‘extensive’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영어 읽기에 대해 언어학자들은 ‘보완적 읽기(Supplementary Reading)’ ‘재미있게 읽기(Pleasure Reading)’ ‘책을 쏟아 부어놓고 읽기(Book Flood Approach)’ ‘지속적이고 조용한 읽기(Sustained Silent Reading)’ ‘자유롭고 자발적인 읽기(Free Voluntary Reading)’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했으나 결론은 하나로 다독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다독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 단어들만 주의 깊게 살펴봐도 다독이 무엇을 강조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감이 잡힌다. 앞에서 열거한 표현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다독이란 ‘많은 양의 책을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읽는 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아이들이 책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가장 기본적 요소가 ‘재미(Fun Factor)’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지고 보면 다독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읽기를 통해서 ‘재미’를 얻는 것이다.

다독과 즐거움을 얻는 것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원리는 간단하다. 많이 읽으면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많이 이해하면 더 재미있게 되며, 재미있으면 더 많이 읽게 된다. 영어 읽기의 선순환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책을 안 읽거나 덜 읽으면 이해되는 부분이 거의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어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흥미가 없으니 책과 점점 더 멀어진다. 재미없는 책을 아이에게 읽도록 강요하는 것은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뒤에서 밀면서 쌩쌩 달려주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곱 살짜리의 ‘해리 포터’ 읽기 도전

多讀多讀 읽을수록 푹 빠져드는 영어 책

미국 캘리포니아 토랜스(Torrance) 시에 살던 시절 단골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정현이와 준용이.

영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정현이는 일곱 살이 되자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당시 정현이는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의 작가가 직접 쓴 수백 페이지 분량의 책을 혼자 읽어낸다는 사실에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정현이가 책 속 단어들을 다 이해하고서 읽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영화를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단어를 몰라도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었다.

정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그리고 잠자리에서조차 늘 ‘해리 포터’를 읽었다. 그렇게 시리즈 4권까지 재미있게 읽던 정현이가 예상과 달리 5권 중간쯤에 포기하고 말았다. 이유는 책이 너무 두꺼워서 읽기에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대략 3백여 쪽 수준이던 1~3권과 달리 4권부터 분량이 크게 늘어난다. 4권 ‘불의 잔(Goblet of Fire)’은 6백여 쪽에 이르고, 5권 ‘불사조기사단(Order of Phoenix)’은 7백60쪽이나 되는 대작이다.

이렇게 책 읽기를 중도 포기할 때 아이에게 어떤 조언을 하는 게 좋을까? 흔히 부모는 “여태까지 읽은 것이 아까우니 끝까지 읽어보라”거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모두 끝내지는 못해도 기왕에 읽던 5권이라도 마지막까지 읽어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독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모두 틀린 답이다. 다독 전문가들은 아이가 흥미를 잃거나 지루해하면 언제라도 그 자리에서 책 읽기를 멈추라고 조언한다. 일단 아이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른 책을 선택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정현이의 경우도 ‘해리 포터’에 관한 한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내용과 양은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정현이가 ‘해리 포터’를 읽기 위해 타고 출발했던 자동차의 배터리는 5권에서 방전돼버렸다. 그러나 1년 후 새롭게 선보인 ‘해리 포터’ 영화는 이 자동차를 다시 출발시키는 점프선이 됐다. 영화를 보고 오자마자 ‘해리 포터’ 1권을 다시 집어들더니 이번에는 일사천리로 전권을 모두 읽어냈다.

반복적인 읽기를 통해 어휘나 표현들에 익숙해지자 그만큼 책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반복적인 읽기는 읽는 시간만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반복 읽기를 통해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어휘와 표현들로 새롭게 자신을 채워나간다. 그 무렵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옆에서 ‘해리 포터’ 읽기에 빠진 형을 지켜보던 다섯 살 준용이가 자기도 ‘해리 포터’를 읽겠다고 덤빈 것이다. 준용이는 형과 함께 ‘해리 포터’ 영화를 보다가 조금이라도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이불을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게다가 수백 쪽 분량의 책을 읽을 나이도 아니었다.

그러나 준용이는 어림잡아 10분에 한 챕터꼴로 페이지를 넘겨가며 ‘해리 포터’를 훑어나갔다. 사실 내용을 읽었다기보다는 페이지마다 알고 있는 단어가 몇 개나 있는지 살펴보면서 책 읽기 흉내를 내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방식의 책 읽기에 대해 준용이 담임 선생님이 보여준 반응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 준용이의 ‘건성건성’ 책 읽기에 대해 걱정을 늘어놓자 담임 선생님은 대략 이렇게 설명했다.

“책의 내용을 얼마만큼 이해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 책에 흥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페이지만 넘기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준용이 나름의 읽기 방식이다. 준용이가 그 책에 있는 어휘나 표현들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책 읽는 습관(Reading Habit)은 익혔을 것이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로 ‘책 읽는 습관의 형성(Building a Reading Habit)’이야말로 다독의 특징이자 핵심 원리라는 점에서 영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다독이 모든 학습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정현이와 준용이의 읽기 패턴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정현이는 책 한 권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다가 지루하면 다른 책으로 눈길을 돌리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준용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쭉 훑어본 후에 재미있을 것 같으면 본격적으로 읽기를 시작하고, 그렇지 않으면 관심도 두지 않는다. 이러한 읽기 패턴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 집은 책이 책꽂이에만 꽂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상, 식탁, 침대 등 여기저기에 책을 늘어놓고 산다. 남편이 집 안 청소를 한다며 이 책들을 정리하려고 하면 나는 오히려 이를 말리는 편이다. 바로 준용이의 독서 습관 때문이다. 여기저기 책을 ‘뿌려놓고’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 데서나 주저앉아 책 읽기를 즐기는 준용이의 습관이 다독의 또 다른 형태라고 믿는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삿짐을 쌀 때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것은 아이들과 남편의 책이었다. 그럴 때마다 정현이와 준용이가 몇 년 전 읽은 책들을 처분할 것인가 가지고 갈 것인가로 고민했다. 동생인 준용이가 읽기에도 때가 지난 것 같은 책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이삿짐에 던져 넣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준용이는 여전히 잠자리에서 종종 이 책들을 찾곤 한다. 20여 쪽밖에 되지 않는 디즈니 동화책 같은 경우 스무 권씩 쌓아놓고 30분 정도 읽다가 곯아떨어지곤 한다. 어려서부터 다독에 익숙한 준용이는 마음속에서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골라놓고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때가 지난 책들조차 버리지 않고 가져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어 학습과 습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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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Sports Day)에서 게임을 하는 준용이. 2 영국 런던 템스강 페스티벌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해 한국 음식을 먹어보는 준용이.

물론 한국의 많은 엄마들에게 정현이나 준용이처럼 영어권에 살면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아이들의 예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한국 어린이들처럼 영어를 모국어나 제2언어가 아닌 순수 외국어로 익히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다독 방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언어학자들은 영어 ‘학습(learning)’과 ‘습득(acquisition)’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의 스티븐 크라센(Stephen Krashen) 박사다. 그는 영어 학습이 언어의 구조적인 규칙을 배우고 공부하는 ‘의식적인’ 과정이라면, 습득은 언어가 지닌 특징을 ‘무의식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EFL 환경에 있는 어린이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려면 영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인간이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는 것도 따지고 본다면 학습이라기보다 습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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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거리의 슈렉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현이.

영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습득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아이들이 쉽고 부담 없이 즐겁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인풋을 많이 제공하면 된다. 바로 다독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다. 실제로 한국과 같은 EFL 환경의 어린이들에게는 어떠한 방식으로 다독을 시도할 것인지, 또 다독은 시도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EFL 환경의 나라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다독 프로그램이 시행된 바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다독은 일반적인 언어 능력 배양 및 읽기 능력 향상은 물론이고 어휘력 증진, 쓰기 능력 신장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든 결과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아프리카의 말라위(Malawi)와 홍콩(Hong Kong)에서 이루어진 다독 프로그램을 꼽는다.

이들의 실패 이유를 분석하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적 문제점이 발견됐다. 우선 학생들이 너무 경직된 교실 환경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또 충분한 양의 다양한 책이 제공되지 않았으며, 책 읽기의 모델이 돼야 할 선생님이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아이들의 감시자 노릇에 그쳤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러한 실패 요인들은 우리 아이의 다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된다.

다독 프로그램이 학교나 기관에서 조직적으로만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어 습득기에 있는 자녀를 둔 엄마들이 아이들과 친구들을 모아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다독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우선 아이의 책 읽는 스타일을 존중해야 한다. 이는 아이들마다 책을 읽는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어떤 아이는 쉬운 책부터 어려운 책의 순서대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가 하면 다른 아이는 쉽고 어려운 것에 상관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어느 한 작가의 책만 골라서 읽는 경우도 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지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굳이 엄마가 아이의 수준을 정해서 “이 책을 읽어라, 저 책을 읽어라” 강요해서도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너는 고르는 책마다 왜 수준이 그 모양이냐”라거나 “꼭 너 같은 책만 고른다”는 식의 발언은 절대 금물이다. 어떤 책이든 읽고 난 후에 스스로 책 제목과 작가를 기록해두게 하는 정도의 간섭이면 족할 것이다.

일부 다독 프로그램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권위적인 감시자 노릇만 한 선생님의 태도에 있었다는 것도 다독에 관심을 갖는 엄마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엄마가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며 잔소리만 해댄다면 이 또한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 읽기의 모델이 되듯 부모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가 책을 읽는 시간에 함께 책을 읽는 부모가 될 준비부터 갖춰야 한다. 엄마와 아빠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 드라마에 열중하면서 아이에게는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해봐야 효과가 없다.

오디오 북 활용해 읽기와 듣기 동시에

가정에서 다독 프로그램을 시작하고자 할 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아이의 읽기 취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충분히 갖춰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책들을 모두 사서 온 집 안을 도서관처럼 만들면 가장 좋겠지만 경제적인 문제와 공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엄마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가면서 지역 도서관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을 함께 고르는 것도 아이의 책 읽기를 북돋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요즘에는 다양한 영어 책을 구비한 어린이 도서관이 많아져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읽을거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EFL 환경에서 영어를 습득하는 데 다독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다독만으로 많은 엄마들이 갖는 의문을 다 해소해줄 수는 없다. 책 읽는 능력이 좋아져도 ‘도무지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라는 불만을 가진 부모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다독은 읽기뿐만 아니라 듣기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이러한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읽기의 연장인 오디오 북의 활용이다(‘여성동아’ 10월호 ‘귀로는 소리를 읽고 눈으로는 그림을 읽는다’ 참조). 즉 읽기와 듣기가 결합되면 더욱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다독이라는 무한 리필을 통해 숲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이번에는 ‘듣기의 무한 리필’을 통해 그 숲을 더욱 푸르고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 읽기와 듣기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오디오 북도 동네 도서관에서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고, 온라인상의 책 읽기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좋다. 또 초등학교마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방과 후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 여건들을 잘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다독과 듣기의 기회를 함께 제공해주는 것이 어렵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엄마가 ‘돈’이 아닌 ‘시간’을 얼마만큼 투자할 준비가 돼 있는지다.

多讀多讀 읽을수록 푹 빠져드는 영어 책
오미경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다 2005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6년, 다시 미국에서 1년을 살다 귀국했다. 서강대와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서 각각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 살과 한 살이던 두 아들은 열 살과 여덟 살이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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